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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雪) 오는 숲, 2026년 동계 숲해설 '광릉숲 생태–겨울눈 이야기' 국립수목원 동계 숲해설 '겨울눈(芽)이야기' 1~2월 매주 화~토 하루 2회 운영 ◆ 한겨울, 숲의 숨결을 듣는다 한겨울 봄을 준비하는 눈(芽)을 눈(目)으로 마주한 순간. 한겨울 1월 하순, 자연의 결을 온전히 느껴보고자 국립수목원의 2026년 동계 숲해설 프로그램 '광릉숲 생태–겨울눈(芽)이야기'에 참여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수목원 진입로를 따라 주차장에 도착한 뒤 매표소에서 입장 절차를 마치고, 숲해설 접수처에서 참가 신청을 한 채 잠시 대기했다. 곧 해설사가 모습을 드러내며 참가자들을 맞이했고, 그와 함께 숲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부터 겨울 숲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겨울 숲은 비어 보이지만,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은 계절임을 곧 알게 된다. 잎이 모두 걷힌 자리에는 나무의 골격과 생태가 숨김없이 드러나고, 여백 속에서 숲이 유지해 온 질서는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잎을 모두 내려놓은 나무들 사이를 해설사와 함께 걷다 보니, 이 계절의 숲을 이해하는 방식은 '걷는 것'보다 '듣는 것'에 가깝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와 닿았다. 이번에 찾은 광릉 국립수목원의 체험형 숲해설 프로그램은 바로 그 '듣는 경험'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 식물의 이름이나 특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숲이 계절을 건너는 방식과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짚어가는 시간이었다.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이 겨울의 생태 수업은, 일상의 리듬을 잠시 내려놓고 숲의 질서에 귀 기울이게 한 하루로 남았다. ◆ 잎이 사라진 자리에서 드러난 숲의 질서 목질이 단단한 참나무과의 상수리나무. 광릉숲은 전체 면적이 약 2420㏊에 이르는 거대한 산림이지만,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된 공간은 약 100㏊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보호구역이다. 해설사의 설명은 이 숫자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숲은 일부일 뿐입니다." 이 말은 경계이자 약속처럼 들렸다. 인간은 숲의 주인이 아니라, 잠시 허락받은 방문자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문장이었다. 겨울 해설의 초반은 '나무 이름'에서 시작됐다. 흔히 참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는 사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 여러 종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갈참나무는 늦가을까지 잎을 오래 붙들고 있고, 졸참나무는 열매인 도토리가 작다. 이런 차이를 알고 나니, 나무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존재로 다가왔다. 해설사는 "이름을 알면 이웃이 되고, 색을 알면 친구가 되며, 모양까지 알면 연인이 된다"라는 시 구절을 인용했다. 식물 해설이 문학으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숲을 이해하는 감각은 과학과 감성의 중간 지점에 있다는 사실을 이 대목에서 실감했다. ◆ 겨울눈-백목련의 꽃눈, 전나무의 잎눈 겨울 백목련의 눈(芽). 겨울눈 관찰의 대표 사례로 소개된 수종은 목련과 전나무였다. 목련의 꽃눈은 '보이는 준비'를 보여주는 존재다. 포근한 털로 둘러싸인 꽃눈은 혹한 속에서도 내부의 연약한 조직을 보호하며 개화의 시점을 기다린다. 이 구조는 나무가 추위를 견디는 방식이 단순한 인내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반면 수령 100년에 이르는 전나무의 잎눈은 '지속의 전략'을 말해준다. 상록수인 전나무는 잎을 떨구는 대신, 여러 겹의 눈비늘로 어린 조직을 감싸 혹독한 계절을 건넌다. 해설사는 전나무의 푸른빛이 장식이 아니라, 오랜 시간 환경을 견뎌낸 결과이자 생존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해설을 관통한 겨울 숲의 핵심 키워드는 '정지'가 아닌 '준비'였다. 겨울눈은 이미 여름부터 다음 해를 내다보며 형성된 생존 장치다. 나무는 계절에 맞춰 쉬는 존재가 아니라, 계절을 앞서 계획하는 생명체라는 사실이 이 작은 구조 안에 담겨 있었다. 