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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막을 수 있습니다

자살 예방은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사소한 일상에서…

2019.11.06 정책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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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아침에 벨을 눌렀다. 경찰이라고 했다. 막연한 걱정이 문밖에 들이닥친 기분이었다. 당장 확인해야 했다. 문 앞을 찾은 세 명의 경찰 중 한 명이 옆집 사람들에 관해 물었다. 식구가 몇 인지 아이들은 몇 학년인지 등을 묻던 경찰은 옆집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사람이 없으니 같이 들어가 달라고 했다. 그래야 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 물었고, 누군가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했다.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묻지 못하게 하는 단호한 말투였다.

그렇게 옆집 아주머니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수 년 전의 일이다. ‘2 플러스 1’ 제품만 골라서 구입하고, 저녁이면 걷기 운동을 즐기는 부지런한 분이었다. 고인의 생전에 더 많은 얘기를 들어주지 못한 게 내심 미안했다. 이후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들어와 한참동안 얘기하는 꿈을 꿨다. 

한번 쯤 자살을 생각하는 현대인 (출처=픽사베이)_
한 번쯤 자살을 생각하는 현대인.(출처=픽사베이)


가수 설리의 자살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 6월, 배우 전미선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터라 더욱 그랬다. 세월이 지나도 자살하는 사람은 줄지 않았다.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어도 그들의 힘든 마음을 보듬어 줄 누구 하나 곁에 있지 못했다.

언론에 보도되는 연예인 뿐 아니다. 일반인의 경우 더 많은 이들이 자살로 소중한 목숨을 저버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목숨을 끊으려다 응급실을 찾은 사람 10명 중 9명은 충동적으로 죽음을 결심한다고 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잘 돌보고 정신건강을 챙겨야 하는 이유다.

자살 충동은 반드시 죽으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행에 옮기기 직전까지도 고민을 계속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때 단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 준다면 자살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살시도자는 자신의 어려움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출처=픽사베이)
자살 시도자는 자신의 어려움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출처=픽사베이)


또한 자살을 한 번이라도 시도했던 사람이라면, 재시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자살자 중 이전에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 30% 이상이라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살기로 결심해도 감당하기 버거운 현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키는 유명인의 죽음 또한, 사회에 큰 파급 효과를 미친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3년 분석에 따르면 유명 연예인 1명이 사망했을 때 약 2개월 간 평균 607명이 그를 따라 목숨을 끊었다. 또한, 2015년 삼성서울병원은 유명인의 죽음 후 하루 평균 9.36명이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5년 간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평생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10% 미만이라는 통계다. 힘들어도 병원을 찾을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했고, 사회적 편견도 남아 있었다. 국가에서 무료로 진료해 주는 건강검진처럼 정신건강검진도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정비돼야 할 일이다.

자살예방은 주변 사람들이 안부 묻는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한다(출처=픽사베이)
자살 예방은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한다.(출처=픽사베이)


정부는 내년 예산안 중 정신건강 분야 정책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올해 대비 39% 증액해 1026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을 위한 예산이 꼼꼼한 정책으로 수립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와 닿기를 바란다. 

제도적 기반과 더불어 필요한 것은 마음이 아픈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주변의 관심이다. 괴로운 감정을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온전히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기대가 적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그럼에도 자살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괴로운 감정을 어떤식으로든 주변에서 눈치챌 수 있도록 표현하며 도움을 청하고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주위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살 충동과 고통스런 감정을 어떠한 판단 없이 공감하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이유가 된다. 

자살 예방을 위한 긴급번호(출처=경찰청)
자살 예방을 위한 긴급번호.(출처=경찰청)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혹은 심리적인 이유로 자살을 시도하는 자들을 ‘실패자’로 몰아세울 수 없다. 누구나 한 번쯤 자살 위기가 찾아올 수 있으며, 누구든지 자신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전심전력으로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주며 교감할 상대가 있다면, 우리의 공감이 살아갈 힘이 된다. 자살, 우리가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한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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