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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머무르며 고즈넉한 우도의 진가를 느껴보자

[김준의 섬섬옥수] 제주시 우도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2019.09.30

‘우도’ 에코뮤지엄

성산포를 택하지 않고 종달리를 향한 것은 ‘가지 않는 길’에서 우도를 보고 싶었던 탓이다. 그동안 성산포에서 청진항으로 오가는 뱃길을 이용했었다. 종달리는 제주의 소금을 찾아다니던 때 닳도록 걸었던 길이다. 이제 올레꾼들의 가장 좋아하는 길로 바뀌었다.

그 길에 만났던 소금을 굽고 염전을 만들었던 바닷가는 카페와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이번에는 우도에서 하룻밤을 자고 오리라. 작은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섬으로 가는 큰 배는 부담스럽다. 하늘은 푸르고 햇볕은 따갑다.

우도에서 본 성산포. 멀리 우도를 향해 오는 여객선이 보인다.
우도에서 본 성산포. 멀리 우도를 향해 오는 여객선이 보인다.

미세먼지 탓에 늘상 마주했던 날씨가 오히려 생경하고 고맙기까지 하다. 바다도 즐거운지 덩실덩실 춤을 춘다. 여행객들은 배에 오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사진을 찍고 야단이다. 자동차를 타는 것, 기차를 타는 것, 비행기를 타는 것, 이 모든 것과 다르다. 배를 타고 가는 여행은 특별하다. ‘섬시인’ 이생진도 우도로 가는 바닷길에서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물에 넘어진 사람들의 유족은/물이 원수이겠지만/내 앞에 창해는/소 한 마리 누워 있는 풀밭 /꼬리치는 대로/흰 나비 하나 /날아갔다 날아온다. - 이생진 ‘풀밭에 누운 우도에서 

우무깨 해녀들

평화롭다. 누가 저 섬에서 물질하는 잠녀들이 일제에 항거해 빗창을 들고 호미를 들고 일어섰다고 생각하겠는가. 우뭇가사리와 미역 등 해초를 싼 값에 후려치고 수탈해가는 것은 우도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나 같았다.

일제강점기 소작쟁의가 항일운동으로 전환한 것과 다르지 않다. 하우목동항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해녀항일운동 동상이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전동차를 빌리거나 순환버스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바다를 보고 섬을 보지만 그 안에 새겨진 역사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우도해녀항일운동기념비
우도해녀항일운동기념비.

하우목동을 ‘우무깨’라고 한다. 우믓개가 우?개로, 다시 우묵동으로 바뀐 것이다. 우뭇가사리가 많이 자리는 바당이라는 말이다. 우뭇가사리는 일제강점기 잠녀들이 목숨처럼 여겼던 해초다. 제주에서는 해녀들이 물질하는 곳을 ‘바당’이라 한다. 그 흔적이 ‘우도해녀항일운동기념비’이다. 그곳에서 한치회 비빕밥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걷는 길을 택했다.

그 잠녀의 후예들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또 유네스코무형유산이 되기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 무대에 올라 공연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연평리 해안, 영화 ‘인어공주’를 촬영했던 곳이다. 그곳에 진짜 인어들이 바당에서 막 건져온 구살(성게) 알을 까는 중이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가시를 헤치고 노란 황금색 성게알을 까느라 옆으로 인기척에도 반응이 없다.

성게알은 사실은 성게 생식소이다. 봄에는 우뭇가사리와 톳 그리고 여름에는 보라성게와 문어를 잡고, 가을이면 갈치를 찬바람이 나면 말똥성게를 잡는다. 자원 보전을 위해 소라를 잡는 것을 금하는 여름철에 성게는 우도의 해녀들에게 짭짤한 소득원이다. 연평리만 아니라 제주 모든 해안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모두 성게를 채취한다.

제주에서는 성게알과 돌미역을 더해 만들어낸 미역국을 ‘구살국’이라고 한다. 돼지뼈와 모자반으로 만들어낸 ‘몸국’과 함께 경조사에 내놓는 제주 대표음식이다. 이렇게 싱싱한 성게알로 끓인 미역국은 알이 선명하고 덩어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성게채취를 하는 해녀들, 해녀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이자 유네스코무형유산이다. 제주에서는 성게를 구살이라고 부른다.
성게채취를 하는 해녀들. 해녀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이자 유네스코무형유산이다. 제주에서는 성게를 구살이라고 부른다.

망자도 편하지 않다

몇 년 전부터 우도는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차를 타고 작은 섬에 들어오는 여행객들이 많아지면서 섬이 무너지고 쓰레기가 쌓이고, 교통사고로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일 년에 20만대, 여행객은 200만 명이 찾았다.

