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으로 산 건 학원 수업이었지만, 얻은 것은 가족의 사랑이었습니다> - 어머니와 준비하는 할머니 팔순 잔치 무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제일 특별한 경험을 했던 건 '노래'였습니다.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 못해서 늘 힘들어했어요.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가도 고음에서 목이 막히고 음정이 자꾸 흔들려서, 차라리 마이크를 안 잡는 게 편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노래는 즐거움보다는 부담에 가까웠죠.
그런데 이번 여름, 어머니가 "같이 보컬 학원 다녀볼래?"라고 권하셨어요. 어머니는 대학병원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시면서 늘 바쁘고 힘든 일정을 버텨오셨습니다. 환자들 곁을 지키느라 본인을 위한 여유는 거의 못 가지셨는데, 코로나가 심했던 대구에서는 그나마 즐기던 취미도 완전히 접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시작하신 게 바로 보컬 학원이었어요. 노래 배우는 게 재미있다며 웃으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마음이 움직인 건 할머니 팔순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8월 30일에 할머니 팔순 잔치가 있는데, 어머니와 제가 함께 노래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몇 년 전 할아버지 팔순 때는 제가 어리고 용기가 없어서 특별히 해드린 게 없었는데, 그게 늘 마음에 남아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꼭 후회 없는 추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침 민생회복 소비쿠폰 18만 원을 받게 됐고, 그 대부분을 보컬 학원 수강료로 썼습니다. 첫 수업에서는 목소리가 잘 안 나오고, 고음 부분에서 금방 목이 잠겼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성대도 근육이에요. 꾸준히 연습하면 고음도 점점 수월해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나는 원래 노래를 못한다'가 아니라 '연습하면 나아질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씩 연습하다 보니 목이 조금씩 열리고, 고음이 예전보다 덜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와 함께 학원을 다니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병원에서 늘 환자들을 먼저 챙기던 어머니가 이번엔 본인도 즐기면서 노래를 배우시는 걸 보니,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요.
이제 며칠 뒤면 할머니 팔순입니다. 아직도 무대에 서면 떨릴 것 같지만, 이번엔 도망치지 않고 노래할 준비가 됐습니다. 할머니 앞에서 어머니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예전 할아버지 팔순 때 못했던 마음까지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쿠폰 덕분에 단순히 학원을 다닌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남은 돈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까지 모여서 치킨을 사 먹는 데 썼는데, 그날 식탁 분위기는 참 따뜻했습니다. 다 같이 웃으며 "오늘 참 좋다"라고 말하던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저한테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가족과 특별한 시간을 만들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이번 여름, 그 쿠폰 덕분에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무대를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