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공직단상

보이스피싱 막는 작지만 강한 방패 '우체국 디지털 교육'

[공직단상]부산·강원·충청 농어촌지역 고령층 대상 시행…하반기 전국 농어촌 확대

2025.06.10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신분증 하나, 카톡 하나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시대 속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건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 속 정보 공유를 통한 예방이다. 그래서 우정사업본부는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어르신들과 마주 앉는다. 이 작은 교육 한 번이 나와, 내 가족과 이웃과 우리 모두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되기를 바란다.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작년 이맘때, 여름의 문턱을 막 넘어서는 계절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시는 친정 부모님 댁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와 함께 키즈카페를 다녀온 평범했던 날. 

재미있게 잘 놀다 왔다고 인사를 드리러 부모님 댁에 들렀는데, 어머니께서 뜬금없는 말씀을 하셨다.

"핸드폰은 잘 샀니?"

"무슨 핸드폰이요? 방금 전까지 키즈카페에서 놀고 있었는데."

"핸드폰을 떨어뜨려서 깨졌다고, 새로 사려고 가게 왔는데 가족 할인 받으려면 엄마 신분증 사진이 필요하다고 했잖아."

"네? 제가요? 제 핸드폰은 멀쩡해요."

어리둥절하던 나와 어머니에게 불현듯 스쳐 가는 단어가 있었다.

'보이스피싱.'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기분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우선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어머니에게 여쭤보며 정리한 사건의 경위는 이러했다.

4시간 전, 모르는 번호로 카톡을 받았던 어머니는 딸의 말투로 이야기하는 그 메시지를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딸'이 해달라는 대로, 신분증 사진을 보내주고, 보내온 링크를 누르셨다고 했다. 

어머니께 받아 본 어머니의 핸드폰에는 처음 보는 이상한 앱들이 잔뜩 깔려 있었고, 문제의 카톡 대화창은 감쪽같이 사라졌었다.

일단 어머니를 모시고 경찰서로 가보자는 남편의 말에 부랴부랴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토요일이라 민원실만이 열려 있었다. 또, 아직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므로 신고 접수도 어렵다고 했다. 

우리는 민원실에서 나눠준 대처 방법 안내문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안내문을 보며, 하나하나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경찰서 민원실에서 받았던 대처방법 안내문.(출처-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경찰서 민원실에서 받았던 대처방법 안내문.(출처-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가장 먼저 한 것은 신분증 분실 신고였다. 추가로 있을 신분증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후, 경찰청 앱을 깔아 핸드폰에 깔린 악성 앱을 지웠다. 

금융감독원에 개인정보 노출 사실 등록을 하고, '웹세이퍼',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털린 내 정보 찾기' 등으로 명의 도용 등의 피해가 있는지 확인했다.

확인 결과, 어머니의 명의로 대포폰 2대가 개통되어 있었고, 10개가 넘는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의 본래 핸드폰 번호를 이용해서는 50만 원의 소액결제를 해둔 상태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어머니가 인터넷뱅킹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만약 핸드폰에 공인인증서가 있었다면, 피해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을 것이다. 어머니는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 하셨지만, 놀라고 속상한 마음에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건너 건너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화 한 통, 메시지 하나로 일상을 파고드는 '생활 속 범죄'가 되어버렸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범죄에 더욱 취약하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정사업본부가 발 벗고 나섰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월부터 부산, 강원, 충청 등 농어촌지역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우체국 디지털 교육'을 시범 시행하기 시작했다. 시범 기간을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국 농어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교육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보이스피싱 예방법뿐 아니라, 키오스크, 모바일뱅킹, ATM(현금인출기) 사용 방법 등도 알려, 교육을 받는 이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진행된다.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제공 홍보 이미지.(출처-우정사업본부)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제공 홍보 이미지.(출처-우정사업본부)

어찌 보면 소소하고 평범한 교육이지만, 교육을 받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큰 방패가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분증 하나, 카톡 하나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시대 속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건,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 속 정보 공유를 통한 예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정사업본부는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어르신들과 마주 앉는다. 

이 작은 교육 한 번이 나와, 내 가족과 이웃과 우리 모두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되기를 바란다.

이재우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옮겨내 수상의 기쁨을 얻었다. 우체통과 편지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우체국에는 온갖 이야기를 담은 우편물과 택배가 가득하다. 이들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동화로 옮기는 중이다.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