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영역
칼럼니스트별 보기
기고/칼럼 검색
-
수영을 배우기 위한 첫 번째 관문 복 영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지도자 매월 스포츠센터의 신규접수 기간이 되면 수영종목의 수강신청이 치열하다. 현장이든 온라인이든 마찬가지다. 이용요금이 비교적 저렴하고 시설관리 기준이 높은 공공체육시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인기 강좌의 남은 자리는 고작 한두 자리뿐이라 온라인접수는 단 몇 분 만에 마감된다. 현장접수도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하고 온라인접수보다 더 빨리 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나마 수영을 처음 배우는 기초반은 20~30명을 동시에 모집하다 보니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규칙적이며, 상급까지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강좌를 듣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즉 수영종목의 수강신청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현장접수는 밤샘(밤을 지새우는것), 온라인접수는 광클(빛의 속도로 빠르게 클릭하는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수영장 신규회원 등록, 매월 반복되는 이 방법이 최선일까?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22년 전국 등록·신고 체육시설업 현황과 전국 공공체육시설 현황에 따르면 2017년~2021년까지 전국의 수영장은 민간체육시설의 경우 2017년 750개소에서 2021년 말 836개소로 86개소(11.5%) 증가하였으며, 공공체육시설의 경우 같은 기간에 406개소에서 492개소로 86개소(21.2%)가 늘었다. 공공체육시설 수영장의 수용인원은 수조규모(길이 25m/50m, 넓이 6~10개 레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월 회원 정원은 대략 2,000명~5,000명 정도다. 이처럼 수영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신규회원 등록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인 이유가 무엇일까? 왜, 수영종목인가? 첫째, 생존수영을 의무교육으로 도입하면서 생명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다각적 측면에서 수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생존수영은 2014년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에서 2020년 의무교육으로 전환되며 초등학교 전 학년 교육과정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유소년 시기부터 저변 확대로 이어졌고, 전문적으로 수영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인구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시설을 확충하여 지역마다 전문체육인을 육성하였고, 생활체육으로써 수영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거리두기 기간을 지나며 일상으로의 복귀와 회복,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증폭되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약 3년간 코로나19라는 감염병 확산으로 사회시스템과 개인 일상이 모두 마비되어 일, 운동, 타인과의 만남도 잠시 멈춰야만 했다. 사회와 모든 구성원들이 고립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소통과 자율적 움직임의 부재는 사회·경제·정치·문화·일상생활 등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국민 개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체력이 감소하고 무기력을 느끼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과 절제된 환경에서 억제하던 사회적 욕구는 점점 커졌다. 마지막으로 수영은 초고령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한 운동이다. 이는 전 연령에 걸쳐 심폐지구력과 체력을 향상시키고 몸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재활치료로써 최적의 운동이다. 수중에서 동작이 이루어지므로 충격이나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며 일정한 호흡과 박자, 균형감각과 약간의 근력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운동이다. 통계청이 2022년에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대수명에 따르면 대한민국 평균수명은 84.1세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으며, 10년 전(2012년) 평균수명인 80.9세보다 3.2세가 증가했다. 최근 기대수명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강의 질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건강수명 및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전 세대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를 반영하듯 수영을 처음 배우는 신규회원 중 60세 이상인 회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실은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는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 향후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참여를 희망하는 종목으로 수영을 가장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2021년까지 5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규칙적인 체육활동 참여자의 경우 1위(평균 14.0%), 비참여자의 경우 2위(평균 11.1%)로 나타났다. 2019년~2021년 말까지 실내스포츠인 수영종목의 참여율은 10.6%에서 2년 만에 4.3%로 줄어들었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수영장이 폐쇄되고 운동할 때 마스크 미착용 때문에 수영을 기피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국민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수영을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영을 배우려는 의지와 노력으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신규접수만 할 수 있다면 다음 달 등록부터는 수월하다. 체육센터에서는 배움의 연속성을 위해 기존 회원에게 다 음 달 수강신청(재등록)의 우 선권을 준다. 한 번 이탈하게 되면 신규접수의 치열함을 다시 겪어야 하기 때문에 수영은 재등록률이 높은 편이다. 이처럼 인기 강좌는 기존 회원들의 장기적인 점유가 많아 신규등록을 희망하는 고객들의 민원으로 추첨제 운영을 하는 곳도 있다. 그만큼 신규회원의 자리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수영장이라는 물리적인 환경에 한없이 회원 수를 늘리기는 어렵다. 밤샘과 광클로도 수영강좌를 수강신청을 하지 못하는 국민은 언제, 어디서 수영을 배울 수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공공체육시설 현황을 통해 지난 10년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야구장이 223개소(177.0%)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그다음으로 간이운동장 12,600개소(98.0%), 수영장 172개소(53.8%), 축구장 377개소(52.5%), 육상경기장 27개소(11.9%)가 증가하였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공공체육시설의 보급은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체육정책의 확산 노력에도 여전히 국민생활체육의 기반 시설의 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다. 2019년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생활SOC 3개년 계획(안)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수영장은 1~4만 명당 1개소를 공급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2.6만 명당 1개소를 보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급 현황은 8.8만 명으로 개선되었지만 선진국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3세부터 100세까지 지속가능한 스포츠활동 우리나라의 생활체육은 1960~1970년대 「국민체육진흥법(1962)」 제정을 계기로 지역사회와 직장체육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1980년대부터는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자발적 참여가 확산되었다. 시대적 배경인 1988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생활체육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국가 차원의 스포츠시설 확충, 지도자 육성 등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였다. 그에 힘입어 1990년대는 생활체육 용어가 법령에 등장하면서 국가의 경제규모와 개인의 소득수준에 맞는 생활체육이 활성화되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선진화된 체육환경 조성을 위해 체육복지를 실현함으로써 국민생활체육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모든 국민이 체육활동의 기회를 누리도록 정책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개인의 건전하고 건강한 삶이 국가 성장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밑바탕으로 「국민체육진흥법」과 「스포츠기본법」은 체육과 스포츠활동을 누구나 누리는 기본 권리로 정의한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장 3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체육 진흥에 관한 시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자발적 체육활동을 권장·보호 및 육성하여야 한다.와 「국민체육진흥법」 제2장 8조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건강과 체력증진을 위하여 건전한 체육활동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시설 등을 조성하고 지원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었다. 「스포츠기본법」의 목적 또한 스포츠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스포츠정책의 방향과 그 추진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스포츠의 가치와 위상을 높여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나아가 국가사회의 발전과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것이다. 