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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늘어나는 빈집…내집 가격 이대로 유지될까

[100세 인생] 일본 사례로 살펴본 부동산 자산…아파트 슬럼화 문제

2025.06.24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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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자산의 30~40% 정도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가계 자산은 70~80% 정도가 부동산이다. 재건축 자금 마련도 문제지만 빈집이나 슬럼화 문제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노후 빈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우리보다 20년 가량 초고령사회를 앞서가고 있는 일본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살펴보면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문제가 아닐까 걱정을 갖게 하는 사례들이 많다. 늘어나는 빈집과 아파트의 슬럼화 문제도 그 한 예이다. 

2018년 일본 아사히신문 취재반이 일본의 빈집 문제를 취재하여 '負動産時代(부동산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낸 일이 있다. 

왜 不動産이 아니고 負(마이너스)동산인가? 주택이나 토지 소유주가 관리비, 세금 등을 내는 게 싫어 팔려고 내놔도 팔리질 않으니까, 오히려 자기 돈을 얹어서 가져가라고 해야 할 정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 내용 중 특히 주목되는 건 가격을 산정할 수 없는 빈집이 계속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총무성에서 발표하는 전국 빈집 상황 조사 통계에 의하면, 2018년 당시 일본의 빈집 수는 848만 채로 일본 전체 주택 수의 13.6%를 차지했었다. 

이것이 2023년에는 900만 채로 늘어났고, 2038년에는 빈집 비율이 31.5%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노무라종합연구소). 

농촌지역이나 지방 도시뿐 아니라 도쿄 수도권에도 빈집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1970~80년대에 신도시 붐을 일으키며 인기리에 분양되었던 타마신도시는 지금 노인들만 남아있거나 한 집 건너 비어있는 빈집타운이 되어있다.

빈집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이다.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구미선진국에서와 같은 기존 주택의 공동화 방지 대책은 없이 매년 8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신축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이유이다. 

주택건설업자는 속성상 핑계만 있으면 신규주택을 지으려 하고 주택 구입자 또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주택은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내 집 마련에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단독주택보다도 재건축을 못 한 채 슬럼화되어 가고 있는 노후화된 아파트단지의 문제이다. 

일본에서는 아파트를 구분소유주택이라고 부른다. 

구분소유주택을 재건축하려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민 8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그만큼 동의를 얻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재건축의 경제성, 소유주의 고령화, 상속된 아파트일 경우 상속자 간에 합의가 어렵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재건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위치가 좋아야 하고, 둘째는 저층이어야 한다. 고층으로 만들면서 비용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치가 좋지 않거나, 위치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미 고층이면 재건축이 어렵다. 

재건축을 못한 아파트들은 슬럼화되고 빈집 예비군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이들 노후화된 아파트는 그 자체의 문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주위의 지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니혼대학 시미즈 치히로 교수가 조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어느 지역에서 건축된 지 20~25년 정도 지난 아파트가 1% 증가하면 그 지역의 지가를 4%정도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의 일본인 친구 한 사람이 도쿄 근교에 살고 있다. 

그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28평형 아파트를 1984년에 1200만 엔(약1억2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것이 일본 부동산버블의 피크였던 1991년에는 3600만 엔(약 3억 6000만 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300~400만 엔(3000~4000만 원)가격에도 팔릴지 말지'라고 한다. 

40년 넘는 낡은 아파트라 가격이 안 오르는 것 같은데 재건축하면 오르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가능성 제로'라는 것이었다. 

330세대 아파트 소유자 대부분이 고령자들이어서 재건축이 귀찮기도 하거니와 하려고 해도 재건축 기금을 적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만 반대하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아파트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몰라. 나는 살다 떠나면 그만이지. 나라에서 철거하든지 말든지…." 

일본의 아파트 재건축 문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가 아닐지 생각된다.

오죽하면, 지금까지 재건축에 성공한 아파트의 80%는 지진으로 붕괴되어 저절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던 아파트였을 정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빈집 증가와 아파트 슬럼화 문제로 우리가 일본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5.6.24.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5.6.24.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선,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분석 결과에 의하면, 2023년 현재 전국의 빈집은 전년 대비 8만가구 늘어난 153만 4919만 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총 주택 수의 7.9%에 해당한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22곳의 빈집 비율이 1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빈집이라고 하면 농가주택을 연상하기 쉬운데 도심에도 빈집이 생기고 있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젊은 층들이 원도심에서 신도시로 이주하면 원도심의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원도심을 떠나지 않은 주민들은 고령층이나 고령 1인가구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사망한 후 상속인이 주택을 물려받지 않으면 빈집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아파트 슬럼화의 문제이다. 

일본은 아파트의 슬럼화가 문제라고는 하지만 일본 전체 주택 수 중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대규모 아파트의 비율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마키노 토모히로 저 '일본 부동산의 미래' 참조).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떤가? 2023년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주택 1954만 6000채 중 아파트는 64.6%에 해당하는 1263만 2000채나 된다. 

거의 모두 10층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이다. 

이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형편만 되면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0년, 20년 후 이 아파트들을 처리하는 문제로 얼마나 고생을 하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당국이 우리보다 앞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로 하여 시급한 대응책을 마련해야겠지만 개인 차원의 대응책 또한 중요하다. 

가계 자산의 30~40% 정도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가계 자산은 70~80% 정도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자금 마련도 문제지만 빈집이나 슬럼화 문제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노후 빈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강창희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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