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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전환점 막 넘어섰다

위클리공감 2019.05.07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문재인정부의 국가비전이자 국정목표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으로서 대우받아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포용적 복지체계를 강화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포용적 복지는 국민의 삶의 질을 고르게 높이는 것이다.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가능한 일이다.

포용적 복지국가는, 지금까지 정부의 사회정책이 포용적이지도 않고 복지도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경제 규모나 경제 능력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국민행복을 좌우하는 복지는 선진국에 견줘 여전히 뒤떨어진 상태다.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추세가 굳어진 가운데 빈곤층과 취약계층의 기본 생활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나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9일 서울 노원구 월계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 보고회’에서 생애주기별 기본생활 보장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9일 서울 노원구 월계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 보고회’에서 생애주기별 기본생활 보장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청와대)

GDP는 28위, 행복도 순위는 54위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2046달러를 달성해 관련 통계를 내는 세계 180여 개국 가운데 28위다. 그런데 국제연합(UN)이 최근 발표한 ‘2019 세계 행복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 행복도 순위는 조사 대상 156개국 가운데 54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사회·경제·문화·생활 영역의 11가지 지표를 측정해 산출하는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도 33개 회원국 가운데 28위(2017년 기준)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 행복도와 삶의 질이 경제성장 속도만큼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의 심화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소득분배 정도를 비교하기 위해 사용되는 통계치를 적용하면 우리나라는 OECD 나라들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먼저 처분가능소득(조세와 사회복지 지출을 통한 소득이전 이후의 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7년 0.355로, OECD 평균(0.317)보다 높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수치화한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인데 한국은 OECD에서 네 번째로 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또 소득 상위 10%의 10분위 계층에 턱걸이하는 경곗값을 하위 10%인 1분위의 경곗값으로 나눈 10분위수 배율은 2017년 기준 5.79배로 나타났다. 이 지표도 OECD에서 세 번째로 높다. 중위 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인구를 전체 인구로 나눈 값인 상대적 빈곤율은 2016년 기준 15.9%로 OECD 평균(12.3%)보다 3.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 빈곤율은 45.7%로, 수치를 낸 36개국 가운데 압도적 1위다.

불평등과 빈곤의 심화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다. 또 급격한 인구 고령화, 교육과 기술 격차의 심화와 맞물려 계층과 세대 간 ‘사회적 이동성’을 떨어뜨린다. 이는 빈곤의 대물림을 야기하고 국민 누구에게나 중장년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만연한 나라에서는 기득권 집착, 혁신과 모험 회피, 집단 이기주의,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 등 각종 사회·경제적 병리 현상이 퍼진다. OECD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는 이런 현상을 조기에 적극 대응하지 못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2022년까지 생애 기본생활 보장 계획

아동·노인 대상 지출 가장 빠르게 증가

불평등 심화에서 비롯된 사회적 위험이 성장 둔화를 야기하고 이에 따라 정부의 복지 여력 위축과 사회정책의 후퇴를 초래하며 결국 다시 불평등 심화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려면 먼저 정부 정책의 재분배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복지 지출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에 대한 접근성도 높여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문재인정부정부가 추진해온 사회정책의 바탕에는 바로 이런 기조가 깔려 있다.

포용적 복지에 대한 정부 의지는 지출 예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재정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지출 예산 증가율이 2017년 3.9%에서 2018년과 2019년 각각 10.5%, 10.4%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9년 정부의 총지출 예산 469조 6000억 원 가운데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161조 원)의 비중은 34.3%로, 2017년(32.3%)에 견줘 2년 만에 비중이 2%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지출 예산보다 이 분야의 예산을 더 많이 늘린 결과다.