건강과 체력을 증진하고 체육과 스포츠를 장려하는 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이 필연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스포츠정책에서 스포츠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활용은 건전한 스포츠활동을 생활화하는 데 기본적인 조건이 된다. 2018년 국민생활체육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한 지 5년이 지났다. 2030 스포츠비전이 전개된 이후 생애주기별 맞춤형 생활체육 프로그램 제공, 생활밀착형 공공체육시설 확충 및 활용도 제고, 체육지도자 전문성 강화, 소외계층에 대한 스포츠복지 지원 강화 등의 사업은 국민의 스포츠 참여 기회 증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국무조정실, 2021). 반대로 생활체육 인프라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운영 환경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체육활동 참여 욕구를 양적·질적으로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수요자 중심의 생활밀착형 체육시설 공급 부족 또한 체육활동 참여의 제약요인이다. 지역주민의 스포츠활동 참여 촉진을 위해서는 체육시설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람과 시간을 잇는 공공체육시설의 확충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체육활동 수요로 생활체육 참여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부족한 공공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 부담과 부지 확보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 고르게 분포된 학교체육시설이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생존수영이 초등학교 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수영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2020년 기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수영장이 있는 곳은 127개소로, 전체 학교의 1.6%에 해당한다. 2010년에 조사한 초등학교 1.3%, 중학교 0.9%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시설의 개방 및 활용 방안과 함께 학교수영장 확충 또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수영을 배우기 희망하며 매월 새벽 수영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신규회원과 생존수영 수업을 받기 위해 매년 수영장과 강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학교수영장은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이용하는 스포츠시설로써 지역주민 누구나 스포츠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복합체육 공간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의 체육시설은 지역의 지속가능하고 균형 있는 성장과 구성원의 건강한 삶과 맞물려 있다. 편리하고 쾌적한 삶에 필요한 생활밀착형 인프라인 셈이다. 개인의 건강관리는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활성화로 이어진다. 체육활동에 이용되는 시설은 물리적 공간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시설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가 공존하고 서로 간의 관계가 형성된다.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한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과 선순환 기능은 무한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125호에 게재된 기고문 입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2023.06.01 복 영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지도자
-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을 축하하며 이창진 건국대학교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했다. 기술적 문제로 비록 하루의 연기가 있었으나, 고흥 반도 상공에 멋드러지게 휘날리는 용(龍)꼬리 화염을 토해내며 하늘로 사라져 우주로 올라갔다. 예정된 783초의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차세대소형위성과 7개의 소형 위성들을 550km 태양동기 궤도에 투입해 발사체로서 첫 실제 임무를 성공했다. 몇몇 큐브위성과 접촉이 아직 없다고 전해지나 원하는 궤도에 위성들을 투입하는 발사체의 임무는 완전히 성공했다. 지난해 2차 발사가 개발한 우주발사체의 기술과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RD 발사였다면 이번 3차 발사는 민간업체가 참여해 발사운영의 노하우에 대한 기술 이전도 있었지만, 누리호라는 발사체의 품질보증을 확보하기 위한 실용화 시도가 첫번째 목표였다. 1·2차 발사와 달리 이번 발사는 위성이 원하는 궤도와 운영을 고려한 발사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발사 시퀀스를 조정하는 등 기술적 조정을 했다. 이번 발사를 통해 누리호의 기술적 우수성과 품질의 완전함을 어느 정도 입증했기 때문에 남은 3번의 발사가 모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이제 우주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 확실하다. 실제로 이란과 북한은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용적 위성 발사를 하지 않아 다른 목적을 위한 시험 수단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용발사라는 것은 성능 검증이 목적이 아니라 이미 개발된 발사체가 어떤 조건에서도 동일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조, 조립, 시험 및 평가 과정을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만드는 방법이며 만일에 있을 수 있는 0.1%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술적 신뢰도를 높여 발사 성공을 보장하기 위한 시험과정이다. 실용발사 과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상업 발사를 모색하면서 상업 발사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발사에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해 발사체 기술이전과 발사과정 전체에 참여하고 있다. 국가가 계획하고 개발과 운영까지 담당하는 우주개발의 독점적 주도권이 민간 기업으로 이전하게 돼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우주기술을 개발했으나 그 성능을 검증할 기회가 없었던 중소기업들이 자신의 기술을 우주환경에서 검증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등 우주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있었던 발사였다. 그럼에도 3차 발사 성공이 우주개발의 종착점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주발사체는 우주개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지만 발사에 성공해도 위성발사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개발이다. 즉, 우주발사체는 위성을 정확히 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성능이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적절한 발사 비용도 중요한 요소이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뉴 스페이스는 단지 어느 특정한 우주개발 시기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위성 발사와 경제적 이익의 창출을 추구하는 우주개발의 시대를 일컫는다. 스페이스 엑스와 같은 기업이 혁신 기술로 발사 비용을 대폭 낮추고, 비싼 비용으로 만들었던 위성을 동일한 성능의 저가, 소형위성으로 대체 하면서 나타난 세계적인 우주개발 방향이다. 따라서 뉴 스페이스의 우주개발은 우주발사체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발사 비용을 적정한 수준으로 저감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3차 발사가 성공해도 당장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우주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주 어릴 적에 우리의 가전제품은 외국 제품에 비해 품질도 좋지 않고 비쌌지만 정부의 수입제한과 강력한 국산품 애용 정책으로 국민들은 국산품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은 불만에도 국산품을 꾸준히 사용하면 궁극에는 좋은 성능에 저렴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 인내의 바탕에 있었다. 다행히 산업체는 정부가 마련해준 국내 수요를 기반한 기술발전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됐고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가전제품 생산국이 됐다. 현재 누리호는 다른 나라 발사체에 비해 위성발사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항공우주연구원의 진단이다. 스페이스 엑스의 팔콘 9 로켓에 비하면 거의 6~7배 정도의 비싼 것이 사실이다. 막 개발을 마친 누리호와 이미 상업적 경쟁력을 갖춘 발사체의 발사 비용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진정한 발사체의 실용화는 발사 비용에 대한 경쟁력을 어느 정도라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할 수 있다. 3~6차발사를 거치며 발사 비용의 저감이 얼마나 가능한지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이유이다. 비싸지만 적정한 수준으로 발사 비용이 낮아져야 발사체 국산품 애용이 가능하고 우리나라의 위성 발사 수요를 바탕으로 꾸준한 발사 서비스와 지속적인 우주 산업의 육성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누리호의 3차 발사 성공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과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지속적인 위성 수요의 창출과 우주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누리호의 발사 비용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과 정책의 지원이 필요하며 새로운 우주항공청의 주요업무 중의 하나는 발사 비용의 저감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2023.05.30 이창진 건국대학교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
-
