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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열차는 잠시 후 추억역에 도착합니다” - 순천 철도관사마을

2017.0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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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열차는 잠시 후 추억역에 도착합니다” - 순천 철도관사마을
홀로 떠나는 기차여행은 분명 호사스러운 일이다. 할 일이 잔뜩 쌓인 사람이나 언제부턴가 여행에 어린 아이가 하나 둘 동반하게 된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오늘 하루! 산적한 일과 운전대에서 나를 해방시켜 훌쩍 기차에 몸을 싣는다. 여행은 때로 결단이다!

기차를 타고 어디로 갈까? 1. 기차를 충분히 타고, 기차역과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다. 2. 무엇을 하는 것보다 조용히 걷고 싶다. 3. 카메라를 들고 갈 예정이니 이색적인 풍경이나 이야기가 있으면 더욱 좋겠다. 그렇다면, 오늘의 목적지는 순천 철도관사마을이다.
1930년대 조성된 순천관사마을의 옛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이성완 작가댁
내 기억 속의 기차
이른 아침, 카메라를 메고 백팩에 책 한 권을 넣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너무도 번듯하게 변신한 용산역과 역 주변 모습에 새삼 놀라며 역 안으로 들어간다. 7번 플랫폼에 오늘 나를 순천으로 데려다줄 무궁화호 1503 열차가 승객을 기다린다. 요새는 좀처럼 맡기도 힘든 오리지널 디젤 가스를 퐁퐁퐁 내뿜으며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시공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기차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경주로 가는 수학여행 열차의 들뜬 기억일 수도 있고, 까까머리 고교 시절 통학열차의 지루했던 일상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시골 할머니에게 가는 포근한 추억이고, 어떤 이에게는 피난 열차의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여행은 때로 결단이다! 혼자 기차 타고 순천 철도관사마을로 떠난다.
[왼쪽/오른쪽]카메라에 백팩 하나 메고 떠나는 기차여행 / 구례 섬진강 어디쯤일까? 백일홍이 예쁘게 피었다.
순천으로 가는 몇 시간 동안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기차여행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본다. 초등생 시절 그토록 넓어 보이던 서울역 광장,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 같았던 디젤기관차, 어렵사리 표를 구해 올랐던 명절 귀경길의 통일호 입석, 대학 1학년 첫 MT 때 탔던 경춘선 열차의 그림 같은 풍경들…. 기차여행의 장점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망각의 상자 속에서 잠자고 있던 기억들을 하나 둘 길어 올리면서 일과 업무, 살아갈 궁리에 시달렸던 뇌를 잠시나마 쉬게 하는 것이다. 기차에 몸을 싣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는 이유다.

한국 철도의 역사는 기차에 대한 이러한 수천만 개의 기억들이 모여서 이뤄져 있다. 순천 철도관사마을도 그 수없이 많은 장면 속에 한 챕터를 구성하고 있다.
철도마을을 보는 3단계 방법
순천철도사무소 직원을 위해 조성된 철도관사마을은 순천역과 가깝다. 순천역 뒤편 육교로 철길을 건너면 바로 마을이다.
철도관사마을의 랜드마크, 카페 ‘기적소리’
철도관사마을 지도와 안내판
철도관사마을은 순천역 가까운 곳에 있다. 순천역에 도착해 광장으로 나가 우측으로 300여m 가면 ‘철도시설공단 호남지역본부’가 나오고, 거기서 우측으로 꺾어 육교에 올라 철길을 건너면 철도관사마을 입구다. 마을 앞 체육공원을 지나니 철도 분위기 물씬 풍기는 건물을 만난다. 철도마을 탐방의 출발점인 철도마을박물관과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카페 ‘기적소리’다. 찰~칵! 철도마을의 랜드마크이자 관문을 우선 카메라에 담는다.

카페 앞에 간단한 마을 안내판과 지도가 있다. 하지만 약도만 봐서는 어떤 동선으로 마을의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하다. 멀리 보이는 수정아파트 남쪽으로 바둑판처럼 잘 구획된 주거지 전체가 철도관사마을인 조곡동이다.

