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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저작권 이야기

매케인과 유튜브의 갈등

[생활속의 저작권 이야기] ①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저작권 논란이나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저작권 이야기’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뵙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2008년 11월 4일 막을 내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미국 선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 세계 정치와 경제의 판도가 변하고 그에 따라 외교정책도 바뀌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이 세계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다. 사람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만 관심을 쏟았던 것은 아니다. 전국 규모의 선거는 그 사회의 역량과 문제점을 동시에 입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사 중에 저작권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기사가 한 가지 있었다. 공화당 매케인 후보 진영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서 자신들의 선거 홍보 비디오를 무조건 내린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현행 저작권 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당사자들은 인터넷을 둘러싼 논란을 정치적인 공방으로 확산시키지 않고 있다. 법제도 안에서 차분하게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성숙도를 반영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저작권법이 있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존 매케인과 그의 아내 신디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EPA=연합뉴스)

공정사용 제도로 아무 문제 없는 매케인 홍보영상

문제의 비디오들은 CBS나 Fox 텔레비전에서 보도된 뉴스들을 10초 내외로 끊어서 수록하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미국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공정사용(fair use)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사용은 저작권 침해 면책 사유로 이에 해당할 경우 저작권 침해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미국 법상 공정사용은 저작물의 성격, 사용 목적, 사용되는 양과 사용의 상당성, 그리고 저작물 사용으로 인한 시장의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홍보 비디오는 후보의 인격과 정책의 장점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고 그렇다면 동영상 뉴스를 무작정 베낄 이유도 그럴 필요성도 없는 것이다. 기존 저작물(동영상 뉴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 홍보 비디오 제작이 공정사용에 해당하면 비디오를 제작한 공화당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해당 비디오가 올라가 있는 유튜브는 2차적인 법적 책임(secondary liability)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는 매케인의 호소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유력 대선 후보를 홀대하는 유튜브의 태도는 오만한 듯 보인다. 미국 저작권법은 한편으로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온라인사업자의 영업 안정을 위해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1998년 거창한 이름의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DMCA)이 제정되면서 당시 저작권법을 큰 틀에서 개정한 바 있는데, 주요 개정 사항 중 하나로 이른바 통지와 삭제(notice and takedown) 절차가 있다.

‘통지와 삭제’ 규정을 선택한 유튜브

이에 의하면, 먼저 저작물에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온라인사업자에게 자신의 저작물이 어느 사이트 주소에 허락 없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소명하면 온라인사업자는 그 소명을 진정한 것으로 생각하고 즉각 해당 저작물을 삭제한다. 미국 법상 온라인사업자는 자신의 사이트에 해당 저작물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더라도 침해 복제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침해의 책임을 질 수가 있는데, DMCA에서 정한 절차를 성실하게 따르기만 하면 저작권 침해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적법하게 올린 저작물이 삭제되는 경우에도 일정한 소명 절차에 따라 복구될 수 있다.

유튜브는 해당 홍보 비디오가 공정사용의 방법으로 동영상 뉴스를 수록하였으므로 유튜브는 굳이 해당 비디오를 삭제하지 않았어도 될 텐데 왜 그런 삭제 결정을 했을까. 아마도 다음과 같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권리자가 우리에게 저작권 침해를 들어 소송을 제기하면 그에 응해야 하고 해당 홍보 비디오가 공정사용이라고 주장하여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그 때 법적 책임을 벗어나게 된다. 우리는 그간 소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부담하게 된다. 나중에 적법하다는 판단을 확실히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 통지와 삭제 절차와 같은 기계적인 절차는 간명하고 그에 따르기만 하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 유튜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권리보호와 이용 활성화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저작권법에도 공정사용 대신 인용에 관한 규정이 있고, 통지와 삭제 절차도 존재한다. 미국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다면 거의 같은 결론이 나올 듯하다. 혹자는 우리 저작권법이 선진 각국의 그것에 비해 뒤떨어진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저작권 보호에 관한 한 선진적인 법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권 보호에 관한 국제적인 흐름에 충분히 따라가고 있기도 하거니와 권리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로서 충분히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작권법을 둘러싼 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현실에서 얼마든지 벌어진다. 10년 전만 해도 저작권 뉴스는 헤드라인에 등장한 적이 없다. 사회적으로도 일부 작가나 출판사, 음반사들의 문제로 알았을 뿐이다.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대통령 후보도 법 앞에서는 무기력하다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무기력하다기 보다 법의 지배가 뿌리내린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또한 강력한 법제도와 효과적인 법집행이 인터넷 이용을 제약하는 상황을 가져왔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높은 수준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국내법을 빈번히 개정했고 새로운 국제 규범 제정에도 앞장섰다. 어떤 제도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드러나게 마련이라고나 할까.

저작권 제도는 아직도 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다. 저작권법이 표방하는 목적, 즉 권리 보호와 이용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유튜브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 콘텐트를 모은 사이트이다. 이른바 UCC 또는 UGC 모델을 전세계에 보급한 장본인이다. 2006년 10월 구글은 16억 5000만 달러에 유튜브를 인수했다. 회사 가치가 1조 6000억원 이상이라는 얘기인데, “당신 스스로를 방송하라”는 기치를 걸고 탄생한 유튜브는 몇몇 개인의 아이디어가 엄청난 자산 가치를 가진 영업모델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UCC는 두 마리 토끼 잡는 방법을 희미하게 제시하고 있다. 아직 인간이 인식하기에는 희미한 채로.
2008.11.05 저작권위원회 최경수 저작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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