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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로 떠나는 화사한 봄꽃 별미 기행

[김형우 기자의 다시 찾고싶은 여행지] 경남 거제

2014.03.17 김형우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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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 간혹 반짝 꽃샘추위가 찾아든다고는 하지만 이젠 봄기운이 대세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양지녘 화목들의 자태에도 봄냄새가 가득하다.

특히 부드러운 훈풍이 스치고 지나간 잿빛 대지는 예외 없이 생명의 기운이 꿈틀댄다. 이 맘때 여행지로는 어디가 적당할까?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즈음엔 남쪽이 정답이다. 그중 한려수도의 초입 경남 거제에서는 화사한 ‘봄꽃의 향연’과 ‘봄철 별미’라는 멀티 여정을 맛볼 수가 있다.

공곶이 바닷가의 노란 수선화며 지심도 숲에 핀 붉은 동백꽃은 거제의 봄소식을 전하는 전령사에 다름없다. 또 입맛 껄끄러운 이른 봄철 ‘도다리쑥국’ ‘멸치회’ 등 봄냄새 가득한 거제의 미식거리는 몸과 마음이 풍성한 행복 여정을 담보해준다.

◆ 화사한 봄꽃 속으로

▶ 공곶이 수선화

봄철 거제도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있다. 거제시 일운면 소재 공곶이 농원이 그곳이다. 공곶이는 바다에 접한 산자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보태니컬 가든으로 가꿔져 있다.

3월의 거제도는 화사한 꽃구경에 맛깔스런 별미까지, 그야말로 흡족한 봄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거제의 명물 공곶이 식물원. 바다에 접한 보태니컬 가든으로, 3월 중순부터 수선화가 만발한다.
3월의 거제도는 화사한 꽃구경에 맛깔스런 별미까지, 그야말로 흡족한 봄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거제의 명물 공곶이 식물원. 바다에 접한 보태니컬 가든으로, 3월 중순부터 수선화가 만발한다.

겉에서 보면 멀쩡한 산이지만 그 안에는 비탈진 계단식 밭에서 수십 종, 수천 그루의 꽃과 나무가 생장하고 있다. 이곳에 피어난 꽃들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농장주 강명식(84)-지상악(80) 노부부의 값진 노력의 결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변변한 장비 없이 40여 년 동안 삽과 괭이만으로 4만여 평의 거대한 농장을 일궈냈다. 때문에 세련미 대신 인간의 땀 냄새가 솔솔 풍겨나는 곳이다.

공곶이는 수년 전부터 외지인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근자에 들어서는 산마루까지 찻길이 놓여 접근이 훨씬 수월해졌다. 공곶이는 입구에서부터 붉고 하얀 동백이 터널을 이루고, 비탈에 마련된 계단식 밭에는 수선화가 심어져 있다.

3월 중순부터는 노란 수선화가 바다를 바라보며 고혹한 자태를 뽐낸다. 농원 곳곳에 서있는 종려나무의 싱싱한 잎사귀는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이국적 풍광을 자아낸다.

200m에 이르는 긴 동백터널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바다와 만나는 수선화 밭의 장관이 펼쳐진다. 영화 ‘종려나무숲’의 촬영 배경이었던 부부의 살림집 앞마당과 집 주변은 온통 수선화 밭이다. 수선화 재배면적 만 6600㎡(2000평)에 이르니 노란 꽃망울을 터뜨려 댈 즈음 수선화 자태가 장관이다.

공곶이 동백 터널 .
공곶이 동백 터널 .

강명식 옹은 “수선화는 날씨 상태에 따라 만개 시기가 약간 조정되지만 해마다 3월 20일을 전후 해서 아주 볼만해지고, 조팝꽃 향기가 진동하는 4월초부터는 복사꽃도 아름답다”고 귀띔해준다.

농장 앞 몽돌 해변으로 나와도 운치가 있다. 한적한 해변에는 바람소리, 파도소리만 들릴 뿐이다. 공곶이 농원엔 변변한 편의시설이 없다. 애초 관광농원이 아닌 생활 터전으로 가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곶이를 찾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진정한 생태 가든’이라며 감탄사를 쏟아낸다.

한편 거제시에서는 최근 거제도 천주교 발상지인 공곶이를 아우르는 천주교순례길을 만들었다. 지세포~공곶이 끝자락 서이말 등대까지 4km 구간으로 공곶이의 또 다른 탐방 명물이 탄생한 셈이다.

 ▶ 지심도 동백

거제도의 또다른 봄철 여행 명소가 있다. 동백섬 지심도가 그곳이다. 거제에는 학동, 바람의 언덕, 지심도 등 동백꽃 명소가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게 일운면 소재 지심도다.

동백은 선홍빛 두툼한 꽃송이와 짙은 초록의 잎사귀가 화사하고도 강건한 자태를 뽐낸다. 따라서 감상만으로도 건강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선홍빛 동백꽃이 명물인 지심도는 호젓한 섬기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선홍빛 동백꽃이 명물인 지심도는 호젓한 섬기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지심도는 우리나라 유인도 중 원시에 가까운 숲이 잘 보존된 곳으로 꼽힌다. 따라서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태고적 신비감 마저 느낄 수 있다는 게 지심도를 다녀온 이들의 평가다.