2019년 복지 예산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한 항목은 아동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출이다. 아동수당법 개정에 따라 소득과 재산 조사 없이 만 6세 미만의 전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만 원씩의 아동수당을 올해부터 지급한다. 1~3월분까지 소급해 4월 25일 첫 지급을 했는데 보건복지부는 대상 아동 수가 230만 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2018년 기준 저소득 한부모 가족의 아동양육비 수혜 인원은 7만 7000명이었는데 2022년까지 12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만 65세 이상 인구의 70%(소득 기준)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2018년 9월 급여액을 20만 9960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렸고, 올해 4월부터는 소득 하위 20%의 134만 5000명에게 30만 원으로 추가 인상했다. 소득 하위 20%를 초과하고 70% 이하에 해당하는 약 361만 7000명의 어르신에게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25만 3750원으로 기준 연금액을 상향 조정했다.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을 위해 도입해 올해로 시행 20년째를 맞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수급 대상을 넓히고 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에서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 회원들이 벌이는 행위극.(사진=한겨레)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에서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 회원들이 벌이는 행위극.

‘문재인 케어’로 건보 적용 범위 늘어

보건복지부는 2017년 11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부양의무자 가구 모두에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포함돼 있으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한다. 또 2018년 10월부터는 소득이나 재산 기준을 충족하고도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자 주거급여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올해 1월부터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연금 수급자와 기초연금 수급자, 만 30세 미만 미혼모(이혼 또는 사별한 한부모 가구 포함), 시설보호 종료로 아동보호시설을 나온 만 30세 미만 청년에게도 부양의무자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다. 정부는 2017년 8월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선언하며 2022년까지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의 급여화 전환과 개인의료비 상한액 관리를 통해 가계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의 이른바 ‘문재인 케어’ 실행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실제로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크게 늘었다. 선택진료비 폐지, 상복부 초음파검사와 2~3인용 입원실료, 노인 치아 인플란트, 뇌·뇌경부 특수 검사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 5월 1일부터는 눈, 귀, 코, 안면 등 두경부 자기공명영상법(MRI)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이 기존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복부와 흉부, 나아가 2021년까지는 모든 MRI 검사에 보험 적용이 되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적극적이고 보편적인 복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계층 간 재분배와 위험의 분산이다. 기본생활 보장이나 실업, 질병, 장애, 환경오염, 재해, 노령 등 국민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사회적 위험을 완화하는 정책은 생애주기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교육부를 비롯한 사회정책 관련 부처는 2월 19일 ‘돌봄부터 노후까지 생애주기별 기본생활 보장 대책’을 내놓았다.

돌봄-배움-일-쉼-노후로 이어지는 생애주기마다 필요한 지원을 강화하고 소득·안전·건강·주거 등 기본적인 생활 기반에서 배제되거나 피해를 받는 사람이 없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대책의 뼈대다.

이번 대책에서는 특히 돌봄 서비스와 보육, 교육 정책의 강화가 눈에 띈다.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취원율을 2021년까지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당장 올해 유치원 1080개 학급, 어린이집 550곳을 확충한다. 또 학교 돌봄, 마을 돌봄, 공동육아 나눔터 등을 활용해 2022년까지 초등학생 10명 가운데 8명에게 국가 지원이 뒷받침되는 돌봄시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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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서비스와 보육, 교육 정책 강화

교육 분야에서는 학비 부담을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한다는 게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다. 올해 2학기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2021년까지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시행을 추진한다. 학점은행제, ‘내일배움카드’ 발급 확대 등을 통해 고졸 청년과 중소기업 재직자의 직업훈련과 진학 교육 참여 기회를 더 늘리기로 했다. 성인 10명 중 적어도 4명은 정부가 지원하는 평생학습 체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어느 계층도 소외됨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과 복지를 고루 누리면서 개인이 자신의 역할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나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규정한 포용적 복지국가의 개념이다. 지난 2년 동안 이런 국가를 향해 정부는 달려왔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3년 이내에 도달할 목표와 실행계획도 촘촘히 짰다.

그렇다고 해서 포용적 복지국가가 쉽게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미래 비전을 새롭게 그리고 전환점을 막 넘어섰을 뿐이다. 선진 복지국가와 비교한 한국의 복지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윤 주도 성장과 승자 독식의 시장경제가 야기한 불평등은 골이 깊다. 각종 사회적 위험은 지금까지 개인과 가족 몫으로 떠넘겨왔다. 포용적 복지국가는 어쩌면 영원한 이정표일지도 모른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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