드보르작의 고향에서 추억하는 어머니 어머니 날은 자식들을 위해 어머니가 쏟은 노고와 희생, 그리고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 감사하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다가 1973년부터는 어버이날로 변경하여 기념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어머니 날을 기념하는데, 대부분 5월이고, 날짜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미국처럼 두 번째 일요일인 경우가 많다. 어머니와 관련하여스타바트 마테르라는 제목이 붙은 합창음악 작품이 여러 개 있다. 라틴어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는 어머니(Mater)가 (그곳에) 있었다(Stabat)라는 뜻이다. 여기서 어머니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말한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이탈리아의 야코포네 데 토디가 쓴 중세의 라틴어 시이다. 이 시는 십자가 밑에서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러 작곡가들이 이 제목의 합창음악을 작곡했다. 넬라호제베스에 세워진 드보르작 동상. 안토닌 드보르작의 작품 중에서 어머니와 관련된 음악으로 스타바트 마테르와 어머니가 가르치신 노래를 꼽을 수 있겠다. 그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매우 종교적이고 명상적인 음악인 반면 어머니가 가르치신 노래는 매우 인간적이고 감동적이서 어머니 날에 어울리는 음악으로도 볼 수 있겠다. 어머니가 가르치신 노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가득 차 있는데늙으신 어머니가 나에게 노래를 가르칠 때 이상하게도 자주 눈물을 흘리셨지. 이제 내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칠 때, 눈물이 내 뺨에 흘러 내리네라는 간단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사는 아주 짧으면서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데 옛날에 어머니가 가르쳤던 노래들에 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애틋한 향수와 어머니가 자식을 향한 지속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이 노래의 멜로디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우아하며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선율은 체코의 전통적인 민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것은 세대와 문화와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이 노래는 문화적, 언어적 장벽에 상관없이 전 세계인에게 울림을 주는 사랑받는 음악이 되었다. 이 노래에서 보듯 드보르작처럼 풍부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곡들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음악가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대곡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게 스며들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드보르작 생가와 멀리 보이는 롭코비츠 궁. 드보르작이 태어난 곳은 프라하에서 북쪽으로 약 25킬로미터 떨어진 넬라호제베스. 현재 넬라호제베스의 인구는 모두 1500명도 되지 않는 마을이다. 이 조용하고 평화스런 마을에서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것은 언덕 위에 세워진 품위 있는 성채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우아한 이 성채는 보헤미아의 유력 귀족가문인 롭코비츠 가문이 1623년에 구입한 이래로 롭코비츠 성이라고 불린다. 롭코비츠 성에서 내려다보이는 드보르작의 생가는 아주 잘 보존되어 있고 생가 옆에 세워진 드보르작의 동상은 롭코비츠 성을 바라보고 있다. 드보르작은 1841년 9월 8일에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여관과 정육점을 운영하던 그의 아버지는 민속악기 연주에 뛰어났기 때문에 어린 드보르작에게 풍부한 음악적 감성을 물려주었다. 드보르작이 유아세례를 받은 성당. 드보르작의 어머니 안나 즈데뉴코바는 롭코비츠 성에서 일하던 집사의 딸이었다. 그녀에 대한 기록은 별로 없지만 넬라호제베스에 있는 작은 성당의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어린 드보르작에게 체코의 전통 민요를 불러주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은 어린 드보르작에게 음악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드보르작이 살던 시대의 체코는 합스부르크 왕조의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었으며 공용어는 독일어였다. 그는 12세 때 가까운 소도시 즐로니쩨에서 기본적인 독일어와 음악교육을 받은 다음 16세가 되던 해에 프라하로 향했다. 프라하에 있는 드보르작 묘소. 프라하에 자리를 잡은 그는 32세 때이던 1873년에 제자의 동생 안나 체르마코바와 결혼했는데 그녀의 이름도 어머니처럼 안나였다. 그는 이 결혼에서 자식을 셋 얻었지만 5년도 되지 않은 기간 안에 어린 자식들은 차례로 모두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다. 드보르작은 이런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 얻은 고통을 이겨내려 했다. 1877년 그는 온힘을 쏟아 규모가 큰 합창곡 스타바트 마테르를 작곡했다. 이 곡 후반부에 아이들의 합창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가장 심오한 비극이 희망과 합쳐지는 영광스럽고 거룩한 순간을 느끼게 한다. 그후 드보르작은 여러 명의 자식을 또 얻게 된다. 1880년, 39세의 드보르작은 어머니가 가르치신 노래를 작곡했다. 당시 그는 프라하에서 활동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 노래는 체코시인 아돌프 헤이두크가 독일어와 체코어로 쓴 7개의 집시의 노래에 붙인 곡으로 4번째 곡이다. 드보르작이 이 곡을 작곡한 지 2년 지난 1882년에 그의 어머니는 6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드보르작도 어머니처럼 62세에 세상을 떠났는데, 1904년 5월1일에 숨을 거둘 때까지 이 노래를 읊조리면서 고향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어머니를 추억했으리라.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culturebox@naver.com 2023.05.30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
인간에 대한 존엄함, 그들의 예술을 위대하게 만들어준 이유 19세기말 20세기초는 유럽의 황금기라 할 수 있다. 19세기초 유럽을 휩쓴 나폴레옹과의 전쟁이 종결을 맞이하고 이후 100년동안 유지되던 평화의 시기가 찾아왔다. 영국은 이 시기를 대영제국을 뜻하는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라고 불렀고 프랑스는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Belle Epoque)라고 하였다. 평화로운 국제관계 속에서 산업과 기술은 이전과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고 기차와 철도, 전기와 무선통신 등의 발명은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주의 이면에는 어둡고 비관적인 부분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당시 유럽의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은 거대한 부와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이어졌지만 그로 인한 식민지 제국주의와 부의 불평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기 프랑스는 상위 1퍼센트가 전체부의 50~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기도 하였으며 고된 노동과 적은 임금으로 인한 하층민의 삶은 더욱더 피폐해지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당시 유럽의 변방으로 취급 받던 러시아 제국에서도 나타났으며, 이는 사회주의 운동에 도화선이 되었다. 결국 로마노프왕가의 러시아 제국은 반정부 혁명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러시아 출신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와 우크라이나 출신 일리야 레핀(Ilya Repin)은 각기 다른 시기인 20세기초와 19세기 중반에 태어났지만 그들의 예술은 러시아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 시대가 만들어 낸 그들의 예술세계에는 어떠한 공통점들이 있을까. ◆ 사실주의 예술에서 사실주의는 현실을 존중하고, 객관적인 관찰을 통하여 그 개성적 특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하는 경향을 말한다. 쇼스타코비치와 레핀의 작품들은 이런 사실주의적인 특징을 많이 띠고 있는데, 특히 쇼스타코비치에게 사실주의란 당시 그가 처한 정치적 탄압과 사회적 분위기와도 연관이 깊다. 그의 사실주의는 혁명으로 수립된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에서 태동한 예술 사조로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라고 볼 수 있다. 예술은 인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고, 긍정의 힘과 낙관주의를 지녀야 한다는 보수 집권층의 논리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만들어 내었고 이는 당시 살아남아야 했던 예술가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소련 문화원 언론시사회에서 쇼스타코비치(왼쪽)와 차이코프스키의 모자이크 초상화가 걸려있다. (사진=저작권자(c) TASS/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과 7번은 사실주의적 요소를 작품 속에 잘 녹여낸 그의 대표작이다. 교향곡 5번은 비극적이고 우울한 1, 3악장을 지나 승리를 표현한듯한 마지막 4악장으로 구성되었으며 당시 집권수뇌부들의 취향에 잘 들어맞는 고전적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쇼스타코비치는 어두움이 느껴지는 교향곡 앞부분에 대하여 스탈린 체제하 국민들의 고통을 표현한 것이었다고 밝혔으며,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는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우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거울같이 생생하게 묘사한다. 만일 그가 말이나 언어로 이를 표현했더라면 바로 숙청을 당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음악 속에 숨어있는 사실주의적 요소들을 당시 집권수뇌부들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7번 교향곡 레닌그라드 또한 전쟁의 참상과 시민들의 투쟁, 고통 그리고 최후의 승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전쟁에 승리했음에도 기쁨도 함께 나누지 못하는 동시대인들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이미 스탈린이 무너뜨리고 히틀러에 의해 파괴되어 피폐해진 레닌그라드에 대한 애도를 담았다. 