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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평화의 길은 내 앞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 첫 번째 평화의 길, ‘고성 DMZ 평화의 길’ 탐방기

정책기자 이정혁 2019.05.28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2월, 아들과 함께 대한민국 최북단인 고성에 다녀왔다. 여행지 중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곳은 통일전망대로, 신고 절차를 마치고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고성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참을 주변을 둘러보던 중 북한을 바라보던 아들이 갈 수 없다는 북쪽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저기도 가보고 싶다.”

DMZ평화의길 중 고성구간이 가장 먼저 개방되었다
DMZ 평화의 길 중 고성 구간이 가장 먼저 개방됐다.(출처=두루누비)
 

시간이 흘러 지난 4월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마친 정부는 DMZ 평화의 길을 개방했다. 아들이 말했던 북한은 아니지만 북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개방 첫날 37: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현재까지도 20:1의 경쟁률을 보이는 고성 DMZ 평화의 길, 대한민국의 평화가 시작된 현장을 걸어봤다.

고성 DMZ코스 설명 중인 22사단 참모
고성 DMZ 코스를 설명 중인 군 관계자.
 

고성 평화의 길은 A 코스와 B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A 코스는 도보로 철책선을 따라 걷는 것이 특징으로 중간에 차로 이동하여 OP를 다녀오는 코스고 B 코스는 차를 이용하여 삼거리를 지나 금강산 전망대를 다녀오는 코스다.

두 코스 모두 오전과 오후 1번씩 하루 총 4번 탐방이 진행되며 A 코스는 회당 20명씩 하루 40명, B 코스는 회당 80명씩 하루 160명이 참가할 수 있다.

평상시 굳게 잠긴 A코스의 시작점. 평화의 상징이 눈에 띈다
평상시 굳게 잠긴 A 코스의 시작점. 평화의 상징이 눈에 띈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반인에게 굳게 닫혀있던 A 코스의 입장로. 고급 저택 혹은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갈 것만 같은 신비한 문 위로 금강산과 고성이 합쳐진 심벌, 평화의 상징 비둘기 두 마리가 우리를 반겨줬다. 평상시 군사시설이 있어 닫혀있지만 A 코스 탐방 때마다 열린다고 한다.

A코스는 중간중간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동해를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게 해놓았다.
A 코스는 중간중간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동해를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게 해놓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기분을 더욱 좋게 해준다. 통일전망대에서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동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맑은 바다가 또 어디 있을까? 사람의 발길 한 번 닿지 않았을 깨끗한 모래사장이 북한과 접경지역이라는 사실마저 잊게 해준다.

A 코스는 만 10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기에 아름다운 풍경을 아이에게 보여주고자 한 컷이라도 더 사진에 담으려 애써 본다.

방어 목적의 대전차벽 옆으로 남북이 연결된 철도가 끝도 보이지 않게 펼쳐있다.
방어 목적의 대전차 방호벽 옆으로 남북이 연결된 철도가 끝도 보이지 않게 펼쳐있다.
 

차량으로 잠시 이동해 대전차 방호벽에 도착했다. 원래 목적은 전차 진입을 지연시키는 군사시설이지만 옆으로 평화를 잇는 철길이 나있다.

남쪽으로는 동해선의 마지막 역이자 북한을 지나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할 시베리아 철도의 시발역인 제진역이 있고 3.8선을 넘어 북쪽으로는 감호역이 있다. 두 역 모두 강원도 고성에 있다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평화의 길 내부 관람로 주변으로 지뢰가 심어져있음을 알리는 표식이 곳곳에 위치해있다
평화의 길 내부 관람로 주변으로 지뢰가 심어져있음을 알리는 표식이 곳곳에 위치해있다.
 

대전차 방호벽을 지나 도보로 이동하는 길. 빌딩 숲에서 들을 수 없던 새소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과 곤충의 소리에 빠져있던 중 지뢰를 경고하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는 아직 휴전상태라는 것, 아름답고 조용한 이곳 고성에 수많은 지뢰가 함께 묻혀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제야 이곳이 접경지역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A코스는 도보와 차량, 금강산 전망대 관람시간까지 모두 더해 2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된다. 철책 안밖으로 꽤 운치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A 코스는 도보와 차량, 금강산 전망대 관람시간까지 모두 더해 2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된다. 철책 안팎으로 꽤 운치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 고성 통일전망대마저 작아 보인다. 지난 2월에는 이곳보다 조금만 더 올라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조금 더 올라와있다. 데크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니 이것도 대한민국이 평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의 길 내부는 군사지역으로 다양한 관람편의시설이나 식음시설은 없지만 평화를 염원하는 한반도 소망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평화의 길 내부는 군사지역이라 편의시설이나 식음시설은 없지만 평화를 염원하는 한반도 소망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 저마다의 소원이 걸린 한반도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사람이 소원을 간절하게 바라는 곳, 민간인이 영원히 들어가지 못할 것 같던 고성 평화의 길이 열린 것처럼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함께 응원해줬다. 아직은 부족한 소망 열매가 가득 열리면 박물관으로 옮겨 다시 심어진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남과 북이 통하는 유일한 통로로 굳게 닫힌 문이 현재 남북관계를 말해준다. 금강통문이 활짝 열린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강원도에서 남과 북을 연결하는 유일한 육로. 금강통문이 활짝 열린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대한민국 휴전선 155마일, 전선의 최북단 금강통문에 도착했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북한에 대한 대민 지원이 육로로 이뤄질 때 굳게 닫힌 이 문을 통해 북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강원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북으로 통하는 유일한 문이라는 이곳이 활짝 열릴 그 날을 상상해본다.

금강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도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엇이 남과 북을 갈라놓은 것일까?
금강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도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강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717OP로 불리는 이곳은 육군장병들이 생활하는 군사시설이기도 하다. 민간인 통제구역 내에서 총을 들지 않고 일상 생활을 하고 있는 장병을 마주하니 긴장감이 항상 공존하는 부대 내에서도 평화는 피어나고 있음을, 왜 많은 사람이 전쟁 없는 평화의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B코스를 이용해 금강산 전망대에 도착한 탐방객.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B 코스를 이용해 금강산 전망대에 도착한 탐방객.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시설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같은 날 신청한 오후 탐방팀이 금강산 전망대로 들어간다. 대한민국 곳곳에 거주하며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평화통일을 원하는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아직은 노령층의 방문이 많지만, 평화의 길에 가족 단위, 젊은층의 관심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하니 더 많은 국민이 평화의 길에 방문하길 기대한다.

한편 6월 1일부터는 고성에 이어 철원 DMZ 평화의 길이 개방될 예정이고 추후 파주 임진각 평화의 길도 개방될 예정이다. 평화의 길 탐방 신청은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홈페이지(https://www.durunubi.kr/dmz-main.do)에서 할 수 있다. 사전 신청 후 선정된 사람만 참가 가능하며 구간별 인원 제한과 입장 제한이 있어 홈페이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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