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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길에 첫사랑이 내려앉다

[겨울여행] 경기 양평 구둔역 폐역

2016.12.23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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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간이역에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느낄 수 없는 옛 정취가 살아 있다. 철길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수십 년 전 간이역의 풍경은 지금도 여전하다. 올겨울 새 단장을 마친 경기 양평의 구둔역 폐역도 그중 하나다.

구둔역은 추억의 장소가 되었지만 청량리 방면을 알리는 이정표는 그대로 남아 있다.
구둔역은 추억의 장소가 되었지만 청량리 방면을 알리는 이정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용객이 적고 역장이 배치되지 않은 작은 역, 바로 간이역이다. 일반 역에 비해 규모가 작은 간이역은 인적은 드물지만 나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문학 작품 속 배경으로 등장해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800여 개의 간이역이 있고 그중 24개 간이역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경기 양평군에 위치한 구둔역 폐역(이하 구둔역)도 그중 하나다. 80년 가까이 소박한 간이역으로 자리해온 구둔역이 지난 12월 2일 새 단장을 마치고 농촌 문화를 품은 예술적 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에서 차로 약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구둔역은 구불구불한 산길과 시골길을 한참 달린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곳에 간이역이 있을까 싶을 만큼 깊숙한 곳까지 차를 몰고 들어오면, ‘구둔’이라는 낡은 명패를 단 조그마한 역사가 외딴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구둔역은 첫사랑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간이역이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주인공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이 풋풋한 20대 초반의 우정과 사랑을 쌓아 올린 장소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흥행 이후 구둔역은 애틋한 첫사랑의 배경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가 돼왔다. 그래서일까. 역사 옆에는 빨간 벽돌과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진 ‘고백의 정원’이 조성돼 있어 연인들의 고백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시간 대신 사랑, 희망, 행복, 기쁨 등의 단어가 쓰인 시계 앞에서 특별한 시간을 갖거나 기억해보는 것도 좋겠다.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구둔역 전경.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구둔역 전경.

시간 대신 사랑, 희 망, 행복 등의 단어가 쓰여 있어 연인들의 고백 장소로 안성 맞춤인 ‘고백의 정원’.
시간 대신 사랑, 희망, 행복 등의 단어가 쓰여 있어 연인들의 고백 장소로 안성 맞춤인 ‘고백의 정원’.

역사와 광장, 철로, 승강로까지 등록문화재로 지정
영화 ‘건축학개론’ 속 주인공들의 추억의 장소

1940년 4월 간이역으로 만들어진 구둔역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질곡의 세월을 견뎌왔다. 서울 청량리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몇 차례씩 지나갔지만 지난 2012년 폐역이 된 뒤 사람들의 발길도 잦아들었다. 낡은 철로 옆에는 이제는 달리지 못하는 무궁화호 열차 한 대만이 쓸쓸하게 놓여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옛 간이역의 존재를 환기시키며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구둔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여행자들을 반기는 건 역사 앞의 터줏대감인 개 ‘몽구’다. 몽구와 인사를 나누고 삐걱거리는 철문 안으로 들어서면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대합실을 만나게 된다. 열차시간표가 적힌 표지판을 떼지 않은 대합실은 마치 구둔역이 지금도 운행하는 간이역인 듯 착각하게 만든다.

철로 쪽으로 발길을 옮기자 ‘까몽이네’에서 승차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대합실 일부를 카페로 개조한 까몽이네에서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승차권과 함께 구둔역 고목에 걸 수 있는 ‘소원의 황금티켓’을 제공하고 있다. 카페 천장에는 수십 년 전 세운 낡은 목재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문화재로 지정된 구둔역사를 되도록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과거와 현재를 접목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목조 양식의 구둔역은 역사와 광장, 철로, 승강로까지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됐다.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 에서 두 주인공은 양평 구둔역을 찾아 추억을 쌓는다. (사진=영화 ‘건축학개론’ 스틸컷)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 에서 두 주인공은 양평 구둔역을 찾아 추억을 쌓는다. (사진=영화 ‘건축학개론’ 스틸컷)

승강장으로 나가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커다란 고목이 우뚝 서 있다. 나뭇잎 대신 방문객들의 소원을 적은 황금티켓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어 마치 남산타워의 자물쇠를 방불케 한다. 청량리행을 알리는 이정표도 햇살을 머금고 철로 변을 지킨다. 멈춰 선 기관차와 객차 역시 철로 한편에서 겨울 역의 아련한 정취를 더한다.

구둔역이 있는 구둔마을은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때 한양으로 넘어서는 언덕길에 진지 아홉 개가 있어 구둔(九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전란 때마다 격전지였던 구둔역은 마을이 폐허가 된 6·25전쟁 당시에도 허물어지지 않고 지금의 모습을 지켰다고 한다.

구둔역에서 벗어나 용문 방향으로 이동하면 용문사, 친환경농업박물관 등이 자리한 용문산 관광지가 나타난다. 천년 고찰 용문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 코스가 인기다. 용문사 경내에는 국내 최대 수령과 높이를 자랑하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가 눈길을 끈다. 한적한 숲 산책을 원한다면 쉬자파크도 추천할 만하다. 백운봉 자락에 위치한 쉬자파크는 휴식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관찰데크와 잔디광장, 초가원, 솔쉼터 등이 조성돼 있다. 근처의 중미산자연휴양림은 토성과 목성 등 행성을 테마로 한 숙소를 새롭게 개장했고, 휴양림 옆에 중미산 천문대가 들어서 밤하늘의 별자리도 관찰할 수 있다.

구둔역 철길 앞에 자리한 고목에는 방문객들의 소원을 적은 황금티켓이 걸려 있다.
구둔역 철길 앞에 자리한 고목에는 방문객들의 소원을 적은 황금티켓이 걸려 있다.

위치 경기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내비게이션에 ‘구둔역 폐역’으로 검색)
주변 볼거리 용문사, 들꽃수목원,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쉬자파크, 세미원, 양평보릿고개마을 등
문의 031-770-2099(양평군청 관광진흥과)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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