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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km/h서 50km/h로 줄이니 사망 가능성 30% 뚝

경찰청에서 들어본 ‘안전속도 5030’

2019.07.30 정책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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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야 좋은 것은 인터넷 속도 뿐만이 아니다. 짜장면이나 택배가 오는 속도 역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반면, 속도에 민감해야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운전 중 주행속도다. 뚫린 길이라고 신나게 밟다보면 과속 감시카메라에 찍히기 마련이고, 과태료가 도착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남 얘기가 아니다. 과속 범칙금은 분기별 공과금처럼 도착했다. 좀처럼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남편 때문이다. 내야하는 돈도 아깝고, 무엇보다 사고 위험 때문에 걱정도 됐다. 2016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431건으로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높았으니 말이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이에 도시지역의 교통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가 바로 ‘안전속도 5030’이다.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민관학 12개 기관으로 구성된 ‘안전속도 5030 협의회’는 2016년부터 안전속도 50km/h를 추진, 올해부터 본격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경찰청 교통운영과를 찾아 김동주 경감, 윤영권 경위에게 안전속도 5030이 어떤 정책인지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심부(주거, 상업, 공업지역) 내 일반도로 제한속도를 50km/h로 하고, 주택가, 상가 인접도로 등 보행 위주 도로의 속도를 30km/h로 조정하는 정책으로, 올 4월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새롭게 담겼고, 2년 후 시행 예정입니다. 단, 도심부 외 지역은 기존 속도를 유지하고, 충분한 소통 확보가 필요한 경우에는 60km/h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5030‘의 그 50이 주행 속도를 일컫는 말인지 처음엔 의아했다. 느리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속도 50km/h는 이미 전 세계 40개국에서 시행하고 있었다. 12~24%의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효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서는 40km/h로 하향을 추진하고 있었다. 

경찰청 내부의 시설들
경찰청 내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우리나라의 일반도로는 편도 2차로 이상(속도 표지판이 없는)의 경우 제한속도가 80km/h입니다. 반면, 한국과 칠레 등을 제외한 OECD 회원국 대부분의 도심지역 속도는 50km/h입니다. 그리고 10만 명 당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칠레가 4.3명으로 최하위, 우리나라가 3.3명으로 그 다음이죠.(회원국 평균은 1.1명)”  

속도를 10km/h 줄인다고 교통사고가 급격히 줄어들까 생각했다. 하지만, 주행속도 10km/h의 차이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보행자와 충돌 시 사망 가능성이 30%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보행자가 60km/h로 달리는 자동차와 부딪히면 사망 가능성은 85%지만 50km/h인 경우에는 55%로 감소합니다. 뿐만 아니라 50km/h와 60km/h로 달릴 때, 제동거리의 차이가 9미터에 달해 교통사고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경찰청 교통운영과 사무실
경찰청 교통운영과 사무실.


시범운행은 이미 시작됐다. 부산 영도구에서는 2017년 6월부터 안전속도 5030을 실시, 교통사고 사망자가 24.2% 감소했음을 확인했고, 서울시 또한 2018년 6월 27일부터 종로 일대의 자동차 최고속도 표지판을 시속 50km/h로 교체한 상태였다. 또한, 14개 중앙버스 정차로에 안전속도 5030의 시행을 준비 중이며, 서울시가 지정한 녹색교통지역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종로 구간을 운행하는 대부분 운전자들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별다른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안전상 차이는 있었습니다. ‘안전속도 5030’ 운행 분석 결과, 시범사업 시행 후 보행자 교통사고 건수는 시행 전 19건에서 16건으로 15.8% 감소하였고, 보행자 부상자 수는 22명에서 17명으로 2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미 있는 결과였다. 그렇다고 운전자들의 반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올해 전 지역에서 안전속도 5030 운영을 준비 중인 부산의 경우, 택시기사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좀 더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 택시운전자들에게는 민감한 사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경찰, 부산시와 도로교통공단, 시민, 언론 등과 함께 1, 2차에 걸쳐 택시요금 실증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평균 8.5km 구간을 각각 50과 60km/h로 주·야간 18회 운행한 결과, 시간편차는 1분 51초, 요금은 106원 차이에 불과했습니다.“

김동주 경감(좌)과 윤영권 경위(우)
김동주 경감(좌)과 윤영권 경위(우).


생각보다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50km/h로 주행하면 정체가 증가할 거라는 예상 역시 빗나갔다. 전국 12개 도시 주행실험 결과, 도심부 구간 평균 13km 주행 시 시속 60km/h와 50km/h인 차량 간의 통행시간 차이는 2분에 그쳤다. 정차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신호등이다.

“교차로와 신호등이 반복되는 도심부에서는 속도를 줄여도 통행 시간의 차이가 많지 않습니다. 도심 통행 시간의 주요 변수가 신호라고 볼 수 있는데요. 2022년까지 5030 정책의 전국 시행을 추진하면서 차량이 50km/h로 주행할 때 원활하게 신호가 연동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입니다.”

김동주 경감과 윤영권 경위가 안전속도 5030에 대해 설명 중인 모습
김동주 경감과 윤영권 경위가 안전속도 5030에 대해 설명 중인 모습.


50km/h라도 신호에 걸리지 않고 막힘없이 주행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속도 표지판, 신호 연동 등과 같이 5030의 정착을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또 있었다. 바로 ‘도로 정온화’다. 이는 도로의 특성에 따라 실제 주행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도로의 구조와 시설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안전속도 5030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결과였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외국의 사례를 비교 분석했으며,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18개 도시에서 공청회를 진행했고, 택시운전자들의 이의 제기와 그에 따른 주행실험을 하며 도출된 정책이니 말이다. 긴 준비 끝에 본격적인 시행을 추진하는 안전속도 5030에 대해 윤영권 경위는 이렇게 설명했다. 

‘안전속도 5030’의 안내책자 (출처=안전속도 5030협의회)
‘안전속도 5030’ 안내책자.(출처=안전속도 5030 협의회)


“안전속도 5030은 사고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속도를 하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보행자 사고의 92%가 발생하고 있는 도심 지역의 차량속도를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입니다. 이미 교통선진국에서 1980년 대부터 시행해 효과가 확인된 정책을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최적화하여 도심 지역 안에서의 안전운전 문화를 향상시키는 것이 정책의 목표입니다.”

김동주 경감은 “안전속도 5030은, 적정속도를 유지하며 운전자가 편안하게 운전하고, 보행자 사고 역시 줄이는 게 핵심입니다” 라며, “급가속이나 제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 소통이 더 원활할 수도 있고 더 많은 차들이 통행할 수도 있습니다” 라고 덧붙였다. 

도심 지역의 속도, 이제는 ‘50km/h’가 기준인 거다. 교통운영과 분들의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알게 됐다. 속도의 차이는 작지만 안전의 차이는 크다는 사실을 말이다. 안전속도 5030이 정착돼 사고를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도심 속 5030은 거시적인 속도 정책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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