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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500원에 작업복이 뽀송뽀송

[가보니] 전국 최초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현장 취재기

2020.02.18 정책기자 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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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주촌면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김 모(45) 씨는 기름때가 잔뜩 묻은 작업복을 세탁하는 것이 매번 고역이었다. 작업복이 유해물질에 오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집에서는 물론 동네 세탁소에서도 퇴짜 맞기 일쑤였다.

지난해 11월 경남도가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를 운영하면서 김 씨처럼 작업복 세탁에 어려움을 겪던 노동자들의 고민이 단번에 해결됐다.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는 퇴근할 때 작업복을 1벌 당 단돈 500원에 맡기면 출근 시 깨끗하게 세탁돼 돌아오기 때문이다.

작업복을 제때 제대로 세탁하지 못했던 노동자에게 복지혜택을, 세탁 일을 맡은 자활센터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정부혁신박람회’에서 대표적인 정부혁신 성과로 소개되기도 했다.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는 퇴근할 때 작업복을 1벌 당 단돈 500원에 맡기면 출근 시 깨끗하게 세탁해 돌아온다.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는 퇴근할 때 작업복을 1벌 당 단돈 500원에 맡기면 출근 시 깨끗하게 세탁해 돌아온다.


‘노사민정 협력모델’로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는 중소기업이 밀집한 경남 김해시 주촌면 골든루트 산업단지 내에 문을 열었다.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해 11월 1일부터 ‘가야클리닝’이란 간판을 달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경남도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들을 위해 지자체가 세탁소를 설치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 작업복 세탁시설을 갖추거나 전담업체가 있지만 중소 영세기업의 경우 개인이 세탁물을 집에 가져가야만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전국에서 소규모 영세기업이 많기로 손꼽히는 경남 김해시의 경우 혼자 사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 세탁기 장만이 어려울뿐더러 가정과 세탁소에서는 기존 세탁물과 교차오염 우려로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러한 노동복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세탁소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특수세제로 세탁후 마무리 건조작업을 하는 세탁소 근로자의 모습.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특수세제로 세탁 후 마무리 건조작업을 하는 세탁소 근로자의 모습.


경남도는 김해시와 세탁소 설치비와 운영비 등 3억9000만원을 부담했으며,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조합원들이 모은 기금으로 세탁물 수거 배달을 위한 1톤 탑차를 기증해 힘을 보탰다. 뿐만 아니라 김해상공회의소는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이용과 홍보를 실시하는 한편 책상과 냉장고 등 세탁소에 필요한 비품을 지원했다.

무엇보다 국비 등으로 운영되는 만큼 세탁-수거-배달까지 단돈 ‘500원’이라는 초저가 세탁비로 운영이 가능해졌다. 특히 김해지역자활센터가 위탁운영을 맡아 지역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주민 8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에 한몫했다.

김해지역자활센터에서는 한 달간 집중 직무교육을 통해 세탁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250㎡ 면적의 세탁소에는 50kg 대형 세탁기 2대와 35kg 1대, 55kg 건조기 2대가 갖춰져 있었다. 프레스와 다리미, 재봉틀 등 전문 세탁소 못지않은 장비로 하루 40벌 이상의 작업복을 세탁하고 있었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이 세탁소의 따뜻한 손길을 거쳐 깨끗하게 변신한 모습.
기름때 묻은 작업복이 세탁소의 따뜻한 손길을 거쳐 깨끗하게 변신한 모습.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는 김해시에 위치한 골든루트 일반산단을 비롯해 테크노밸리 일반산단, 덕암 일반산단, 내삼 농공단지 등 4개 산업단지에 소재한 30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한 벌에 5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수거부터 세탁, 배달까지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며, 업체별 방문 횟수 등은 수량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또한 정기이용, 1회 이용, 당일 결제, 월말 정산 등 다양한 결제 시스템으로 이용가능하다.

세탁소 운영을 맡고 있는 유은혜 김해지역자활센터 사회복지사는 “아직은 초기 단계라 당초 수요조사보다는 30% 수준”이라면서 “한번 이용한 업체에서는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 정기업체 등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업복 세탁소를 이용하는 근로자 박 모 씨는 “작업복에 기름 묻은 걸 일반 세탁소에 가면 잘 안받아준다”며 “공단 근처에 있어 개인적으로 이용하기도 편리하고, 한 벌에 500원밖에 안하니까 경제적 부담도 없다. 뽀송뽀송한 세탁물을 받으면 일을 시작할 때 기분도 상쾌하다”고 말했다.

김해지역자활센터가 위탁운영을 맡아 지역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주민 8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김해지역자활센터가 위탁운영을 맡아 지역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주민 8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경남도는 첫 공동세탁소 운영결과를 분석해 진주시와 양산, 통영 등 산업단지가 많은 다른 시·군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경남 김해시의 사례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노사민정 협력모델 우수 사례로 발굴하고, 그동안 사업의 전국 확산을 위해 현장 의견 수렴과 관계기관 협의를 계속해왔다.

올해 1월부터 작업복 공동세탁소 공모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산재예방시설 지원사업’의 하나로 추진된다. 신청대상은 산재보상보험에 가입한 산업단지 관리 주체나 입주 사업장, 사업주 단체다. 사업대상지로 선정되면 공동세탁소 설치비용의 50%를 최대 1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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