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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정책기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소감기

정책기자 이재형 2020.01.13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누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말기 암환자들에게 하루하루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지난해 6월 ‘MBC 스페셜’에서 암 투병 중인 한 청년의 삶을 보았다. 이 청년이 던지는 죽음에 관한 얘기를 먼저 꺼내고자 한다.

송영균 씨는 1987년 스물여덟이 되던 해에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공익인권변호사를 꿈꾸며 로스쿨에 입학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5번의 대수술과 20번이 넘는 항암치료, 그리고 ‘더 이상 치료법이 남아있지 않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래도 송 씨는 남은 생을 힘들게 버텨내면서 죽음을 준비했다.

송 씨는 암 투병을 시작한 후 존엄한 죽음에 대해 항상 생각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극심한 고통에도 연명치료를 중단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2019년 12월 말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53만여명으로 급증했다.(출처=국립연명의료관리 홈페이지)
2019년 12월 말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53만여명으로 급증했다.(출처=국립연명의료관리 홈페이지)

말기 암환자 얘기를 꺼낸 것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보통 집 안에 암환자가 있으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고통도 크다. 아무리 말기 암환자라고 해도 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등 엄청난 암 치료비 때문에 환자가 죽은 후 남겨진 가족들의 생활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앞서 예를 든 송영균 씨처럼 살아생전에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많다. 이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과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사전의향서 작성자 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2018년 2월~12월까지 8만6000여명이었다. 그런데 2019년 12월 말에는 총 53만여명으로 급증했다. 그만큼 웰다잉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전의향서 등록기관은 전국의 건강보험공단 지사, 보건소, 의료기관, 비영리 법인 또는 단체 등 400곳이 넘는다.
사전의향서 등록기관은 전국의 건강보험공단 지사, 보건소, 의료기관, 비영리 법인 또는 단체 등 400곳이 넘는다.


개인적으로 내 작은 아버지도 지병인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병원에서 간암 말기로 6개월 동안 연명치료를 하느라 가족들의 간병 고생은 물론 병원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사전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아 2018년 12월 돌아가실 때까지 병원에서 마음대로 퇴원할 수도 없었다. 결국 아파트가 병원비로 날아갔다.

요즘은 웰빙(Well-being)이 아니라 웰다잉(Well-dying)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령화와 1인 가구의 확산으로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웰다잉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사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생을 마무리할 때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죽는 방식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한다. 대부분 임종 직전에 가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다. 그 때는 본인이 의식이 없거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건강할 때 사전의향서를 통해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미리 작성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과 더불어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전국 지사에서 사전의향서 상담과 등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전의향서 등록기관은 전국의 건강보험공단 지사, 보건소, 의료기관, 비영리 법인 또는 단체 등 400곳이 넘는다. 지난해 10월 31일 기준 전체 등록자 42만명의 63.7%(약 27만명)가 건강보험공단을 찾아서 상담 받고 등록했다.

건강보험공단 성남지사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상담받고 있는 모습이다.
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상담받고 있는 모습.


그렇다면 나도 건강할 때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가까운 건강보험공단을 찾았다. 건강보험공단에 가니 따로 사전의향서 상담실이 있다. 상담실 앞에 나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그중 성기만(81) 씨는 지난해부터 사전의향서를 생각해오다 등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왔다고 한다. 성 씨는 “사전의향서는 자식들에게 의료비 부담도 주지 않고, 죽을 때 본인 고통을 연장하지 않으니 좋지 않겠느냐?”며 자신이 먼저 등록을 한 후 아내에게도 권하겠다고 한다.

상담실에 들어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니 직원이 친절하게 1:1 상담을 한다. 연명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묻는 것이다. 전문상담사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해 약 15분 간 설명과 상담을 진행했다. 추후 임종과정에서 시행하는 연명의료인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수혈, 인공호흡기 착용, 혈압상승제 투여 등 무의미한 연명 의학적 시술을 하지 않는데 대해 동의하고 서명했다.

상담이 끝난 후 상담자가 내 주민등록증을 받아 정보를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했다.(등록시 신분증 지참 필수) 등록하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등록이 끝나자 휴대폰으로 사전의향서 등록이 됐음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사전의향서 효력은 등록증 발급·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유효하다.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한 자료는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법적 효력을 인정받게 된다. 등록을 한 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취소도 가능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는 등록증 발급도 함께 신청할 수 있다. 등록증은 약 3개월 후 자택으로 보내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는 등록증 발급도 함께 신청할 수 있다. 등록증은 약 3개월 후 자택으로 보내준다. 사진은 상담사의 등록증이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등록기관에서 의향서를 작성할 때 등록증 발급도 함께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나는 등록증 발급도 신청했다. 등록증 발급은 작성자 본인이 사전의향서 작성 사실을 확인하고 평소 증명할 수 있는 형태로 소지하길 원하는 작성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내가 큰 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의식이 없을 경우 등록증으로 연명의료 의사가 없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등록증은 우편으로 3개월 후 집으로 발송된다.

톨스토이는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 역시 죽음을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꺼린다. 그러나 죽음을 맞이하기 이전에 삶을 정리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그것은 개인적으로 큰 불행이 아닐까? 2018년 2월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회복 불가능한 환자가 원치 않으면 임종기 연명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사전의향서는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가까운 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신분증을 가지고 가면 등록할 수 있다.
사전의향서는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가까운 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신분증을 가지고 가면 등록할 수 있다.


나도 의사표시 능력이 있을 때 직접 작성했다. 사전의향서는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수명만 연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힘들게 삶을 버티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힘들다. 사전의향서를 작성하고 나니 뭔가 홀가분한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말기 암환자 송영균 씨처럼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는 누구나 필요하지 않을까?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상담기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 https://www.lst.go.kr/ 
   ☎1855-0075
   전국 건강보험공단 지사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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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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