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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즈벡 정상회담과 신경제협력 방향

2021.12.17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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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알고리즘과 알 콰레즈미

‘알고리즘’(algorithm)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을 의미하는 단어로,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수학이나 컴퓨터 사이언스 같은 전문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융합되는 혁신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알고리즘은 널리 유포되어 이제는 일반 대중에게도 무척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이 단어는 원래 9세기 이슬람 수학자 ‘알 콰레즈미’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유럽 과학 혁명의 기초가 된 대수학의 기본 개념을 최초로 정립한 수학자가 바로 그다. 대수학을 알지브라(algebra)로 명명한 이유도 그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서다.

인류의 지적 문명을 한 단계 도약시킨 이 수학자는 우즈베키스탄을 아우르는 중앙유라시아의 호라즘(Khwarzm)에서 출생하였다. 유럽 지성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던 중세 시대, 인류의 지성을 품위있게 고양시켰던 역사의 주 무대는 놀랍게도 지금의 메르브(Merw)를 중심으로 한 중앙유라시아였다. 여기서 새롭게 발견하고 발전시킨 흥미로운 지식들이 수백 년 후 유럽으로 건너갔고 이것이 근대 문명의 토대가 되었음을 인류의 지성사(智性史, history of human thought)는 증언하고 있다.

중앙유라시아의 중심, 우즈베키스탄

중앙아시아는 지정학적으로 볼 때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지역으로서, 중동 및 지중해와 인접한 안보·전략적 요충지다. 지경학적으로 볼 때에도 천연자연의 보고로서, 카스피해 및 흑해를 매개로 한 유라시아 교통·물류 및 에너지망의 중심지로 중요성이 큰 지역이다. 강대국들 간의 ‘새로운 거대게임’(New Great Game)의 각축장이자 일대일로, 유라시아경제연합, 상하이협력기구 등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과 협력이 교차하는 전략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듯 중요한 중앙유라시아의 한복판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은 고대부터 찬란한 문명을 꽃피워오면서 여러 제국이 흥망성쇠를 거듭한 곳이다. 서로는 유럽, 동으로는 동아시아, 남으로는 아랍과 페르시아, 북으로는 지금의 러시아 도시국가를 잇는 지리적 요충지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인종과 문화가 섞일 수밖에 없는 실크로드의 중심지가 되면서 중개무역으로 큰 부를 쌓았다. 무역은 상품 교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역의 진정한 미덕은 교환을 통해 상품에 내재한 아이디어와 지식까지 교환된다는 것에 있다. 자유로운 무역을 통한 경제적 번영의 토대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지적 자극이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우즈베키스탄은 인류 근대 문명을 꽃 피우게 한 빛나는 지적 혁명의 요람이 될 수 있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관계 발전

이렇게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던 우즈베키스탄과 우리나라는 유구한 교류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을 때 직접 관람했던 사마르칸트 인근의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는 고구려와 과거 우즈베키스탄 왕국이 실크로드를 통해 서로 왕래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일까? 양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와의 교역량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중앙아시아 국가는 바로 우즈베키스탄이다. 교역액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우즈베키스탄에서 5번째로 중요한 교역대상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역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기존의 원자재 수입 및 중간재·최종재 수출의 단순한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 가치 사슬망이 더 복잡해졌으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으로 교역 대상도 더 확대되고 있다. 대전환 시기 K-방역과 건강보험, e헬스 등 한국형 의료시스템 전수 및 컨설팅을 포함한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타슈켄트 종합병원 건립사업, 지방의료기관 의료기자재 공급사업, 화학 R&D 센터 건립사업 등에 EDCF 자금을 지원하며, 국가전자무역플랫폼 구축사업, 디지털정부 협력센터 개소, 폐기물관리 개선 마스터플랜 수립 등 디지털·그린분야에서 협력을 내실화하고 다변화하는 중이다.

한-우즈벡 정상회담과 디지털 新실크로드

이러한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한-우즈벡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우리나라와 우즈베키스탄은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2022년을 맞이해서 상호 호혜적인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무역협정이 성공적으로 체결되면 양국 교역과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협력은 가일층 긴밀해질 것이다. 특히 이른바 디지털 전환시대를 맞이하여 양국의 무역협정이 상호호혜적인 디지털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알 콰레즈미를 배출했던 역사적 유산과 걸맞게 중앙아시아에서 제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나라다. 최근 우즈베키스탄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IT 하드웨어 부문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협력 기반이 한번 갖춰지면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의 디지털 전환 시기에 맞춰 협력 대상을 손쉽게 확대할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이 우리 기업의 신북방지역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으며, 더 멀리로는 러시아와 동유럽 그리고 아랍 여러 나라로의 디지털산업 진출 거점이 될 수 있다. 이른바 ‘디지털 新실크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對우즈베키스탄 ODA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ODA 중점 협력국이었다. 수원국의 개발 수요를 적극 반영하여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되는 ODA 사업을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우즈베키스탄 전자정부 사업과 교육정보화 사업은 수원국의 디지털 인프라 확충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개발 수요에 적극 부합한다. 한-우즈벡 간 민간의 획기적인 교류·협력 증진이라는 무역협정 체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협력 기반을 닦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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