오늘 기차여행의 콘셉트인 ‘조용히 걷기, 이색적인 풍경 카메라에 담기, 흥미로운 옛이야기 듣기’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철도마을 탐방 방법을 3단계로 정리했다.
Step 1. 혼자 마을 걷기_죽도봉 산책
죽도봉 전망대로 가는 산책로
죽도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관사마을
먼저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죽도봉으로 향한다. 마을 서쪽을 감싸고 있는 죽도봉에 작은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다. 카페 기적소리 옆으로 난 마을의 중심도로를 따라가다가 수정아파트에 이르러 좌측으로 들어서면 숲 산책로가 나온다. 150m 남짓의 짧은 포장길이지만 숲이 우거져 제법 운치가 있다. 마을 초입의 ‘기적소리’에서 죽도봉으로 가면서 마을의 입지 조건과 분위기를 느껴본다. 마을은 북쪽으로 갈수록 얕은 경사가 있지만, 거의 평지에 가깝다. 바둑판처럼 잘 구획된 택지 안에 단층으로 지어진 일본풍 가옥들이 잘 들어서 있다. 그중에는 새롭게 리모델링한 주택도 있지만 건축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가옥도 적지 않다. 관사 가옥의 변천사나 일본식 가옥과 우리나라 단독주택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철도마을을 즐기는 소소한 재미다.
우리나라 단독주택과 느낌이 다른 일본식 가옥. 박혁수 씨 가옥은 간이역의 모습과 닮았다.
남북으로 뻗은 철도관사마을 중심도로. 옛 개천이 있던 곳을 복개했다.
순천 철도관사마을은 1936년, 순천철도사무소 직원들을 위해 조성한 주거 단지다. 현재는 약 60가구가 남아 있으나 당시 마을에는 152채의 관사가 있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조선인 철도 노동자였다. 관사의 규모는 직원의 지위에 따라 330m²에서 2000m²까지 다양했지만, 대체로 400m² 정도였다고 한다. 전용면적 121평이니 지금과 비교해도 작은 규모는 아니다. 그뿐 아니다. 마을의 입구와 중앙에는 운동장과 병원, 구락부(클럽), 목욕탕 등 부대시설이 있었다고 하니, 당시에는 순천 최고의 복지타운이었다.
옛 철도 사진으로 조성한 벽화거리와 철도 퇴직자들의 모임 철우회 건물
철도관사마을은 골목길, 대문까지 그 느낌이 우리 것과 사뭇 다르다.
죽도봉으로 가면서 마을의 이곳저곳을 훑어본다. 철도 가족의 옛 사진으로 장식한 벽화는 왠지 보고만 있어도 아련하고 짠하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마을 구조와 확연히 다른 이색적인 마을 풍경과 일본식 가옥의 모습도 예습하듯 꼼꼼히 살펴본다. 철도 테마 마을로 자리 매김 중인 철도관사마을에서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것은 큰 흠이 되지 않는다. 단, 얼굴엔 미소 가득!
Step 2. 마을 이야기 듣기_철도마을박물관
철도관사마을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철도마을박물관. 2, 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이용되고 있다.
철도관사마을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철도마을박물관. 2, 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이용되고 있다.
철도마을박물관의 꼬마 방문객을 위한 미니열차도 마련되어 있다.
죽도봉에서 내려와 다시 마을 초입 철도마을박물관으로 돌아온다. 철도마을박물관의 관람 포인트는 거창한 철도의 역사보다는 간단한 철도 문화 체험과 추억의 디테일을 되살리는 데 있다. 은하철도 999를 떠올리게 하는 승무원 모자와 승무원 재킷을 입어볼 수 있고, 종이기차 접기도 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 나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았던 전시품은 우리나라 철도 개통 이래 승차권을 모두 모아놓은 작은 액자였다. 아마도 거기에 전시되어 있는 네 종류의 승차권을 모두 사용해봤기 때문이었으리라. 순간, 철도원 아저씨가 개찰구에서 '딸깍' 소리를 내며 승차권에 작은 홈을 내주던 기억과 엊그제 승차권 예매 애플리케이션으로 용산↔순천 왕복 승차권을 2분 만에 발권한 기억이 교차한다.
한국 철도 승차권의 역사를 한눈에
철도마을박물관에서는 꼭 만날 사람이 있다. 철도마을의 지킴이이자 마을 해설사로 활동 중인 조종철 사무장이다. 마을을 혼자 둘러본 후, 반드시 조종철 사무장과 마을을 다시 한 번 둘러보기를 권한다. 방금 전 죽도봉 전망대로 가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것들이 다시 옛이야기를 입고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망대로 가기 전 지나쳤던 수정아파트가 옛 순천철도사무소의 국장 관사 자리였다는 사실, 마을의 모든 관사가 북쪽으로 대문이 나 있는 이유, 마을 북쪽으로 갈수록 등급이 높은 관사가 자리 잡고 있는 것 등 조 사무장은 철도공사에 근무했던 전문성을 살려 철도관사마을의 숨은 이야기와 역사적 맥락을 쏙쏙 짚어준다. 좋은 여행의 비결은 훌륭한 가이드를 만나는 것이다.
Step 3. 마을 깊이 보기_관사 방문
철도관사마을 조성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이성완 작가 댁
철도관사마을을 보다 깊이 보기 위해서 조 사무장과 함께 관사를 직접 방문해본다. 마을 중심도로를 따라 북으로 올라가다가 우측 골목으로 약간 들어가니 집 앞에 잘 가꾼 정원수와 청동 조각상이 있는 가옥이 나온다. 붉은 문이 인상적인 이 집은 한눈에 봐도 아우라가 예사롭지 않다. 대문 명패에 주인장의 함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李, 約, 實. 관사마을 조성 당시 관사 가옥의 옛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고(故) 이약실 선생의 댁이다. 지금은 아들 이성완 작가가 머물고 있다.
[왼쪽/오른쪽]관사 현관의 모습 / 집 뒤편의 장독대. 관사 가옥의 겉모습은 분명 일본풍이지만, 자연스럽게 한국에 동화된 일본 스타일이다. 관사 마을이 왜색 문화와 거리가 있는 이유다.
정원의 모습. 집주인 이성완 작가(왼쪽)와 마을 해설을 해주신 조종철 사무장(오른쪽)
대문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마치 영화에서처럼 순식간에 국경이 바뀐 듯하다. 아담한 일본식 목조 건물과 전형적인 일본풍 정원, 그리고 현관 앞에 놓인 검도 호구까지. 전통 료칸에 온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옛날 일본을 닮기 위해 안달하던 이들의 왜색 문화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한국에 동화된 일본 스타일이다. 70년 넘게 이 집에서 복닥복닥 살아온 분들이 삶의 힘으로 바꿔낸 것이다. 이 작가는 화가이자 조각가다. 예사롭지 않던 집 안팎의 소품들은 대부분 이 작가의 작품이다. 현관의 검도 호구 역시 이 작가의 작품 ‘자화상-검투사’이다.