해설사는 가지 끝에 맺힌 겨울눈을 가리키며, 그것이 겨울에 갑자기 만들어진 구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겨울눈은 이미 여름부터 다음 해를 내다보며 형성된 생존 장치다. 꽃눈과 잎눈은 보호막 같은 털옷과 비늘을 두른 채, 성장과 분화를 잠시 멈추고 다가올 봄의 생장을 안쪽에 접어 저장하고 있었다. 나무는 계절에 맞춰 쉬는 존재가 아니라, 계절을 앞서 계획하는 생명체라는 사실이 이 작은 구조 안에 담겨 있었다. ◆ 고사목, 멈추지 않는 순환 고사목은 윤회의 과정을 거치면서 순환의 역할을 한다. 고사목은 인간의 시선에서는 생을 다한 '죽은 나무'로 보이지만, 숲에서는 또 다른 순환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수백 년을 살다 쓰러진 나무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다. 미생물이 분해를 시작하고, 곤충과 애벌레가 모이며, 이를 먹이로 삼는 새들이 둥지를 튼다. 해설사는 나무의 수명이 끝나는 지점을 '종결'이 아니라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한 그루의 나무는 서서히 성장하는 수백 년을 살고, 쓰러진 뒤에도 다시 수십 년, 길게는 1~2백 년에 걸쳐 분해되며 생태계의 일부로 기능한다. 썩어가는 나무는 토양이 되고, 그 토양은 다시 다음 세대의 나무를 키운다. 숲에서 죽음은 사라짐이 아니라 역할의 이동이다. 고사목은 생명의 흐름을 멈추는 존재가 아니라, 숲의 순환을 이어주는 매개체였다. ◆ 겨우살이, 기생이 아닌 공존의 얼굴 열악한 자연환경에서도 초록의 겨우살이는 꿋꿋하다. 참나무에 붙어 사는 초록의 겨우살이의 모습. 겨울 숲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존재 가운데 하나는 참나무 가지 위에 둥지를 틀 듯 붙어 자라는 겨우살이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계절, 상록성 식물인 겨우살이는 주변 풍경과 대비되며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덩어리처럼 보이는 모습 탓에, 많은 이들이 겨우살이를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는 '나쁜 기생식물'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해설사의 설명은 이 익숙한 인식을 조용히 뒤집었다. 겨우살이는 완전한 기생식물이 아니라 '반기생식물'이다. 스스로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살아가고, 숙주로부터는 물과 일부 무기양분만을 얻는다. 생존의 전부를 의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무와 느슨한 연결 고리를 유지한 채 공존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설명이다. 겨우살이의 번식 과정 역시 숲의 관계망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겨우살이 열매를 먹은 새는 끈적한 씨앗을 배설물과 함께 나뭇가지 위에 남긴다. 이 씨앗은 빗물에 씻겨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붙어 발아하며 새로운 개체로 자란다. 겨우살이의 생존은 새의 이동 경로와 식성, 그리고 숙주 나무의 존재까지 포함한 복합적인 생태 관계 위에서 가능해진다. 숲에서는 한 생물의 삶이 다른 생물의 조건이 된다. 겨우살이는 숙주 나무에 기대어 살아가지만, 동시에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시기에 새들에게 귀중한 열매를 제공한다. 그 새들은 다시 숲 곳곳에 씨앗을 옮기며 생명의 연결을 확장한다. 겨우살이는 숲의 약자가 아니라, 숲의 관계를 드러내는 존재다. 겨울 숲 한가운데 떠 있는 듯 보이는 그 초록빛 덩어리는, 경쟁이 아닌 공존과 의존의 균형 위에서 유지되는 생태계의 얼굴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 소나무 문화와 한국인의 정서 우리 민족이 사랑하는 소나무는 반송, 적송, 해송, 금강송 등이 있다. 사진의 소나무 숲 앞의 두 그루의 큰 나무는 단풍나무과의 복자기나무와 느릅나무과의 비술나무이다. 광릉 국립수목원 내의 산림박물관. 소나무는 한국인의 일상과 정신을 함께 지탱해 온 나무다. 송편의 솔잎, 궁궐과 한옥의 재료, 문인화의 단골 소재, 송이와 송진에 이르기까지 소나무는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해설사는 "유럽이 참나무의 문화라면, 한국은 소나무의 문화"라는 표현으로 두 문화권의 차이를 짚었다. 굽이치며 자라는 소나무의 형상은 변하지 않는 충절과 인내의 상징으로 읽혀 왔다. 이는 단순한 미적 감상이 아니라, 자연환경과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집단적 경험과 맞닿아 있다. 소나무는 절개와 절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존재로 한국인의 정서에 자리 잡아 왔다. ◆ 새와 눈높이를 맞추다 직박구리와 박새가 함께 왔으나 박새가 한발 앞서와 앉았다. 겨울은 새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나뭇잎이 떨어져 시야가 트이고, 텃새와 겨울 철새가 한 공간에 모이며 숲의 움직임이 선명해진다. 