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어통역센터에서 수어통역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농인 어르신들의 의사소통을 돕고, 일상을 함께 지켜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신청하고 사용하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이 쿠폰이 단순한 돈이 아니라 삶에 작은 변화를 준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84세 방○○ 어르신은 쿠폰을 받으시던 날, "그동안 마음만 있었는데 꼭 밥을 사주고 싶다"며 제 손을 꼭 잡고, 저를 '강제 연행(?)'하듯 시골 식당으로 데려가셨어요. 저는 괜찮다고 했지만, 어르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비싼 갈비탕을 시켜 주셨습니다. 그날만큼은 기초생활수급자이신 어르신이 누구보다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어요.
나머지 비용은 틀니 수리 비용으로 쿠폰을 사용하시며 활짝 웃으시기도 했고, 늘 참여하시던 미술 프로그램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집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함께 문구점에 가서 스케치북, 물감, 붓을 구입하는 걸 도와드렸고, 어르신은 그날부터 매일 꽃을 그리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림을 완성할 때마다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저에게도 큰 기쁨이었어요.
처음엔 혼자만 그림을 그리셨지만, 점점 센터에 오시는 다른 어르신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해볼까?" 하는 호기심으로 한두 분씩 민생소비쿠폰으로 미술도구를 구입해 집에서도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지금은 10명 이상 어르신들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서로 작품을 나누며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어요. 무더위 쉼터가 작은 예술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함께한 다른 어르신들의 쿠폰 사용도 다양했습니다. 묵은 이불을 새로 바꾸신 분, 오래된 집 화장실 정화조를 교체하는 비용에 쓰신 분, 병원비로 사용하신 분, 평소 고정 지출 때문에 엄두도 못 내던 옷을 구입하신 분, 소소하게 커피를 사주며 마음을 나누신 분도 계셨습니다. 생일을 맞아 떡집에서 영양떡을 맞춰 센터로 가져오신 분도 있었죠.
소비쿠폰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어르신들의 일상에 작은 여유와 기쁨을 선물했습니다. 평소에는 비용 때문에 시도조차 못 하던 문화생활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옷도 사며,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만약 제가 이 글로 대상을 받게 된다면, 상금은 다시 어르신들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지금 시작한 미술활동이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도록 물감, 스케치북, 캔버스 등을 마련해 농아인(청각장애인) 어르신들이 계속 행복을 그려나가실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작은 선물이라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느꼈습니다. 저는 그 작은 씨앗이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일상 속에서 더 큰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