전세버스, 마을버스, 여행자들이 타고 온 렌트카까지 섬은 교통지옥이었다. 그리하여 일부 숙박을 하거나 걷기 힘든 노약자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을 동행한 여행자를 제외하고는 차를 가지고 섬에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그 결과 방문객이 15% 방문차량은 68%가 감소했다. 제주도에서는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해 그 기간을 연장했다.

렌트카가 섬으로 들어오는 것은 막았지만 이젠 섬 안에서 이용하는 전동차가 적잖다. 우도는 걸어서 돌아봐도 충분할 만큼 작은 섬이다.
렌트카가 섬으로 들어오는 것은 막았지만 이젠 섬 안에서 이용하는 전동차가 적잖다. 우도는 걸어서 돌아봐도 충분할 만큼 작은 섬이다.

자동차를 줄였지만 이젠 전동차가 문제다. 작은 삼륜차에 전동차가 자동차가 차지했던 길을 점령했다. 마을 앞 해안에 만들어진 작은 묘지에는 ‘이곳은 어르신 묘 산소입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십시오’라는 팻말까지 붙었다. 그 앞은 주차한 자전거와 전동차들이 빼곡하다.

이러다 보니 배에서 내린 여행객은 일부만 순환버스 시간표를 살피고 나머지는 대부분 전동차를 빌린다. 여름철은 더워서 오롯이 걷기는 어렵지만 다른 계절은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 좋다. 하루면 충분히 걷고 쉬며 볼 수 있을 크기이다. 제주여행이 그렇듯 시간에 쫓기고 정해진 일정에 제주를 둘러보겠다는 계획이 우도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어렵게 한다. 

제주의 작은 섬 비양도 그리고 우도는 제주도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섬이다. 제주도 미니어처라고나 할까. 제주도의 특징인 오름이 있고, 용천수가 있고, 방사탑과 당이 있다. 봉수대와 도대가 있고 여기에 더해 등대도 있다.

그리고 바다에는 전통어법인 독살(원담)과 검은 화산암과 은빛 모래가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계절에 따라 맛볼 수 있는 제주음식이 있다. 여기에 더해 우도는 땅콩막걸리까지. 이만하면 작은 제주로 손색이 없다. 

우도는 하룻밤 자야 제대로 본다

필자의 우도 저녁 밥상.
필자의 우도 저녁 밥상.

저녁은 문어숙회에 성게비빕밥 그리고 소주 한라산을 곁들였다. 반찬은 미역냉국, 모자반무침, 톳무침, 생미역, 우도콩조림이다. 김치와 쌀 그리고 비빕밥에 들어가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모두 우도산이다. ‘푸드마일리지 제로(0)’이다. 이런 음식을 슬로푸드라고 한다. 보말죽, 성게죽, 전복죽, 문어비빕밥 등 제주다운 음식들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우도 바당이 건강해야 지속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도여행을 하거든 꼭 하룻밤 머무르시기를 권한다. 여행객이 빠져간 우도는 낮에 본 우도와 다르다. 왜 섬인지 알 것 같다. 파도소리만 들릴 뿐이다. 밤만 아니라 이른 아침에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와 섬은 보너스다. 하룻밤 자고 머무르지 않는 우도 여행은 껍데기 여행이다. 해저터널이야기도 나오는 모양이다.

우도는 잠녀의 물질과 밭일로 살아가는 섬이다.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은 일부이다. 우도 여행객은 대부분 체류여행이 아니라 지나가는 여행이다. 홍조단괴해빈 해수욕장, 검빌레, 쉐머리오름 등 2시간 길어도 반나절을 넘지 않는다. 최근 지어진 콘도와 펜션 등 숙박시설도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우도여행에서 걷기가 힘들다면 자전거면 족하다.
우도여행에서 걷기가 힘들다면 자전거면 족하다.

섬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섬의 권리’, 섬으로 존재해야 하는 권리가 있다. 주민이나 여행객이나 섬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그것을 보기 위해 여행객이 찾는 것이다. 그게 무너지면 재방문객은 줄어들 것이다.

자동차를 막은 것은 잘한 일이다. 이제 무너진 섬 경관을 복원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바다와 원담, 봉수대와 등대, 해녀와 성게 이 모든 게 우도를 지켜온 것들이다. 걸으면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새로 만들 것도 없다. 그대로 전시장이고 작품이다. 이런 것이 ‘우도 에코뮤지엄’이다. 고즈넉한 우도의 가을밤도 기대된다.

김준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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