화가 레핀 또한 사실주의는 그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또 다른 단어라 볼 수 있다. 작품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모순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는 그의 사실주의는 레핀의 철학적 결과물이다. 이동파 화가답게 예술가의 사회적 책무를 중시한 그는 대표작 볼가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과 쿠르크스현의 십자가 행렬을 통해 사실주의적 요소를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작품 볼가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은 아무런 희망 없이 거대한 배를 끌며 중노동에 시달리는 비참한 인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는 마치 거대한 사회구조 속 기득권세력과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통해 사회모순에 끝까지 저항하는 민중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 다른 작품 쿠르크스현의 십자가 행렬 역시 당시 종교의 사회적 모순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림은 중앙에 화려한 옷을 입은 귀족과 종교인을 포함한 기득권 인사를 배치하고 그림 왼편에는 지도원에게 통제 받고 있는 남루한 이들과 절름발이 소년의 모습을 배치시켜서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야 할 종교의 이중성을 대립적인 구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지팡이를 집고 있는 절름발이 소년의 모습에서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결연함과 삶을 향한 굳건한 의지가 느껴진다. 두 작품 모두 당시 사회상을 사실적이면서도 통찰력 있게 보여주며 바라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 심리묘사 위대한 예술작품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와 감정을 고양시켜준다. 작품이 우리의 무의식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것, 그건 아마 예술가들이 심리묘사의 달인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위대한 화가 렘브란트가 빛을 통한 심리묘사의 달인이었던 것처럼 쇼스타코비치의 음악과 레핀의 그림은 그들이 탁월한 심리묘사의 달인이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중 8번은 인간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전작인 7번 레닌그라드가 전쟁의 참상과 승리를 함께 노래하였다면 8번은 전쟁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와 절망에 처한 인간의 심층적 심리묘사를 비통하게 그려내고 있다. 전체 5악장 구성의 교향곡 8번은 전원생활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베토벤 6번과 형식적 유사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인 전쟁으로 피폐해진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고통에서 환희로라는 도식을 가진 베토벤 풍을 따르지 않아 한때 자국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반동적인 작품으로 낙인 찍히기도 하였다. 또 다른 작품인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역시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4막으로 이루어진 오페라인 이 작품은 초반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게 전개되며 이후 사건 위주로 발전되는 구성이다. 다만, 성공적인 초연으로 뉴욕과 런던 스톡홀름 등 여러 도시에서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으나 부르주아적이며 혼돈스럽다는 스탈린의 비판으로 오랜 기간 공연금지가 되었던 사연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레핀 역시 표정과 제스처를 통한 심리묘사의 대가다. 특히 그의 초상화 작품들은 인물의 심리를 직관적이며 섬세한 감각으로 꿰뚫어 보고 있다. 레핀은 톨스토이, 이반 투르게네프 같은 문학가와 림스키 코르사코프, 안톤 루빈스타인, 글린카등 음악가들의 초상화도 많이 그렸는데, 그 중 제일 돋보이는 걸작은 단연 무소르그스키의 초상화다. 관현악 모음곡인 전람회의 그림으로 유명한 무소르그스키의 초상화는 그가 죽기직전에 완성되었다. 알코올중독과 발작증세로 군부대 병원에 입원한 무소르그스키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 레핀은 그를 그리기위해 병상을 방문하였다. 빨개진 코와 헝클어진 머리, 수염은 그의 육체적 상태를 보여주지만, 선연한 눈빛만큼은 육체를 넘어서 저항 정신과 광기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현재도 무소르그스키의 이미지로 통용되고 있을 만큼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일리야 레핀의 탄생 1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립 러시아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전시된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초상화 (사진=저작권자(c) TASS/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또 다른 걸작인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역시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돋보이고 있다. 그림에서는 다시 못볼줄 알았던 가장이 오랜 수용소생활 끝에 집으로 돌아온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피아노를 치다 놀란 아내, 낯섦과 설렘의 표정을 보여주는 아이들, 그리운 아들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어머니의 뒷모습은 하나의 그림에서 여러 심리적 상황을 동시에 보여준다. ◆ 혁명 레핀과 쇼스타코비치에게 혁명이란 삶의 수레바퀴처럼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단어다. 러시아의 혁명은 이전 유럽나라들의 혁명과는 다르게 민중이 억압되고 착취되는 방식의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자국 예술가들의 저항의식을 크게 자극했다. 이데올로기가 없는 음악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작품 속에 인물과 사상 그리고 시대정신을 담아 내려 노력하였는데, 특히 혁명은 그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 교향곡 2번과 12번은 볼세비키 혁명을 주제로 하고 있고, 5번 역시 부제가 혁명이다. 소련 음악국 선전부는 자신들이 위촉한 교향곡2번에 베지멘스키가 쓴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시를 작품에 넣어주길 원했는데, 쇼스타코비치는 그의 시를 싫어했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상당히 고심했다고 한다. 결국 합창을 연주 뒷부분에 집어넣었고, 혁명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공장의 사이렌 역시 선전부의 제안 받아서 곡의 극적인 부분으로 활용했다. 억압 속에 작곡한 5번 역시 겉으로는 혁명의 승리를 자축하는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이후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 2번에관해 3번과함께 미숙했던 작품이라고 하였으며, 교향곡 5번에서 느껴지는 해방감과 환희는 소련 정권으로부터 강제된 것이라는 내용으로 체재를 찬양하는 의도는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고 회고록에서 말하였다. 레핀의 볼가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과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또한 혁명과 관련 있는 작품들이다. 먼저 볼가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은 1870년대 항구 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혁명 이외에는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과 거대한 배를 대치시킨 작품으로 혁명직전의 사회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혁명가의 귀향을 그린작품으로 인물들의 심리묘사 외에 여러 상징들을 그림 속에 배치하고 있다. 벽에 붙어있는 니꼴라이 네크라소프와 타라스 셰브첸코, 알렉산드르2세의 장례식 초상화 그리고 골고다 언덕 십자가에 매달리는 그리스도의 그림은 모두 주인공인 인민의 의지당 혁명가의 사명과 연관되어있다. 네크라소프는 당시 러시아사회를 풍자한 시인이며 셰브첸코는 농노출신 화가이자 시인으로 반 체재인사로 유배당한 인물이다. 알렉산드르2세는 인민의 의지당 혁명가에 의해 살해당했고, 골고다 언덕의 그리스도는 고난과 대속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인간 쇼스타코비치와 레핀 작품의 중심에는 항상 인간이 있었다. 그들에게 인간은 하나의 사회이자 역사였으며, 변화의 동력이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시하였던 그들의 삶은 저항과 적응의 연속이었으며 시대의 파도에 현명하게 대처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듯하다. 한때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타협한 작곡가로서 서구에 비난을 받았던 쇼스타코비치였지만 그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그가 자신의 음악으로써 저항하였던 것은 사후에 알게 된 사실이다. 레핀 역시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대중적 인기를 가진 예술가로 그의 작품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겨졌다. 동료화가 미하일 네스테로프는 레핀의 작품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그의 그림에는 변혁의 꿈이 내장돼 있었다. 레핀의 모든 그림은 레핀 개인만의 진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술 전체의 진보였다. 그의 모든 그림은 사건이었다고. 만약 그들이 체재에 순응하지 못하여 살아남지 못했다면 그들의 예술적 유산은 어찌되었을지 끔찍하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의 말처럼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인 듯 하다. 사실 B와 D사이에 A(Answer)인 정답은 없다. 결국 위대한 예술은 위대한 영혼의 소산인 것이고 그것의 바탕은 인간인 것이다. 인간에 대한 존엄함, 그것이 그들의 예술을 위대하게 만들어준 이유이기도 하다. ☞ 추천음반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은 레닌그라드 필과 므라빈스키(Evgeny Mravinsky)연주가 대표적이며 정석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다. 키릴 콘드라신(Kirll Kondrashin)의 레코딩 또한 몰입도가 훌륭하며 최고의 연주를 보여주는 음반이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2023.05.26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
