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 낙동강에서 뇌전증 치료제로 쓰이는 ‘가바펜틴’이 검출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낙동강에서 검출된 약물은 정수장을 거치면서 독성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변환되어 가정 내 수돗물로도 공급될 수 있다니 꽤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번에 검출된 가바펜틴의 독성이 극미량이라고 하지만 점점 누적된다면 인체는 물론 낙동강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동·식물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강에서 가바펜틴이 검출된 이유에 대해서는 가정에서 처리한 폐의약품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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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나온 수많은 폐의약품들. 올바른 방법으로 처리하기 위해 모아보았다. |
기사를 접한 후 생각해보니 병원과 약국에서 연간 적지 않은 약을 받아오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처분한 기억이 없어 유통기한이 지난 약들을 모아보기로 했다. 평소 약을 보관하는 장소는 물론 서랍에 있던 약까지 모두 모으니 꽤 많은 약이 모였다.
유통기한이 지난 폐의약품을 처리하기에 앞서 내 주변 사람들은 폐의약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지, 또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설문 조사를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설문은 자취하는 학교 후배와 지역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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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을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 |
폐의약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가장 많은 32%가 ‘자세한 처리 방법을 알지 못함’이라고 응답했고, 26%가 ‘약을 처방 받은 곳’이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22%), ‘가정 내 배출(분리수거 포함)’(18%), ‘병원’(2%) 순이었다.
다음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가정에서 어떻게 처리하고 있냐는 물음에는 가장 많은 38%가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에 의약품을 반납한다고 응답했고, ‘일반쓰레기&하수관 배출’(33%), ‘따로 배출하지 않음/잘모름’(19%), ‘지정된 장소에 배출’(10%)의 순서로 응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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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지난 약의 처리를 위해 의약품을 팩에 모았다. |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 도대체 어떻게, 어디에서 처리해야 할지 환경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환경부 담당자는 폐의약품이 가정 내 쓰레기 종량제봉투로 배출되어 국민의 생명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2009년부터 폐의약품을 별도로 배출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며 현재 폐의약품 처리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한 조례에 따라 분리 배출이 시행되고 있다고 했다.
환경부 담당자는 폐의약품은 생활계 유해 폐기물로 가정의 하수구나 종량제봉투에 버리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우선 가까운 보건소를 통해 폐의약품을 처리할 수 있고, 국민이 더욱 편리하게 폐의약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의약품 수거처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까운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국민이 더욱 편하게 폐의약품을 반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지속해서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상당수 약국에서 이에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 법적으로 규정된 바는 없어 약국이 반드시 폐의약품을 수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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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주민센터에서 폐의료약품 수거함을 찾을 수 있었다. |
폐의약품 처리 장소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니 실제로 최근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별도의 유해 폐기물 수집 장소를 마련하고 있어 언제든 폐의약품을 버릴 수 있고, 지역 건강보험공단이나 대형병원에서도 폐의약품을 수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대다수의 약국과 지역 주민센터에서도 폐의약품을 수거하고 있었다.
폐의약품 처리에 대해 알아보며 가정 내에서 임의로 의약품을 배출하는 것이 환경은 물론 인간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민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유해 폐기물인 폐의약품을 지정된 수거처에서 처리하고, 정부는 관계 법령을 강화해 국민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의약품을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정책의 수혜자이자 옵저버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