이날 체험 프로그램 가운데 인상적인 순간은 버드피딩이었다.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손바닥 위에 먹이를 올리자, 곤줄박이와 박새가 망설임 없이 날아와 앉았다. 새들은 낯선 인간을 경계하면서도 '먹이를 주는 사람'을 기억하는 듯 보였다. 손끝에 잠시 내려앉아 먹이를 집어 가는 짧은 동작은, 관찰과 참여의 경계를 허물었다. 숲과 인간이 일방적인 관찰자와 대상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상호작용의 관계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기자 역시 해설사의 도움을 받아 곤줄박이를 불러보았다. 손 위에 전해진 작은 체온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세계를 체험하고,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존재임을 실감하게 했다. 버드피딩은 자연과 친해지는 체험이면서도, 동시에 거리를 지키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겨울 숲에서 만난 이 장면은 자연은 모두가 친구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하고 있었다. ◆ 눈(雪)이 남긴 정보, 눈(目)으로 읽는 숲의 상태 수목원 숲길에 눈이 내렸다. 자연생태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눈(雪). 눈은 겨울 숲을 덮는 배경이 아니라, 숲의 상태를 기록하는 매개다. 하룻밤 사이 남겨진 발자국의 방향과 간격은 동물의 이동 경로와 활동 범위를 보여주고, 반복된 흔적은 서식 패턴을 짐작하게 한다. 눈 위의 자취는 사라지기 전까지 숲의 생태 정보를 그대로 드러낸다. 적설의 두께와 질감 또한 중요한 단서다. 눈이 쌓인 정도의 차이는 지형과 수관 밀도를 반영하며, 눈이 토양의 급격한 냉각을 완화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점도 해설을 통해 설명됐다. 동시에 과도한 적설이 가지에 물리적 부담을 주어 수종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꺾인 가지의 상태와 눈에 눌린 관목의 회복 속도는 숲의 탄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눈을 읽는 과정은 겨울 숲을 감상의 대상에서 생태적으로 이해하는 공간으로 전환한다. 눈 덮인 숲길을 천천히 걷는 동안, 탐방객들은 숲의 가치를 몸으로 체감하며 학습과 휴식이 겹치는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전통 김대중 대통령의 기념식수와 산림헌장 비. 국립수목원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가 남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소나무, 김영삼 대통령의 반송, 문재인 대통령이 지구의 날에 심은 나무까지. 해설사는 이를 "대한민국만이 가진 독특한 전통"이라고 표현했다. 정치의 흔적이 자연 속에 남아 시간이 지나면 모두 같은 숲의 일부가 된다. 나무는 정권보다 오래 살며, 사람의 시간을 넘어 역사를 기록한다. ◆ 숲이 가르쳐준 리듬 메타세쿼이아 열매로 만든 팔찌를 탐방객들에게 선물한다. 광릉 국립수목원에서의 시간은 자연을 배우는 동시에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숲은 인간에게 무엇을 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곁을 내주며 스스로 알아차리기를 기다린다. 나무의 생장과 새와의 거리, 고사 이후에도 이어지는 역할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삶 또한 조금은 느리고 겸손해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숲은 말이 없지만, 해설사의 언어를 빌려 의미를 전한다. 그리고 그 언어는 다시 침묵으로 돌아간다. 겨울의 광릉숲은 그렇게, 말보다 깊은 배움을 남겼다. 광릉 국립수목원 매표소와 숲 해설센터. ◆ 운영 안내 2026년 동계(1~2월) 숲해설 프로그램은 1월과 2월 두 달간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2회(10:00~11:00, 14:00~15:00) 운영된다. 국립수목원 매표소 옆 '숲해설 센터'에서 누구나 무료로 신청·참여할 수 있다. 국립수목원 입장료는 1인 1000원이며, 차량 이용 시 주차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 광릉 국립수목원 관람안내 바로가기 ☞ (보도자료) 눈(雪) 오는 숲, 눈(目)으로 보고 눈(芽)을 읽다.정책기자단|정재영cndu323@naver.com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보의 메신저!대한민국 정책의 흐름을 발로 뛰고, 때로는 직접 겪어보며.. 2026.01.26 정책기자단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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