학점은행제 체육학사의 현황과 미래 김민석 건국대학교 교수 학점은행제는 내가 배우고 싶은 대학 캠퍼스의 평생교육기관이나 대학 캠퍼스 외의 평생교육기관에서 배우고 싶은 학문을 좀 더 쉽게 들어가 배울 수 있는 제도이다. 학점은행제의 초창기에는 대부분 대학입시에 실패한 사람들이나 여러 여건상 대학에 다닐 수 없었던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였다. 이처럼 학점은행제는 입시 실패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위로를 주었고,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학사학위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쁨을 주는 제도였다. 학점은행제 체육학사 학위과정도 학점은행제 초창기에는 체육대학 입시에 실패했거나 직장생활 및 선수생활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등록했었다. 대학입시에 실패했거나 포기해야만 했던 이들에게 얼마나 학사학위에 대한 동경이 컸을 것인가? 그런 이들에게 좀 더 쉬운 방법으로 학위취득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학점은행제 체육학사 학위과정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학입시 실패나 다양한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만이 학점은행제를 신청하는 것이 아닌, 타 전공으로 대학에 갔지만 체육학사 학위취득을 원해서 학점은행제 체육학사 학위과정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체육학사 학위가 없는 상태로 체육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전공에 대한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밖에도 학점은행제를 통해 대학원 진학 및 좋은 곳에 취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졸자 중 수시·정시로 대학에 합격했지만, 대학을 선택하지 않고 학점은행제를 통해서 학업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학점은행제의 현황 학점은행제는 1998년에 시행된 이후로 2022년까지 약 220만 명이 등록하였고, 그중 약 98만 명이 학위취득을 하였다. 학점은행제 운영기관으로는 대학 129개, 전문대학 62개, 직업훈련기관 60개, 정부 관련 기관 32개, 평생교육시설 18개, 평생교육시설(원격) 94개 등 총 420여 개 기관이 있으며, 이 중 체육학사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은 68개 기관이 있다. 학점은행제 등록 현황 학점은행제 학위에는 대학총장명의 학위와 교육부장관명의 학위가 있다. 교육부장관명의 학위는 대학이 아닌 곳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 대학의 학사학위와 동등한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만든 학위다. 물론 대학 내 평생교육기관에서도 같은 대학에 일치되는 전공이 없거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평가에 충족되지 못했을 경우에는 교육부장관명의 학위를 수여해야 한다. 대학총장명의 학사학위는 같은 대학에 일치되는 전공이 있어야 하며,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전공 일치에 대한 평가를 통과한 후에 대학총장명의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학총장명의 학사학위 취득이 가능한 기관이라면 반드시 그 기관에서 140학점 중 84~105학점을 이수해야만 대학총장명의 학위취득이 가능하다. 학점은행제를 통한 학위취득자 현황 학점은행제 체육학사의 다양한 전공과 학점취득 방법 대학 내 평생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체육학사 학위과정은 그 대학의 체육시설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어,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커리큘럼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심사하여 통과된 과목들만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체육현장에서 꼭 필요한 과목들이 개설된다. 학점은행제 체육학사에는 건강관리학, 경호비서학, 체육학, 태권도학 등 4개의 전공이 있으며, 각 평생교육 기관마다 해당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공의 명칭과 일치되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학점은행제는 학점을 계속 쌓아 140학점을 채울 경우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고, 80학점을 채울 경우에는 전문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고졸자, 전문대졸업 및 대학중퇴자가 체육학사 학위취득을 하기 위해서는 140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건강관리학, 경호비서학, 태권도학은 전공필수 8과목(24학점), 전공선택 12과목(36학점), 교양 10과목(30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되고, 체육학은 전공필수 9과목(27학점), 전공선택 11과목(33학점), 교양 10과목(30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체육학사 학위취득이 가능하다. 이러한 학점은 강의로만 채우거나, 강의 외에 국가공인된 자격증, 독학사 등을 통해서도 채울 수 있다. 국가공인된 자격증이 학점으로 인정되다 보니 학점은행제를 통해서 학위를 취득하려고 하는 많은 학생들이 학점은행제 시작과 함께 국가공인된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노력한다. 즉 국가공인된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3학기 만에 편입조건을 만들 수도 있고, 4학기 만에 학사학위 취득도 가능하여 편입의 조건이나 학사학위 취득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학 학사학위를 빨리 취득하기 위해서는 국가공인된 자격증 2개와 체육 외의 국가공인자격증 1개를 취득해야 한다. 체육분야의 국가공인된 자격증으로는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스포츠경영관리사 자격증 등이 있다. 학점은행제 체육학사 학위과정은 수능 성적이 필요하지 않고 일반 체육대학의 체 육 관련 전공과 같이 실기시험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고졸 이상의 학력(검정고시 포함), 체육과 건강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직장을 다니거나 선수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야간이나 주말을 이용해서 등록하는 경우도 있으며, 외국 유학생들도 학제가 맞을 경우 체육학사 학위취득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학위취득의 목적보다 자신의 건강을 유지·증진시키기 위해서 공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자신의 건강증진을 위해 시작한 공부가 대학원 진학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직접 건강 관련 사업을 펼쳐가는 경우도 있다. 학점은행제 체육학사가 가야할 길 학점은행제로 체육학사 학위취득 후의 진로방향은 다양하다. 먼저 타 대학이나 타 전공에서 다시 공부하고 싶은 경우에는 학사편입이 가능하며, 본인이 공부했던 내용을 좀 더 심도 있게 배우고 싶다면 대학원 진학도 가능하다. 대학원의 경우에는 보통 대학교수가 되고자 할 경우에는 일반대학원에 진학을 많이 하고, 체육교사가 되고자 할 경우에는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여 꿈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취득하게 되면 대졸자와 같은 자격으로 취업도 가능하다. 학점은행제는 국가공인된 자격증이 학점인정이 되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첫 학기부터 생활스포츠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학위취득 때까지 1~2개의 자격증을 취득하여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체육 관련 시설에 대졸자 자격으로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일반적인 체육분야에 대부분 취업이 가능하다. 현대사회와 미래사회는 여가와 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 체육분야의 직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여 년 동안 체육분야의 직업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대학에서도 타 전공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줄이고 있는 반면, 체육 관련 전공 인원은 계속 늘리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체육이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학문이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시점에서 학점은행제 체육학사 학위과정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체육지도자 양성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해왔던 학점은행제 체육학사 학위과정은 체 육학사 학위 없이 체육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체육인들이 체육학사 학위취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만 그나마 학점은행제는 하루씩이라도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취득할 수 있기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체육전공을 하지 않았던 분들이 1~2개월의 교육만 받고 체육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여 체육분야에서 직업을 갖게 될 경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더더욱 체육학사 학위가 필요하다. 뉴스에서 보면 1~2개월만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체육현장의 사고들을 보면 하루빨리 체육분야에도 체육학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뤄진 자들에 의해 현장에 투입이 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학점은행제 체육학사 학위과정은 평생교육 취지에 맞게 구청 등의 지역기관과 협업하여 지역주민들에게 건강증진 방법과 함께 올바른 여가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재교육시킬 수 있게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점은행제 학사학위 과정은 인재를 양성하고 올바른 교육을 해야 할 것이며, 구청 등의 지역기관들은 그러한 인재들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124호에 게재된 기고문 입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2023.05.24 김민석 건국대학교 교수
-
