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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가업 이어 창조의 힘을 키운다

[2017 대한민국, 청년이 뛴다] 연봉보다 더 큰 가치, 부모님의 손기술

위클리공감 2017.01.20

사업을 하는 집안은 많다. 그러나 이를 자식에게 계승하는 집은 드물다. 가업의 진가를 미리부터 인정하고 대를 잇기로 한 청년들을 만나봤다. 이들에게 연봉보다 더 큰 가치는 부모님의 손기술이다.

가업 ‘비누가’에서 일하는 이도연 씨 

비누가 이도연 씨.
비누가 이도연 씨.

우리 집 비누는 어딘가 달랐다. 피부에 더 좋다 했지만 어린 마음에는 그게 싫었다. 시중에는 더 예쁜 비누들이 많은데, 뭔가 투박한 느낌이 들어서다. 커서야 알았다. 세상에 둘도 없는 비누라는 걸.

엄마 혼자 만들던 비누를 이제 딸이 함께 만든다. ‘비누가’ 창업자 공복숙 대표의 딸 이도연 씨(32)는 한때 또렷한 꿈이 있었다. 음대를 졸업한 그는 한때 오케스트라에 몸담았다. 가업에 발을 담근 건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대학 시절 엄마가 만든 비누를 제 개인 블로그에 하나씩 올렸던 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무슨 비누냐’, 쓰고 나서 ‘또 구해달라’는 반응에 응하다가 서서히 발을 딛게 된 거죠.”(웃음) 충성고객들의 반응에서는 사명감마저 들었단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비누 제작과 아로마테라피 전문가 과정은 있는 대로 모두 찾아 배웠다. 그렇게 ‘비누가’ 누리집을 열고, 본격적으로 온라인 쇼핑몰 관리를 시작했다.

공 대표가 처음 비누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도 재밌다. 딸 도연 씨가 학생 때 연주회를 보러 갔는데,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딸의 정수리가 휑하더란다. 탈모였다. 병원도 가보고, 좋다는 약도 써보고 15만 원짜리 샴푸까지 써봤는데도 호전되지 않았다. 그때 공 대표는 다른 사업을 접고 잠시 쉬고 있었다. “쉬는 김에 가족들한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좀 해보자 싶었어요. 딸의 탈모를 낫게 하려고 약재 공부를 시작하면서 비누를 만들어보기로 했죠.”

스무 가지정도의 약초와 정제수를 구입해 약초별로 일일이 추출, 딸을 위해 정성껏 비누를 빚었더니, 탈모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뭘 썼냐고 물어왔고, 알음알음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그 비누는 돈 받고 팔아야 한다”고 성화였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도연 씨는 “가업을 잇겠다고 했을 때 주변 친구들이 ‘꿈을 포기하는 거냐’고 못내 아쉬워한 게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지금은 모두들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저는 한때 음악의 길을 가려고 했지만, 지금은 이게 제 업인 것 같아요. 청년들 또한 자신의 재능을 알고, 그걸 살릴 수 있는 길을 택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업이든, 창업이든, 취업이든요.” 도연 씨는 “다만 청년들의 창업 지원은  많은데, 가업을 잇는 청년들에 대한 혜택은 찾아보기 힘들더라”고 덧붙였다.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건 비누 빚는 기술뿐만이 아니다.

“엄마가 워낙 직접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비누 만들 때는 기계도 안 써요. 수타로 만든 빵이 더 맛있듯이 손으로 빚은 비누가 좀 더 찰지거든요. 하루에 비누 50개만 생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아직 젊기 때문에 과감하게 사업을 벌이고 싶은 욕심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가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그렇게 스스로 진정시키고, 내실을 다지면서 못 봤던 부분을 보안하고 점점 단단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공 대표는 딸에게 항상 “크게 하려다 보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나만 잘 살면 된다’고 하는데 결코 혼자 잘될 수는 없다. 설사 혼자 잘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냐. 다 같이 가야 하고, 그러려면 천천히 가는 게 맞다”고 강조한다. 

도연 씨는 “비누가는 앞으로도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가업으로 이어가는 기업이 될 것”이라면서 “일본의 장수기업처럼 수백 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모자기업 송가어패럴 이준 씨  

송가어패럴 이준 씨.
송가어패럴 이준 씨.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염료로 원단을 물들이는 천연염색은 공정이 까다로운 데다 수요가 많지 않아 젊은 사람들이 쉽게 도전하지 않는 분야다. 이준 씨(38)는 전통을 계승하고, 나아가 전 세계에 우리 고유의 천연염색문화를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업계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어머니 송석자 대표는 패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1986년 패션회사인 ‘삐에르송’을 설립해 남대문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30여 년간 여성복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언젠가부터 기성복도 예전만 못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고민하던 차에 아들이 특별한 제안을 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중국에서 외식, 유통, 화장품 등 다양한 사업을 경험한 아들이 “한국에 들어와 어머니의 뒤를 잇고 싶다”고 한 것. 그렇게 모자가 함께 만든 브랜드가 ‘송가어패럴’이다.

“어머니께서 옷 만드는 일을 하신 덕분에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패스트 패션이 범람하는 시대이기에 더욱 느리지만 가치가 있는 옷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나름대로 가업을 잇는 일이라 보람되고, 해외에 우리의 멋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없이 가슴이 벅찹니다.” 모자는 함께 사업을 하면서 세워둔 원칙이 있다.  서로의 영역에 개입하지 않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가족 간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더더욱 경계한다.

송 대표는 “부모 세대는 성공 경험에 비추어 자신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우를 쉽게 범한다”고 지적했다.

“서로의 강점이 다르니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줘야 해요. 그리고 내가 볼 땐 설령 못마땅할지라도 실패를 해보면서 자식이 스스로 깨우쳐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 기반에는 물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죠.”

식품기업 대성 F&D 노대우 씨  

대성 F&D 노대우 씨.
대성 F&D 노대우 씨.

‘장맛’은 며느리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노대우 씨(31) 가족은 다르다. 엄마로부터 기막힌 면발의 비밀을 배우자, 사업이 더욱 번창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제가 항상 보던 풍경이 있어요. 4평 남짓한 공간에서 항상 국수 반죽을 하던 어머니 모습입니다. 잠도 못 주무시고 면을 반죽하셨어요. 밀가루, 물, 전분을 넣고요. 가위로 일일이 잘라 선풍기 앞에서 면을 말리셨죠. 그렇게 완성된 면은 슈퍼에서 가져온 라면박스에 포장됐습니다.”

작은 작업장에서 만들어낸 메밀냉면, 칡냉면, 함흥냉면은 서서히 입소문을 탔다. 그렇게 지난 2013년에는 제법 그럴싸한 공장도 짓게 됐다. 20년간 한 우물을 판 결과다. 대우 씨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마냉면, 토마토냉면, 홍삼냉면 등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하는 어머니가 대단하게 느껴졌다”면서 “현실에 안주했더라면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식품공학을 전공했지만, 대우 씨는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서 갖춰놓았는데, 내 실수로 모든 게 무너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부담감도 있었고요. 물론 철도 없었죠. 여느 대학생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어요. 군 제대 이후 마음을 잡게 됐습니다.”

가업을 잇다 보니 좋은 점이 단연 많다. 어머니 이순자 대표는 “서로 믿음이 있어 생산기술을 편하게 공유하고, 의견 교환도 자유롭게 한다”는 점을 꼽았다. 아들 대우 씨는 “업무 처리를 할 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건 더없는 장점이다. 아무리 일이 고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점 또한 그렇다”고 덧붙였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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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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