이 작가의 부친은 일제강점기 철도학교를 나와 순천역 운행사령을 지냈다. 아버지를 따라 이 작가 가족은 이곳 철도관사마을에 터를 잡게 되었다. 이 작가는 이 마을에서 줄곧 성장했다. 국장 관사 안에 있던 커다란 나무를 타며 놀던 이야기, 지금은 복개하여 마을의 중심도로가 된 마을 개천과 그 개천 좌우로 무성했던 벚꽃의 추억, 그리고 그 개천으로 물이 잘 빠져 50여 년 전 순천을 덮쳤던 물난리에도 관사마을은 끄떡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으니, 마치 순천의 옛 기록영화가 영사되는 듯하다.
[왼쪽/오른쪽]철도관사 가옥의 다다미방 / 부엌
집 안으로 들어가니 아담한 다다미 살림방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장식 없는 민자 붙박이장이며, 우리 전통창호와 달리 단순한 격자의 일본식 창호도 그 옛날 그대로다. 철도관사마을은 조성 당시 건축자재인 삼나무도 모두 일본에서 직접 들여와 조립했다고 한다.
철도관사마을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 ‘기적소리’
카페 ‘기적소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열차 시간을 기다린다. 철도관사마을은 순천역과 가까워서 번잡한 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지 않고, 열차 시간 15분 전 마을에서 바로 순천역으로 가도 충분하다.
[Travel Tip] 순천 여행의 New 베이스캠프, 게스트하우스 ‘기적소리’
철도관사마을과 함께 순천을 좀 더 꼼꼼히 둘러보고 싶다면, 철도관사마을 게스트하우스 ‘기적소리’에서 1박하는 것을 권한다. 철도관사마을은 시내 중심에 있기 때문에 순천만국가정원, 순천 아랫장-웃장, 순천만, 봉화산둘레길, 드라마촬영장 등 순천 시내의 대표 관광지에 20~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여행정보

철도관사마을(철도마을박물관, 게스트하우스)

  • 주소 : 전라남도 순천시 자경2길 10-5
    문의 : 010-8952-****(철도마을박물관 조종철 사무장), 010-8962-1936(게스트하우스 ‘기적소리’)

철도관사마을 축제 ‘칙칙폭폭’

  • 시기 : 매년 7월
    장소 : 철도관사마을 일원
    주요행사 : 칙칙폭폭 달빛마실, 한일문화체험, 동네한바퀴, 대나무 물총놀이 등
  • 1. 주변 음식점
    • 대대선창집 : 짱뚱어탕 / 상사호길 80 / 061-741-3157
    • 진달래식당 : 한식 뷔페 / 백강로 18 / 061-721-1010
    • 명지원 : 소갈비정식, 광양불고기정식 / 연향상가길 31 / 061-723-2392
    2. 숙소
글, 사진 : 이병유(여행작가)
* 위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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