윤석열 대통령의 G7 참석과 한국의 외교 ‘이니셔티브’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9~21일 동안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작년 취임 이후 숨 가쁘게 돌아가던 외교의 시간이 이제 한숨을 고르는 듯하다. 큰 대목만 짚어보자면, 작년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밝힌 담대한 구상, 9월 UN 총회에 참석해서는 보편적 가치와 연대에 기반 한 세계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렸던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담에 밝혔던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이 구상을 귀국 직후인 12월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으로 발전시켰다. 또 올해 들어 한미동맹 70년과 한미일 협력체제 복원을 목표로 더욱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외교 일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우리 정부로서는 포스트-코로나 국제질서가 본격적으로 도래했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강대국 정치가 심화되는 상황, 각국의 경제적 이기주의로 인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등과 같은 요인들이 맞물린 상황에서 새로운 전략 공간 확보를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동맹 70년 맞아 양국 관계,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한층 더 격상 특히 올해로 한미동맹 70년을 맞이하는 양국 관계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한층 더 격상시켰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여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주도권을 쥘 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태평양 안보 질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창출하고 싶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 출범이 1년 남짓한 짧은 시간으로 구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일부 추진 과정에서 국민적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임에도 윤석열 정부가 설정한 외교적 방향성 자체는 옳은 것으로 판단된다. 1948년 현대 정부 출범 이후 어렵고 힘든 현대사를 거치면서 한국은 근대 국가가 설정한 두 개의 목표, 경제 성장과 정치 발전을 모범적으로 달성했다. 40여 개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만큼 경제와 정치, 두 가지 영역 모두에서 근대 국가의 과업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나라는 드물다. 그런데 여기에는 외교정책의 차원에서 항상 아킬레스건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간단히 설명해서 하나는 북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초강대국을 일상으로 상대해야 하는 외교 환경이다.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알려진 북한 발(發) 각종 안보 불안 요인이 한국의 더 원대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 그리고 우리보다 훨씬 풍부한 외교 안보 정책 자산을 보유한 국가들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개되는 크고 작은 외교전(戰), 이 두 요소는 우리가 처한 숙명적 현실처럼 여겨져 왔었던 것이다. 워싱턴 선언,우리 국민 안심시키고 동북아 안보 질서 안정에 크게 기여 윤석열 정부의 특징 혹은 성과는 이 두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선언으로 북한 발 안보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국민들을 한결 안심시키고 또 동북아 안보 질서 안정에 크게 기여한 점은 사실이다. 또한 미국과 일본처럼 쉽지 않은 외교 상대를 대상으로 수동적인 외교정책에 오랫동안 익숙했던 관행을 깨고, 숙명과도 같은 두 외교 강대국을 상대로 한국의 국익에 직결되는 핵심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던지는 외교 이니셔티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소 적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약소국 외교 마인드를 한껏 벗어던지는 형국이다. 지난 20일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G7 정상회의에 초대받은 경우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바로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 개최되는 선진국 클럽 모임이었으니 한국의 참석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 들어 한국 외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번 히로시마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식량 보건, 기후변화, 국제법규 등을 다루는 세션에 참석하여 적극적인 의견 표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사안들에 문제해결 능력 보여주고자 노력 미국과 일본이 옆에 있다고 해서 한국이 금방 강대국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국제사회가 직면한 사안들에 대해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것이다. 갈 길이 멀지만, 한미일 협력이 완성된 다음에 한국 외교가 어떤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한미동맹의 강화 그리고 한미일 삼국 협력의 완결성 제고가 미국이나 일본 이외의 국가들을 배제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점은 정부 당국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일본에 다가가는 방법론을 놓고서 내부적으로 여전히 갑론을박이 만만치 않다. 기시다 총리가 시간이 갈수록 점진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 우리 국민들의 평가가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한 번 중심을 잡은 정부는 외부의 비판에 귀는 기울여도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 구조 완성이 우리 외교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한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외교적 선택일 뿐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외교적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적인 자세로 일관해야 할 것이다. 2023.05.24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과 교수
-
김정호 장르, ‘이름 모를 소녀’와 ‘하얀 나비’ 가왕 조용필에게 창밖의 여자가 있다면, 김정호에겐 이름 모를 소녀가 있다. 조용필에게 고추잠자리가 있다면, 김정호에겐 하얀 나비가 있겠다. 노래 제목부터 무언가를 주고받는 듯한 느낌이다. 4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창밖의 여자(1980년)와 이름 모를 소녀(1974년)는 두 사람의 사실상 데뷔곡이다. 데뷔곡이 곧바로 불후의 작품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중가요의 기존 작법과 달랐고 지독하게 애절하다는 점도 그렇다. 1974년 이름 모를 소녀가 실린 김정호 1집. 조용필과 김정호는 그 다음 해 또 한 번 매우 독창적인 노래 고추잠자리와 하얀 나비를 발표하며 가요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한몸에 받는다. 조용필보다 두 살 어린 김정호는 무명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1973년 음악적 동지인 포크 듀오 어니언스(임창제·이수영)의 데뷔 앨범에 작은 새와 사랑의 진실, 저 별과 달을 등을 작사·작곡해줬다. 엄청난 성공이었다. 이 노래들은 애초 임창제 작품으로 발표됐으나 임창제는 바로 김정호의 것임을 털어놓는다. 김정호가 대중에 신비한 존재를 드러낸 것은 그 1년 후인 1974년이다.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제1집 이름 모를 소녀를 내놓으며 수줍게 얼굴을 드러냈다. 70년대 중후반 한국 포크계에 독보적으로 우뚝 선 천재 싱어송라이터의 출현이었다. 1970년대는 이미자, 남진, 나훈아가 점령한 트로트 천하를 벗어난 포크와 록의 전성기였다. 김민기, 양희은, 트윈폴리오(송창식·윤형주), 한대수, 이장희 등 포크의 창의적 거물들이 등장했다. 신중현의 록도 빼놓을 수 없다. 통기타 하나에 의지해 기존의 노랫말들과는 사뭇 다른 문학적이고 서정적이고 반항적 가사를 입힌 포크는 당시 정치·사회적 억압의 그늘에서 성장한 청통맥(청바지·통기타·생맥주) 세대의 출구였다. 전문 작곡·작사가가 아닌 가수 스스로 곡을 만들고 부른 싱어송라이터의 태동이기도 하다. 음악의 자가발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포크를 한국 음악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평론가들이 있다. 포크의 대약진 속에서도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와 하얀 나비는 이색적이었다. 딱히 포크라고 분류하기도 애매한, 굳이 말하자면 김정호 장르의 시작이다. 노랫말과 멜로디, 가창 모두 남들과 달랐다. 양희은처럼 청아하지도, 윤형주처럼 달콤하지도, 송창식처럼 현실도피적이지도, 김민기나 한대수처럼 이념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순수하고 근원적인 슬픔을 노래했다. 가사는 대놓고 슬픔의 단어를 말하지 않았으나 창법과 멜로디에는 비애가 뚝뚝 묻어났다. 지그시 눈을 감고 작은 몸짓이 영혼을 실어 토해내는 쓸쓸하고도 처절한 가창에 사람들은 매료됐다. 그의 목청은 다른 가수들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한국 대중가수에서 몇 안 되는, 창(唱)의 유전자를 내포했다.한(恨)의 가객이 불쑥 등장한 것이다. 버들잎 따다가 연못 위에 띄워놓고 쓸쓸히 바라보는 이름 모를 소녀 밤은 깊어가고 산새들은 잠들어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연못 속에 달빛 젖은 금빛 물결 바람에 이누나 출렁이는 물결 속에 마음을 달래려고 말없이 기다리다 쓸쓸히 돌아서서안개 속에 떠나가는 이름 모를 소녀 연못, 새, 달, 바람, 물결, 안개. 밤이다. 물결은 달빛에 젖어 금빛으로 출렁거린다. 고요하다. 산새들은 잠이 들었다.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안개가 인다. 그 풍경 속에한 소녀가 앉아있다. 누구일까. 그냥 이름 모를 소녀면 어떤가. 그 소녀는 무슨 마음을 달래려고 여기 왔을까. 무엇을 기다렸을까. 어디로 떠났을까. 굳이 그 대답이 필요하기나 한 걸까. 누구나 언젠가는 무언가를 기다리다 쓸쓸히 떠나갈 운명인데. 그 소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어쩌면 김정호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김정호의 노랫말 중에는 유독 길 잃은 것들, 정처 없는 것들이 많다. 허무와 무상이다. 하얀 나비에도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갈까요라는 구절이 있다. 