지심도는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 수종의 70%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이밖에도 후박나무, 소나무, 풍란 등 다양한 수종이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섬의 주요 산책 코스 곳곳에 숲터널을 이루며 호젓한 오솔길이 펼쳐진다. 통박새와 직박구리의 노랫소리를 벗 삼아 느긋하게 섬전체를 둘러보는데에는 2~3시간이면 족하다. 겨울부터 선홍빛 동백이 고운자태를 뽐내지만 3월이면 지심도의 동백꽃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지심도는 면적이 0.356㎢ 규모의 작은 섬이다. 조선 현종 45년에 15가구가 이주해 살았으며, 1936년 일제 강점기 주민들이 강제 이주됐고 이후 일본군 요새로 광복 직전까지 주둔했다.

누가 그랬던가! 동백은 땅에 떨어져 다시 한 번 피는 꽃이라고...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동백 낙화.
누가 그랬던가! 동백은 떨어져 다시 한 번 피는 꽃이라고...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동백 낙화.

지금도 일본군의 포진지, 방공호, 방향 지시석 등 아픈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역사 교훈의 장이기도 하다. 해방 후 주민들이 다시 이주해 현재 12세대 20여 명이 살고 있다.

◆ 봄철 남해 미각 2선

▶ 외포항 봄멸

거제의 봄 별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봄멸치다. 봄에 난 멸치라 해서 ‘봄멸’이라고도 부른다. 작은 몸집에 남해 바다의 싱싱한 봄기운을 가득 담고 있어 집채만 한 고래, 월척이 부럽지 않다.

국내 3대 멸치 생산지로는 기장 대변, 남해 미조, 거제 외포를 꼽을 수 있다. 그중 거제 외포 멸치는 그 맛이 고소하고 육질이 부드러워 명품으로 꼽힌다.

파닥파닥 은빛 비늘 반짝이는 싱싱한 멸치는 부드럽고 고소한 게 횟감으로도 그만이며, 얼큰하게 끓여내는 찌개는 밥반찬은 물론 한 잔의 소주를 그립게 한다. 특히 미나리와 양배추, 깻잎, 당근, 상추 등을 넣고 매콤한 초고추장에 무쳐 먹는 맛이 일품이다.

새콤달콤 신선한 멸치회.
새콤달콤 신선한 멸치회.

거제의 멸치 미식기행지로는 장목면 외포 ‘양지바위식당’이 맛집으로 통한다. 이 집은 봄멸을 방풍, 원추리, 머위, 두릅, 세발나물 등 봄나물에 싸 먹는 게 특징이다.

싱싱한 바다의 봄기운과 육지의 파릇한 봄나물이 어우러지니 그 맛이 일품이다. 이 집은 3월엔 주로 멍게비빔밥(1만원), 도다리쑥국(1만원 선, 시세에 따라 변동)을 내놓고, 멸치가 제 맛을 내는 3월 하순부터 본격 봄멸을 손님상에 올린다. 멸치회 3만(2인 기준)~4만~5만 원, 멸치회+찌개(3만 원, 2인기준), 멸치쌈밥(1만 원).

▶ 도다리쑥국

봄철 대표 어족으로는 도다리를 꼽을 수 있다. 남녘에서는 이맘때 싱싱한 도다리쑥국을 최고의 별미로 꼽는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싱싱한 도다리와 갓 뜯은 쑥을 넣어 끓여내는 것으로 도다리와 봄쑥의 궁합이 환상이다.

야들야들한 도다리 살과 향긋한 쑥 내음이 함께 어우러지니 시원한 국물 맛에 겨우내 돌아선 입맛을 단번에 되돌릴 법하다.

거제 토박이들은 “봄에 도다리쑥국 세 번만 묵으마 몸이 무거바 정제(부엌) 문턱을 못 넘는다”고 도다리쑥국을 자랑한다.

거제에는 겨우내 껄끄러워진 입맛을 일순에 되돌려 놓을 미식거리가 있다. 도다리쑥국이 그것이다.
거제에는 겨우내 껄끄러워진 입맛을 일순에 되돌려 놓을 미식거리가 있다. 도다리쑥국이 그것이다.

거제에는 도다리쑥국을 끓여내는 식당이 많다.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포구에 자리한 60년 전통의 평화 횟집은 시어머니의 손맛을 며느리가 잇고 있다.

이 집은 겨울 대구탕, 봄~여름 뽈낙조림, 가을 생선미역국을 선보인다. 시세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도다리쑥국, 뽈낙조림이 각 1만5000원.

◆ 여행 메모

▶가는 길 = ◇서울~KTX~부산역-렌트카-거가대교-거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마지막 IC인 동통영 IC~거제~사등면 성포리 포구~공곶이 해안

◇지심도 도선운항(편도 20분소요, 뱃삯 왕복 1만 2000원 / 055-681-6007)

▶묵을 곳 = 거제도는 해안을 따라 곳곳에 숙소가 자리하고 있다. 그중 지난 해 거제시 일운면 소동리에 오픈한 대명리조트 거제는 물놀이 시설, 레스토랑, 컨벤션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춘 매머드급 복합리조트로 이른바 원스톱 휴양이 가능한 곳이다.

 ◆ 김형우 여행기자  

김형우 여행기자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스포츠조선 레저팀장을 거쳐 현재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기자협회장, 2010~2012 한국방문의해 위원, 서울시 관광진흥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관광공사 베스트 그곳 선정 자문위원, 한양대 관광학부 강의교수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여행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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