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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도예로 도약을 빚다

10월 28일은 교정의 날… 대한민국서 가장 오래된 안양교도소 교정 현장 취재기

2019.10.28 정책기자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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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인 여동생이 똑같은 일상에 지쳐 내일배움카드 제도로 이것 저것 배우던 어느 날, 자신이 만든 거라며 가져온 도자기들입니다. 많은 양에 한 번 놀라고, 저렇게 근사한 것을 직접 빚었다는 것에 두 번 놀랐습니다.

내일배움카드 제도로 도예를 배운 여동생의 첫 도자기 작품들.
내일배움카드 제도로 도예를 배운 여동생의 첫 도자기 작품들.


여동생에게 이런 재능이 있는 줄은 저도 처음 알았는데, 본인도 처음 알게 되었다네요. 여동생의 도자기 작품들을 보며 경험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경험 자체,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사소한 경험들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나 자신을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교정 작품 쇼핑몰인 보라미몰(http://corrections-mall.net)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자기 교정 작품.
교정작품쇼핑몰인 보라미몰(http://corrections-mall.net)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자기.


이 도자기들은 어떤가요? 위에서 보았던 여동생의 작품은 아마추어 같았다면, 이 작품은 훨씬 크고 정교해 프로 같아 보이는데요. 

이 도자기는 올해로 56년 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인 ‘안양교도소’ 재소자가 만든 ‘달항아리’ 도자기입니다. 교도소에서 도자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그 현장이 궁금해집니다.

안양교도소에서 '도자기공예기능사' 꿈을 꾸다

안양교도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라는 기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도소 중 유일하게 도자기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인 안양교도소 정문.


도심 속에 위치해 있으면서 모락산을 끼고 있는 안양교도소. 모락산의 모락, 도자기를 굽는 가마를 뜻하는 요의 ‘모락요’에서는 20명의 훈련생이 매일 7시간씩 작업을 합니다.

작업 현장의 열기가 마치 도자기 같았습니다.(도기는 800~1000℃에서, 자기는 1100~1400℃에서 구워집니다)

교정 내 다양한 직업훈련 중 하나인 도자공예는 1년 과정으로 재소자들은 1400시간 이상 훈련을 받게 되면 도자기공예기능사 필기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고, 실기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됩니다.

달항아리가 탄생하는 교도소 내 작업장 ‘모락요’.
달항아리가 탄생하는 교도소 내 작업장 ‘모락요’.


그동안 교정작품은 민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작품을 구입하려면 소비자가 교정시설을 찾아 연락하거나 1년에 두 번 열리는 교정작품전시회(매년 5월과 10월) 등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교정작품이라는 편견 때문에 낮은 가격에 책정이 되지만, 수요가 많아 법무부는 지난 달부터 온라인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 교정작품쇼핑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 교정작품쇼핑몰 보라미몰(http://corrections-mall.net)

교정작품쇼핑몰에서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도마, 책꽂이와 같은 생활용품에서부터 편백 강아지집, 탁자와 같은 목공예 가구까지 약 120여 종의 다양한 작품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제48회 교정 작품 전시회에 출품 예정인 작품들.
제48회 교정작품전시회에 출품 예정인 작품들.


10월 28일, 교정의 날을 맞아 11월 1일까지 과천시민회관에서는 제48회 교정작품전시회가 열립니다. 출품할 작품들을 보니 예사 솜씨가 아닌 것 같습니다. 도자기공예기능사를 꿈꾸는 재소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경력 30년인 재소자와 경력 3년의 재소자가 함께 도자기 작업 중이다.
경력 30년인 재소자와 경력 3년의 재소자가 함께 도자기 작업 중이다.


한 재소자는 “교도소에 와서 처음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 흙을 조물조물 하다보니 어느 순간 잘 만들어졌다. 흙이 작품이 된다는 게 굉장히 큰 즐거움이다. 흙을 빚으면서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날카로운 내 성격이 부드러워진 것 같고, 내 작품을 칭찬해주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하고 싶은 게 생기니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작업하는 게 힘들다는 생각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도자기를 빚는 중이다.
한 재소자가 도자기를 빚고 있다.