작은 새에는 길 잃은 새 한 마리가 집을 찾아 수만리 먼 하늘을 그저 날아만 간다. 김정호의 짧은 생애는 길 잃은 나그네요, 님 찾는 하얀 나비였다. 1975년 하얀 나비가 실린 김정호 2집(한정판). 당시 CBS 김진성 PD는 이름 모를 소녀를 듣고 나서 한국의 모차르트가 탄생했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노래의 성공에 힘입어 그해 김수영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 정애정은 자신의 예명을 정소녀로 바꾸어 버렸다. 이름 모를 소녀에 이은 하얀 나비는 김정호 장르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 음 어디로 갔을까. 길 잃은 나그네는음 어디로 갈까요. 님 찾는 하얀 나비 이름 모를 소녀는 님 찾는 하얀 나비가 되었다. 지나간 일들, 떠난 님을 생각하지도, 그리워하지도 말라 한다. 허무의 초월이다. 닥쳐올 종말을 예감했던 것일까. 음 하며 노래를 여는 허밍에는 얼마나 많은 말들이 생략됐을까. 하얀 나비는 2014년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 수상한 그녀(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에서 주인공 심은경이 부르면서 40년이 지나서 역주행하기도 했다. 두 노래는 지금 들어도 구식스럽지 않다. 수많은 후배 가수들이 여전히 리메이크하고,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 자주 소환된다. 하지만 김정호의 노래는 오직 김정호의 목소리만이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김정호는 인기를 떠나서 노래와 인생을 맞바꾼 가수다. 그는 인기를 끌 때부터 폐결핵을 속으로 앓고 있었지만 진심으로 노래에 혼을 쏟아부었다. 1985년 그의 사망 6개월 전 두문불출했던 그를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음악평론가 박성서에 따르면 김정호는 의사는 노래를 부르면 죽는다고 경고했지만,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되레 죽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정호가 떠난 지 1년 후인 1986년 선배 가수들이 파주 기독교 공원묘지에 세운 추모비.(온라인 커뮤니티) 하늘은 야속하게도 왜 음악 천재들을 일찍 데려갈까. 김정호(1952~1985)는 나이 서른셋 되던 해 11월에 갔다. 교통사고로 스물다섯에 간 유재하(1962~1987), 폭음이 초래한 간경화로 서른둘에 간 김현식(1958~1990)도 11월이다. 파주시 기독교 공원묘지에 있는 김정호의 비석에는 하얀 나비 가사가 묘비명을 대신하고 있다. ◆ 한기봉 전 언론중재위원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언론과 글쓰기를 강의했고, 언론중재위원과 신문윤리위원을 지냈다. hkb821072@naver.com 2023.05.24
-
규제혁신 1년, 현장은 변화 중…남은 4년, 필요한 것은 ‘중꺾마’ 김종문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정부는 먼 미래의 고매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우리 눈앞에 존재하는 문제를 제거해야 한다는 칼 포퍼(Karl Popper)의 주장은 당면한 규제로 인한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규제혁신의 당위성을 지지해준다. 지난 5월 10일은 규제혁신을 강조하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계기에 국무조정실은 1년간의 규제혁신 성과에 대한 브리핑을 실시하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제작한 17건의 영상을 사회관계망에 올렸다. 영상을 올린 것은 우리 삶의 구체적인 문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다 생생하게 국민 여러분께 알리고 싶어서였다.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1027건의 규제개선 과제를 완료하였다. 단순히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이 아니고, 실제로 법령개정 등을 끝내고 현장에서 시행되는 것만 종합한 것이다. 그 중 경제적 효과 산출이 가능한 152건을 뽑아보니 향후 4년간의 투자유치, 매출증대, 부담감소 등으로 약 70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추정되었다. 이러한 1000여건의 개선건수, 70조라는 수치에 구체성을 더하고 싶었다.국민들이 흔히 말씀하시는 그래서 도대체 뭐가 달라진거야?라는 물음에 응답하기 위해 규제혁신과 관련한 현장을 직접 방문하였다. 바뀐 규정으로 인해 실제 달라지고 있는지, 현장에서는 체감하고 있는지, 추가로 개선할 것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였다. 대표적인 현장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경기도 광주에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고도제한 등 규제를 받아왔던 조선백자 가마터가 있다. 지난 해 11월,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문화재의 특성과 중요성 등을 종합 고려하여 문화재 보존지역을 용도지역별로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기로 하면서, 첫 현장사례로서 해당 가마터 반경 200m 이내에 적용되던 규제를 50m까지 축소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해당 지역에서 광고물 제조업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울상사는 2층으로 증축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늘어난 업무공간을 활용하여 추가 인력 채용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에는 공항으로 가 본다. 지난 3월,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신고대상 물품이 없는 여행자의 휴대품 신고서 작성의무를 폐지키로 하고, 5월 1일부터 신속하게 시행하였다. 신고대상 물품이 있는 경우에는 모바일과 종이 등을 통해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신고대상 물품이 없는 경우에는 신고서 작성없이 별도 통로로 세관을 통과하도록 하여 국민들의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99.9%가 신고사항이 없었던 외국인들이 입국과정에서의 불편함을 하나라도 덜어낸다면, 우리 관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 현장은 LG화학이 위치한 당진공장이다. 그동안 정유업으로 보아야 할 지, 화학업으로 보아야 할 지가 불분명하여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업은 산단 입주가 어려웠으나 이를 화학관련 업종으로 명확히 하여 입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시설을 소각시설에서 재활용 시설로 보도록 환경규제를 개선함으로써, LG화학은 지난 3월에 3100억원 규모의 열분해공장과 차세대 단열재 공장을 착공하였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열분해유를 생산하고, 자체연료 또는 석유화학제품 원료로도 사용이 가능해져 친환경시장의 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규제혁신 1년, 현장의 변화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1년 동안 많은 정부기관은 규제혁신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는 남은 4년도 규제혁신의 길에서 용맹정진 할 것이다. 규제혁신, 특히 체감도가 높고 중요한 규제를 혁신하고자 할 때는 이해관계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이해관계자의 반대로 규제이슈가 논의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고, 입법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렵다고 외면하거나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면서 한걸음이 아니면 반걸음이라도 전진하겠다는 마음을 꺾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남은 4년도 첫해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 국민과 기업인들이 불편을 겪는 불합리한 규제들을 바꿔나갈 것이다. 국민들의 응원과 비판을 동력 삼아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4년 후에 윤석열정부의 규제혁신은 달랐고, 현장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를 국민들과 기업인들에게서 들을 수 있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2023.05.23 김종문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
누리호 3차 발사, 실용 위성 처음 싣고 우주로 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2023년 5월 24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다시 비상할 예정이다. 기상상황, 발사 윈도우 그리고 우주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물체와의 충돌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시간대까지 고려해 발사 당일 최종 시간을 확정한다. 이번 발사에는 주 탑재위성으로 차세대소형위성2호 1기, 큐브위성 7기(도요샛 4기, 루미르, 져스텍, 카이로스페이스) 등 총 8기가 탑재될 예정이다. 발사체 3단에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탑재/분리 장치와 큐브위성 탑재/사출을 위한 발사관(Deployer)으로 구성되어 있다. 1차 발사 시에는 위성모사체, 2차 발사에서는 위성모사체 및 성능검증위성을 발사한 바 있는데 3차 발사에서는 실용급 위성을 탑재·발사하는 발사체 본연의 역할을 처음으로 수행하게 된다. 특히 지난해 선정된 체계종합기업이 제작 총괄 관리, 발사 공동운용 등 발사 임무에 최초로 참여한다. 체계종합기업은 이후 4차 발사에 발사운용 기술 습득 진척 상황을 고려해 관여 범위를 확대하고, 6차 발사에 이르러서는 발사책임자(MD)와 발사운용책임자(LD) 및 발사관제센터(LCC) 일부 콘솔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발사 임무를 주도할 계획이다. 한편 누리호 반복 발사는 발사체 개발 과정 상 불가피한데, 향후 2025년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4차 발사, 2026년 초소형위성 2~6호의 5차 발사, 2027년 초소형위성 7~11호의 6차 발사 등 순차적 일정이 수립되어 있다. 우주발사체는 반복적인 발사 운용을 통해 발사 과정 최적화, 안정화 및 신뢰성 향상이 요구된다. 해외 우주선진국들도 첫 발사 이후에 반복발사를 통해 발사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제고시켜 왔는데, 첫번째 발사 성공 이후 계속 발사에서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본 H2 발사체의 경우 1994년 첫 발사성공 이후 1999년 발사에 실패했으며, H2A 발사체는 2001년 첫 발사 성공 이후 2003년 여섯 번째 발사는 실패했다. H3 발사체는 2023년 첫 발사에서 1단 엔진 미점화로 발사 중단, 두 번째 발사에서 2단 엔진 미점화로 발사 실패한 바 있다. 누리호 반복발사는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접근보다는 반복발사를 통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발사 성공률을 높여가는데 의의가 있다. 