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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위한 공약도 만들어 주세요”

[내삶을 바꾼 2년, 국민 민원 해결] 서울 영훈초등학교 학생들

위클리공감 2019.05.27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비서실로 제기된 민원은 총 9만 235건. 서신민원이 98% 이상을 차지하고, 매년 4만건 이상이 접수되었다. 그중 생활 고충 등 구제요청이 절반 가까이 달한다. ‘사람이 먼저다’를 내세우는 문재인정부의 2년은 그 신념을 어떻게 실천했을까. 실제 민원 소통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기용 학생, 박종현 학생, 김연서 학생, 박선주 학생, 황지원 학생, 김대권 교사, 박하진 학생.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기용 학생, 박종현 학생, 김연서 학생, 박선주 학생, 황지원 학생, 김대권 교사, 박하진 학생.

2018년 6월 13일에 있었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과정을 보면서 영훈초등학교 4학년 3반 학생들은 갸우뚱했다. 국어시간과 사회시간에 ‘제안하기’를 배운 아이들은 각자 느낀 선거의 문제점과 불편한 점을 토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에 나섰다. 아이들은 2018년 6월 28일 자신들이 토론하며 고민했던 내용을 문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써서 보냈다. 편지에는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느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 그리고 애정도 듬뿍 담겨 있었다. 5월 20일 방과 후 오후 3시에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영훈초등학교를 방문했다. 2018년 당시 4학년 3반 담임인 김대권 선생(45세)과 1, 2학기 회장이었던 박종현 학생과 김연서 학생을 함께 만났다. 2018년 여름, 영훈초등학교 4학년 3반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 대통령에게 현행 선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손편지를 보냈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요? 
= (김대권 교사) 초등학교 4학년 국어에 ‘이런 제안 어때요’가 나와요. 제안하는 글을 쓰는 방법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베우는 시간이죠. 주로 학교 교장 선생님이나 담임을 대상으로 했는데, 좀더 확장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불편사항을 찾기 시작했죠. 그때가 마침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때였어요. 아이들도 자연스레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절차상으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는 게 맞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국민청원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또 ‘대통령 할아버지’에게 친숙함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대통령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자고 먼저 의견을 냈어요. 학생들에게 편지를 쓰는 틀만 정해주고 내용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쓰게 했죠.

아이들이 보낸 제안 편지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답장 엽서.
아이들이 보낸 제안 편지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답장 엽서.

“4학년 국어 ‘이런 제안 어때요’ 활용”

그 안에서 다섯 가지 주요 이슈가 나왔다. ① 아이들을 위한 공약이 거의 없어요. ② 아파트 안까지 들어온다거나 아침부터 노래를 크게 틀어 시끄러워요. ③ 투표소 안에 아이들이 못 들어가요. ④ 아이들에게까지 선거운동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와요. ⑤ 유세차량에서 후보자들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위험해 보여요.

- 아이들을 위한 공약으로 평소 희망하는 것이 있나요? 
= (박종현 학생) 모든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한 가지 운동이나 악기를 잘 할 수 있도록 체육과 음악, 미술 시간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리는 것이요.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거든요. 
= (김연서 학생) 과도한 선행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교과서 안에 박제되어 버리지 않게 다함께 하는 ‘팀 빌딩’ 수업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리더쉽도 배우고 훨씬 재밌거든요.

- 투표장에 못 들어갔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 (김연서 학생) 투표장에서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닌데 왜 못 들어가게 막는지 마치 차별당하는 것 같아요. 우리도 투표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 정도는 아는 나이거든요. 무엇보다 투표 과정이 궁금해요. 직접 그 과정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박종현 학생) 직접 알아보고 생생함을 느껴보고 싶어요. 어떤 과정을 통해 투표를 하는지, 투표용지는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배워서 어른이 되어 실수 없이 투표를 하고 싶어요.