‘달항아리’에 꿈을 담다

도자기들을 보면 하나 같이 달처럼 둥근 게 특징입니다. 17세기 초부터 18세기까지 제작된 단순하며 넉넉한 느낌의 도자기인 ‘달항아리’는 조선을 대표하는 도자기입니다.

달항아리는 규모가 커서 한번에 물레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위와 아래의 몸통을 따로 만들어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반듯하게 비례가 맞은 것도 있지만, 만든 사람의 손맛에 따라 둥근 형태가 각각 달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달항아리는 완벽한 조형미 보다는 부정형의 둥근 멋이 특징이기도 한데요.

안양교도소는 교정 내 직업훈련을 통해 쇠퇴하는 도자 산업을 살리고 있다.
안양교도소는 교정 내 직업훈련을 통해 쇠퇴하는 도자 산업을 살리고 있다.


그 모습이 어딘가 우리네 모습 같았습니다. 둥글고 예쁘게 잘 하고 싶지만, 조금은 어설프기도 하고 때론 엉망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여동생과 재소자처럼 작은 경험 하나로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것이 꿈이 되기도 하며 사는 게 즐거워지기도 합니다.

건물안전등급 D등급에서 임시방편식으로 보수한 후 C등급의 안양교도소.
안양교도소 내부.


도자기공예기능사를 꿈꾸는 재소자들처럼 교도소의 ‘교도’는 ‘가르쳐서 이끈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도소는 과거 범죄자를 가둬두는 것에 목적을 둔 수용소가 아니라는 건데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교정·교화할 교도소에서의 삶이 열악했던 자신의 현실만큼 열악하고 낙후되었다면, 과연 그곳에서 삶의 이유를 찾고 건강한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안양교도소에는 현재 약 2000명의 재소자들이 수감 중입니다.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가 10명이 넘는 재소자들의 생활 공간입니다.

1963년, 현재의 안양 부지로 이전한 교정은 현재 주요 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있고 보조 부재에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인 C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무기징역수를 제외한 재소자는 수감기간이 끝나면 사회로 돌아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재소자들은 지도에 표기되지도 않고, 혐오시설이라며 이전도, 재건축도 하지 못한 채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으로 쉬쉬하며 외면당해온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재소자 12명이 사용하는 화장실.
재소자 12명이 사용하는 화장실.


안양교도소 신용해 소장은 “전통적 사법(어떤 문제에 대하여 법을 적용하여 그 적법성과 위법성, 권리관계 따위를 확정하여 선언하는 일) 정의는 응보주의적 정의관을 나타내는데, 범죄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응보주의적 처벌관이 범죄 감소에 큰 효과가 있지 않아,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을 적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회복형에 가까운 모델을 적용하고 있지만,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응보형에 머물러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10명이 넘는 재소자들이 지내는 방 한 칸.
10명이 넘는 재소자들이 지내는 방 한 칸.


이어서 “현재 2000명 가량 수용 중인 안양교도소의 재소자 한 명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1.1m² 불과하다. 4~7m²의 공간이 주어지는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재소자들은 현저히 비좁은 공간에서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과밀 수용과 낙후된 교정이 큰 우려가 된다. 혐오시설인 교정시설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선호시설과 함께 지어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고, 관련 기관간 이동 거리가 짧아 행정 편의까지 담보되는 법조타운(법원, 검찰청)과 함께 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은 내일, 희망의 교정’. 현재 복역 중인 재소자가 그린 벽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맹자의 성선설이 항상 옳다는 전제하에 그 죄를 지은 사람이 뉘우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알라는 것인데요.

그들이 부끄럽고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재도약의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안양교도소는 오늘도 힘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더는 피하기만 하고 내 일이 아니라는 식의 무관심이 아닌, 그들이 보다 개선된 시설에서 복역 기간 동안 제대로 교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혜안일 것입니다.



박소영
정책기자단|박소영py60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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