더군다나 체계종합기업이 발사체 발사 준비 및 운영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감으로써 국내 우주산업화 및 발사체 산업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6월 21일에 전남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2045년 우주경제 글로벌 강국 도약을 위해 미래우주경제 로드맵과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대형위성 발사, 달 및 화성 전이궤도 투입성능 확보 등 미래수요에 자력 대응하기 위해 누리호 대비 성능이 대폭 고도화된 차세대발사체(KSLV-Ⅲ) 개발도 우주수송의 일환으로 포함되어 있다. 올해 착수 예정인 차세대 발사체는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을 적용한 2단형 발사체로, 1단에는 100t 이상 엔진 5기, 2단에는 10t 이상 엔진 2기로 구성되어 재사용발사체 기반 기술이 탑재된다. 이에 2030년 달궤도투입 성능검증위성, 2031년 달착륙선 예비모델, 2032년 달착륙선 최종모델 발사를 수행하게 된다. 차세대발사체 발사대로는 누리호 시 사용되었던 나로우주센터 내 제1발사대를 개량해 저궤도 위성 및 우주탐사에 활용 가능한 발사대로 개량된다. 이렇듯 단기적으로 중형 누리호와 고체 소형 발사체 확보 및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고 중기적으로 대형발사체 확보, 장기적으로 재사용 발사체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누리호, 즉 1.5톤급 실용위성을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보유해 이미 7대 실용위성 자력발사국 대열에 들어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위성 17기의 개발을 완료해 9기를 운영 종료하고 8기를 운영 중에 있다. 또한 다목적6/7/7A호, 차세대중형위성2/3/4호, 차세대소형위성2호, 초소형군집위성, 천리안위성3호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지난 8월 5일에는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가 이루어져 달 궤도 상에서 6개의 탑재체를 활용해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초정밀 위치·항법·시각(PNT) 서비스에 필요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사업도 진행되고 있어 정지궤도 3기와 경사지구동기궤도 5기 등 총 8기 위성시스템 개발도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2021년 기준으로 전세계 우주경제는 3700억 달러 규모인데, 위성활용서비스가 전체 85%를 차지하며 제작/발사서비스 등 나머지가 15%를 차지한다. 우주개발은 국가적 힘으로서의 하드파워인 동시에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 인프라, 인류지식을 향상시키는 소프트 파워, 시장 방임으로는 한계가 있는 공공사업, 부가가치 향상 상품 등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한 발사체의 신뢰성 제고 등 우주산업 순환경제가 육성되면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는 우주 경제·안보 강국으로 도약해 지구를 넘어 달과 화성까지 우리나라 경제활동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23.05.18 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
청년을 향한 ‘진심’을 담다…문화로 만드는 ‘청년 행복 시대’ 최수지 문화체육관광부 청년보좌역 문화체육관광부 청년보좌역의 꿈의 시작 청년의 언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화체육관광부 청년보좌역으로 장관님과 마주한 자리에서 받은 첫 질문이었다. 줄임말, 신조어 등 언어의 특성을 물어보시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당황한 내게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꿈의 언어. 청년의 언어는 꿈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라는 그 말씀이 자리를 마친 후에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때는 청년세대의 특권과 같았던 꿈이 점점 청년에게 먼 이야기가 되고 있다.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꿈같이 느껴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을 바꾸는 혁신과 파격, 도전은 청년들의 꿈에서 시작된다. 청년보좌역으로 출발선에 서서 꿈의 언어라는 메시지를 마음에 새겼다. 청년들이 다시 꿈을 이야기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로 첫발을 내디뎠다. 청년과 함께 소통한 고민의 시간들 약 6년 전, 청년에 대한 나의 고민은 시작됐다. 문체부 소속기관에서 처음 담당한 청춘마이크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과 그 주간인 문화가 있는 날 전국 청년예술가들의 버스킹 무대를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그렇게 정책대상으로 마주한 청년예술가들은 내게 처음 주어진 숙제였다. 왜 청년을 지원해야 하는지, 청년정책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사업을 운영하고 있을 때, 청년기본법 시행에 따라 청춘마이크가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사업담당자로 청년예술가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많아졌고, 무엇보다 스스로 문화 분야 청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때부터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매달 전국 수많은 현장을 찾았다. 하루에도 2~3개의 현장을 찾아 예술가, 기획자 등 문화 분야에서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과 소통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삶을 마주했고, 왜 청년예술가를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문화 분야 청년을 지원하는 것은 스타 예술가의 탄생 또는 문화예술계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문화권*을 위한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국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의 인적자원인 청년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지원이 필수적인 현실이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청년의 목소리를 사업 전반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고, 청년의 날 기념 청년주간 컨퍼런스에서 문화 분야 발제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차원에서 청년예술가 지원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문화권 : 문화기본법 제4조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로,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말한다. 최수지 문체부 청년보좌역이 소속기관 근무시절인 지난 2019년 12월,서울 용산구 노들섬라이브에서 진행한 2019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전국 청년예술가 워크숍에서 청춘마이크 사업 연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청년동행을 위한 하루하루 청년과 함께한 시간이 쌓여가고, 청년기본법이 정한 청년 나이의 끝자락에 문화체육관광부 청년보좌역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간 정부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온 내게 정부의 일원으로, 그것도 장관님께 직접 청년 의견을 전달한다는 것은 의미가 매우 남달랐다. 더욱이 청년기본법 시행 이후에도 대부분 청년은 외부 자문기구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었기에, 정부에 장관 직속 기구로 청년보좌역 제도를 만든 것은 청년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생각한다는 이번 정부의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러한 진심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매일 청년보좌역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과 정부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동행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위해 다양한 현장을 찾아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콘텐츠, 관광·체육 분과 21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2030 자문단, MZ드리머스의 단장을 겸하며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청년의 정책 효능감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하였고, 청년문화정책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최수지 문체부 청년보좌역이 4월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아트홀에서 개최된 제2차 문화진흥 기본계획 및 청년문화정책 10대 과제 보고회에서 청년문화정책 10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청년이 꿈꾸고 행복한 청년 행복 시대를 위해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청년세대가 가장 적극적인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분야이다. 그렇기에 청년의 감수성, 활력과 도전의식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청년문화정책 10대 과제는 청년들의 의견과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한 추진 전략이며, 앞으로 전략과제당 2개 이상의 세부과제 발굴이라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향후 청년문화정책 10대 과제의 세부과제 발굴과 성과 도출을 위한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현장 중심, 청년주도의 과제 관리로 실질적 정책 개선 성과 도출을 목표로 삼았다. 청년들은 문화를 마음껏 누리며 이를 통해 꿈꾸고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행복한 청년이 밝은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이라 믿는다. 그 과정에서 청년의 행복과 직결된 문체부의 역할 확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청년이 직접 선정한 청년문화정책 10대 과제와 청년보좌역으로 앞으로 해나갈 노력이 그 작은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 2023.05.17 최수지 문화체육관광부 청년보좌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