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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은 택배 없는 날… 노고에 늘 감사드립니다

2020.07.24 정책기자 최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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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내 귀가보다 택배 도착을 더 반긴다. “택배 왔습니다”라는 말이 들리면 얼굴에 화색이 돌아 별명이 ‘택배 요정’이다. 택배 상자를 뜯으며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택배 기사의 생활은 고단하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쇼핑 대신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택배 물량이 코로나19 전에 비해 30% 가량 늘어나 하루 배송 물량이 300개에서 400개 정도로 늘었다고 한다. 400개를 배송하려면 보통 1분 10초에 1개를 배송해야 한다니 그 업무 강도가 얼마나 셀지 상상조차 힘들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해 택배 물량이 30% 가량 늘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해 택배 물량이 30% 가량 늘었다.


택배 기사들은 토요일에도 쉬지 않는다. 일요일과 공휴일 등 ‘빨간 날’만 쉰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시간조차 없어 약으로만 버티니 몸은 더 망가진다. 새벽 배송을 하다 과로로 숨진 택배 기사의 사례가 그들의 고된 업무를 대변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밤 11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배송하는 택배 차량이 보인다. 새벽에 출근하며 현관에 놓인 택배를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한밤중에 배송하고 가는 거였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퇴근하지 못한 택배 차량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퇴근하지 못한 택배 차량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비가 오는데도 우산이나 우비는 사치다. 하나라도 빨리 배송을 마치기 위해 비를 맞으며 물건을 내리고 정리하고 배송하는 택배 기사의 뒷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비를 맞으며 택배 상자를 정리하는 택배 기사의 모습에서 열악한 근무여건이 느껴진다.
비를 맞으며 택배 상자를 정리하는 택배 기사의 모습에서 열악한 근무 여건이 느껴진다.


큰 물건을 차에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입는 허리와 어깨 통증은 늘 달고 산다. 택배 크기를 선별해서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한다.

커다란 짐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부상은 필연적이지만 병원 갈 시간조차 없다.
커다란 짐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부상은 필연적이지만 병원에 갈 시간조차 없다.


택배 기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갑질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나 빌딩에서 ‘택배 기사 승강기 사용 금지’란 공고문을 부착해 논란이 일기도 했고, 택배 물량이 밀려 배송이 늦거나,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짜증을 내거나 막말을 퍼붓는 사람도 힘들게 한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가장이란 생각으로 우리가 보듬어야 한다.

반면에 이런 택배 기사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택배 기사를 위해 시원한 생수나 음료수, 마스크를 건네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니 다행이다.

퇴직 후 전원주택을 지어 귀촌한 형의 집을 얼마 전 방문했다. 집 앞에 중고 소형 냉장고가 놓여 있어 자세히 보니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택배 기사님, 집배원님, 검침원님 더운데 수고가 많으세요. 냉장고에 물과 음료가 있으니 드시고, 물티슈도 가져다 사용하세요. 집주인’이라는 문구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다양한 음료수 20여개와 생수, 물티슈까지 들어 있다. 뜨거운 여름에 자신을 위해 수고해주는 분들께 감사함을 한껏 담아 둔 냉장고를 보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택배 기사들이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음료가 가득한 소형 냉장고
택배 기사들이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음료가 가득한 소형 냉장고.


며칠 후 계단을 걸으며 올라오는데 형 집 냉장고와 비슷한 글귀가 써진 세대가 보인다. 현관에 소풍용 아이스박스가 놓여 있다. 냉장고에서 얼린 시원한 생수를 소형 아이스박스에 내놓았는지 “더운데 수고가 많으십니다. 아이스 백 안에 얼음물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벽에 부착되어 있다. 택배 기사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나눔 운동이 확산하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소형 아이스박스에 얼린 생수를 택배 기사를 위해 제공한다.
소형 아이스박스에 얼린 생수를 택배 기사를 위해 제공한다.


승강기에서 만난 택배 기사에게 물었더니 “배달하며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젖어 파김치가 되는데 얼음물을 하나 집어 들고 가면 더위가 싹 가십니다. 배려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택배 기사들에게 정말 반가운 소식도 있다. 택배 회사의 협조로 택배 기사들이 오는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해 하루 쉰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급증해 늘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 기사들에 한여름의 단비 같은 휴일이 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도 SNS에 ‘기사님들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응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처음으로 8월 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되었다.(사진=KTV)
8월 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되었다.(사진=KTV)


아파트에서 만난 택배 기사에게 “택배 없는 날 지정으로 다음에 물량이 몰려서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여쭸더니 “물량이 다음날 증가하더라도 하루를 공동으로 쉴 수 있고, 특히 15, 16일까지 사흘 연휴를 쉴 수 있어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갈 계획이라 너무 좋습니다”라고 한다.

택배 기사를 시작한지 처음으로 공식휴일을 갖게 돼 가족여행을 가려고 계획중이라고 한다.
택배 기사를 시작한지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가려고 계획중이라 기쁘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택배 기사의 과로가 심각한 상황에서 택배 기사에게 하루 휴일을 보장하는 ‘택배 없는 날’ 지정은 택배 기사를 먼저 배려한 훌륭한 결정이다. 무더위에 고생하는 택배 기사, 집배원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운동으로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택배 기사의 일상을 취재해보니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최병용
정책기자단|최병용softma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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