- 직접 투표에도 참여하고 싶은가요?
= (박종현 학생) 우리의 대표를 뽑는데 왜 어른들만 투표를 해야 해요? 우리들도 우리들만의 생각과 기준으로 대표를 뽑아 보고 싶어요.
= (김연서 학생) 저는 아직은 이른 거 같아요. 선거 공약들이 아직 이해가 안되는 내용들이 많거든요. 만약 저보고 지금 투표를 하라고 하면 올바른 판단을 잘 못할 거 같아요. 지금은 직접 투표를 하기보다는 어른들이 선거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배우고 싶어요.

- 선거 유세에서 가장 이해가 안가는 게 뭐에요?
= (박종현 학생) 시장을 뽑는데 왜 홍보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것도 달리는 차에서요. 위험하잖아요. 
= (김연서 학생) 노래를 틀어놓고 노는 듯한 분위기로 홍보하는 게 이해가 안가요.

“청와대 엽서 먼저 오고 선관위 답변 와”

아이들은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바라는 점도 같이 제안했다. ① 어린이에게는 선거운동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보내지지 않게 해주세요. ② 서서도 멜 수 있는 안전벨트 등 후보자분들이 안전하게 선거운동 할 수 있게 해주세요. ③ 어린이도 투표장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 ④ 선거운동은 길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 편지를 보낸 이후 결과가 궁금해요.
= (김대권 교사) 청와대로부터 엽서가 먼저 도착했어요. 문 대통령 사진엽서더라고요. 대통령 사인과 함께요. 그리고 8월 중순 개학을 앞두고 답변서를 받았습니다. 엄청난 방학 선물이었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영훈초등학교 4학년 3반 학생들의 건의사항 하나 하나에 대해 A4용지 6면에 걸쳐 상세하게 답변을 보내왔다.

- 답변을 받은 기분이 어땠어요? 답변 내용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나요?
= (박종현·김연서 학생) 많이 놀랐고 신기했어요. 우리가 보낸 편지에 이렇게 신경을 써서 답장을 해줄 거라고 상상도 못했거든요. 답장을 받아 보니 내 생각도 전혀 틀리거나 쓸모없는 것은 아니구나.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앞으로 우리의 의견들이 반영될지 기대됩니다.

- 이전에도 이런 학습법을 진행해 보셨나요?
= (김대권 교사) 최근에도 ‘맥도날드 불량 패티’, ’애벌레 빼빼로‘ 등 아이들과 밀접한 먹거리 문제로 ‘제안하기’을 해봤어요. 해당 업체에서 직접 학교로 와서 해명도 해주고, 공식적으로도 답변도 보내왔어요. 학교에서는 매주 전교어린이회의를 합니다. 학생들이 제안을 올리면 학교는 하나하나 답변을 다 해주죠. 예를 들면, 학생 화장실 전체에 비데를 놔달라고 학생들이 제안했어요. 학교는 들어주기로 했고요.

왼쪽부터 박종현 학생, 김연서 학생, 김대권 교사.
왼쪽부터 박종현 학생, 김연서 학생, 김대권 교사.

권리와 의무, 표현 체험해 민주시민 싹

-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체득해나가는 거 같아요.
= (김대권 교사) 작게는 학교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쓸 수 있나요?’라는 아이들의 의견에 의미가 들어가고, 또 무시되지 않고 회신을 해줬다는 것이 바로 민주시민으로 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절차를 배워나가는 게 학교가 해야 할 일이죠.

- 두 학생은 미래의 꿈이 뭐에요? 
= (김연서 학생)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환경오염이 심각하잖아요. 지구를 깨끗하게 만드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우주에서도 사람들이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우리 주변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박종현 학생) 치과의사를 꿈꾸고 있어요. 이가 아파서 밥도 못 먹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제안을 통해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 의사표현 방법을 체험했다. 그렇게 영훈초등학교 4학년 3반에서는 민주시민의 싹이 트고 있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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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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