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진안군.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산 중턱, 해가 지면 가게 앞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두워지는 그곳에서 저는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2023년, 부산에서 진안으로 귀촌한 청년입니다. 복잡한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한적함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자 이곳에 정착했지만, 막상 편의점을 운영해 보니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편의점 옆엔 카페 하나, 주유소 하나뿐. 찾아오시는 손님은 하루에 손꼽을 정도고, 대부분은 담배만 구매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래도 잘 버텨보자'는 마음이었지만, 매출이 들쭉날쭉해지고 생활비를 걱정하게 되면서 점점 지쳐갔습니다. 이 작은 편의점이 제 전부였기에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매일 새벽 5시 반이면 문을 열고 밤 10시까지 가게를 지켰습니다.
그러던 중 '민생회복 소비쿠폰'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이런 건 도시 사람들이나 누리는 혜택이겠지" 하고 말이죠. 그런데 뜻밖에도, 쿠폰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나간 이후 가게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평소엔 담배만 사 가시던 동네 어르신이 어느 날 "이 쿠폰으로 과자도 좀 사 갈게" 하시며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젊은 부부 한 쌍은 "오늘은 음료 말고 아이스크림도 하나 더 사보자"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 순간순간이 저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되었습니다.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할 순 없지만, 손님들의 마음이 달라졌고 그로 인해 제 마음도 조금씩 밝아졌습니다.
"그래, 이렇게 조금씩 살아날 수도 있겠구나."
"이 편의점이, 이 마을에 여전히 필요한 공간이구나."
소비쿠폰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서로에게 따뜻한 관심을 건네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작은 변화지만, 지역 상권에 생기를 불어넣는 마중물이 되어준 것 같아 매일 매일이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매장을 좀 더 따뜻하게 꾸며보고, 새로운 상품도 조금씩 들여보려 합니다. 편의점 한 켠에 커피 머신도 설치해 산길을 올라오는 라이더분들께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건넬 때면, 이 편의점이 쉼표가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진안군은 인구소멸 1위 지역이고, 제가 사는 부귀면은 그 안에서도 더욱 외진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희망이 있습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그 희망을 다시 한번 꺼내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소상공인으로서 저는 오늘도 가게 문을 엽니다. 그리고, 희망을 팝니다. 작지만 따뜻한 소비 한 번이, 외딴 산 중턱 편의점에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었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