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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니스트의 기고글
-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을 해야 하는가 조동진(1947~2017)의 노래는 담담하다. 무심하다. 그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욕심이 없다. 한국 대중가요사에 이런 시인이 존재했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럽다. 한기봉 전 언론중재위원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그 하늘 아래로 사람들 물결여름은 벌써 가 버렸나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계절은 ... 2024.09.25
-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나는 뒷것이고 너희들은 앞것이야, 나를 자꾸 앞으로 불러내지 말라. 내가 만든 노래가 아직도 울려 퍼지는 현실이 부끄럽다. 나는 내 노래가 필요 없는 시대에 살고 싶다. (SBS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에서, 2024년 5월 방송) 그는 자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말만큼 삶에 대한 그의 태도와 그가 만든 노래의 엇나간 운명을 잘 드러낸 건 없을 것... 2024.07.02
-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이 나라 중장년은 청춘의 어느 한 지점을 그에게 빚지고 있다. 사람만 빚을 졌을까. 우리의 현대사도 채무자다. 세상을 바꾼 노래는 흔치 않다. 그 노래를 만들었거나 부른 이가 의도했든, 안 했든 말이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았던 노래가 세상을 바꾸었다면 그건 이미 주인의 손을 떠난 것이다. 더 이상 그의 노래가 아닌 것이다. 부르는 이의 것이다. 모든 ... 2024.05.29
- “작곡보다 노랫말 짓기가 훨씬 어려웠다” 영훈씨! 이제! 우리 인생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영훈씨의 음악들과 영훈씨를 기억하기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당신의 노래비를 세웁니다. 영훈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2009. 2. 14. 이날은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47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문세의 영원한 음악적 파트너 이영훈의 1주기를 맞는 날이었다. 2009년 2월 14일 이영훈 1주기에 정동길에 ... 2024.03.28
-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이루어진 사랑은 사진으로 남고, 이루지 못한 사랑은 노래로 남는가. 길을 걷다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에 누군가가 오버랩된다면, 그 사랑은 미완이거나 미결이다. 사랑에 종결은 없다. 사랑은 백신이 부재하는 종신형이다. 사랑이 신비로운 건 결국은 혼자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너의 사랑은 끝났지만 나의 사랑은 시작되기도 한다. 그런 노래가 바로 이 노래... 2024.03.19
-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 2024.02.29
-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서로 엉켜 있는 사람인가 봐 나는 매일 네게 갚지도 못할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 연인처럼 때론 남남처럼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도 많은 잘못과 잦은 이별에도항상 거기 있는 너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 해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 나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 테지만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2024.02.08
- “그 사람 나만 볼 수 있어요” 사랑이란 감정이 관계로 발전하는 상호작용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그렇게 되지 못하는 사랑이 있다. 혼자만 사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걸 짝사랑이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은 짝사랑이고, 가장 무서운 병은 상사병이라고 한다. 상대도 날 봐주고, 생각해 주고, 사랑해 주길 바라지만 상대는 내 마음을 모르니 슬픔은 차오르고 마음은 ... 2024.01.22
-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1970년 어느 날, 뉴욕에서 활동하던 화가 김환기는 시인 김광섭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글도 잘 쓰던 김환기는 많은 문인들과 친했는데, 성북동 이웃사촌이던 8살 많은 김광섭 시인과 특히 가까웠고 그를 존경했다. 두 사람은 바다 건너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해 초 김광섭은 환기에게 연하장을 보내며 자신의 시 저녁에가 실린 월간중앙... 2024.01.02
- 어느 님이 버리셨나 흩어진 꽃다발 이맘때쯤이면 명동에 가야 한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는 더욱 그렇다. 세모를 밝히는 백화점의 휘황찬란한 조명, 오색으로 반짝이는 나무들, 화려한 장식을 내건 상점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길가 음식, 캐럴이 흘러나오는 골목 카페, 성당의 은은한 종소리, 비에 젖은 바닥의 전단들, 분주하면서도 들뜬 사람들의 발걸음. 이제는 명동이 서울의 심장이... 202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