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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와 약자를 격려하다

[한국힙합의 결정적 노래들-26] 넉살, ‘작은 것들의 신’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2019.10.21

<작은 것들의 신>은 넉살의 데뷔 앨범이다. 2016년에 발매됐다.

이 앨범을 들으며 일단 눈에 들어오는 건 힙합의 전통적인 테마들이다. 이 앨범에서 넉살은 ‘타협하지 않는 언더그라운드 태도’나 ‘(랩) 기술의 증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포장’이다. 넉살은 힙합의 전통적인 테마를 주제로 삼으면서도 그 위에 신선한 포장을 덧입히는 것을 잊지 않는다.

예를 들어 랩 기술을 증명할 때 그는 ‘기술을 배워야 돈을 번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노래의 콘셉트로 코믹하게 활용한다. 또 자신이 속한 레이블의 세를 과시하는 단체곡에서는 슬램덩크의 한 장면을 동원해 만화적 이미지를 업어가기도 한다. 이런 식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가장 중요한 점은 따로 있다. 다시 말해 이 앨범의 가장 중요한 동시대적 의미는 바로 앨범 타이틀처럼 ‘작은 것들’을 대하는 넉살의 태도와 시선에 있다.

여전히 어떤 래퍼들이 자기보다 작은 것을 깔아뭉개며 성취감을 누릴 때, 넉살은 ‘작은 것들’을 돌본다. 그중에서도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노래 ‘작은 것들의 신’은 가장 상징적이다. 

2017년 ‘쇼미더머니6’에서 준우승한 래퍼 넉살이 서울 마포구의 한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년 ‘쇼미더머니6’에서 준우승한 래퍼 넉살이 서울 마포구의 한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내 자리는 하수구 냄샐 맡으며 아주 작은 모니터 앞에서 그저 화면이 꺼지지 않게 마우스를 건드는 일이지”, “살기 위해 살아가는 모든 이들/ 작은 배역들이 주연으로 살아가는 film 이 곳”

“자의든 타의든 세상이 돌 때 우리도 그 기차를 타고 함께 갈 수 밖에 없어 / 난 그 중에 가사를 파는 일을 하고 누군 사무실 누군가는 밖 혹은 학교 /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그건 중요치 않아 열심히 사는 너와 난 하나 여긴”

이 노래의 마지막 벌스는 특히 인상적이다.

"함부로 동정하지 않아 / 누군가를 감히 용서하지 않아 / 생각보다 굳건히 지켜온 / 너 자신은 누군가의 pride / 자리는 작을 수 있지만 / 널 여기까지 잘 몰고 왔어 / 눈물을 닦아 혼자서 울지 않아 / 본 이는 이걸 몰라 / 그저 아파 청춘이 아니라도 / 믿는 신이 없더라도 / 두 손 모아 바래본 이들은 / 역시 나와 같아 / 잡초처럼 살아가는 내 친구들 나 가족 / 닿기 쉽지 않겠지 만족 / 하지만 나아가 계속 나아가 / 듣지 않던 기도들이 점점 하늘에 닿아가"

넉살은 ‘윤리적 기준’에 의거해 격려할 대상과 아닌 대상을 나누지 않는다. 이것은 또 다른 수록곡 ‘Hood’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넉살은 이 노래에서 보도방의 실장과 ‘나가요’가 된 친구들을 어릴 적 그 마음 그대로 걱정하고 기다린다.

어찌 보면 완고한 휴머니즘 같기도 하다. 하지만 휴머니즘이라는 호칭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배제로 한국힙합이 비판받는 가운데 이 앨범과 이 노래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몇 년 간 한국힙합은 많은 논란에 시달렸다. 물론 그중에는 부당한 오해도 많았지만 반대로 인정해야할 부분도 있었다. 힙합이 그동안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와 약자를 공격하는 데에 표현의 자유 일부를 사용해온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예술에 제약이나 검열은 기본적으로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건 좀 다른 문제다. 나는 힙합이 차별이나 억압, 혐오가 아니라 평등과 인권, 사랑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폄하/혐오로 의심할 수 있는 힙합의 면모는 비판받고 개선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작은 것들의 신’은 탄생했다. 작은 것들을 대하는 넉살의 태도는 과연 개인의 특수성에 의거한 의외적 사례로 그치게 될까, 아니면 한국힙합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불씨가 될까.

세월이 더 지난 후 우리는 그 대답을 명확히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김봉현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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