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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2004년, 작곡 이승환/작사 이소라)
실연을 당했을 때 대체로 남자는 술을 퍼마시며 떠난 그녀를 저주한다. 여자는 좀 다르다. 뒤돌아서 화장을 고치거나 헤어 스타일을 바꾼다.
여자가 머리를 자르는 심리는 극복 의례다.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바닥에 수북이 잘려 나간 머리카락은 그와의 추억이자 미련이다.
“그래, 난 이제 새롭게 태어날 거야.”
“실연의 상처 따위는 이 순간 잊어버릴 거야.”
남자는 술을 마시며 죽을 만큼 괴로워하는데, 여자는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발랄하게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날 참이다. 남자들은 이별의 상처를 자기학대로 풀지만, 여자는 자기 변신으로 극복한다. 대중가요에 그런 가사가 적지 않다.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1987년)다.
“내일이면 잊으리 꼭 잊으리/립스틱 짙게 바르고/아침에 피었다가/저녁에 지고 마는/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20년 후 다비치가 부른 같은 제목의 노래다.
“사랑 같은 거 하지 않을래/다시는 바보 같은 짓 절대 안 할 거야/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긴 머리를 자르고/니가 준 상처를 지우고”
이별은 남자가 준 마지막 선물이다. 사랑에도 유효기한이, 유통기간이 있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이소라도 머리를 잘랐다. 그의 대표곡 ‘바람이 분다’는 사랑을 잃고 나서 처절한 고독과 마주하는 노래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부는데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고 했다.
사랑이 떠나자 풍경마저도 추억마저도 주인을 잃었다. 그런데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른다. 달라져 있는 건 나 혼자뿐이다. 그대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그러므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사랑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 한바탕 비극이었다. 비 내리고 바람 부는 날이었다.
이소라는 머리는 잘랐지만 빨간 립스틱을 칠하고 다가올 사랑을 찾아 흘러간 사랑을 극복하려 하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실연을 받아들이고 감당하는 의지만을 붙들고 있다. 너는 날 사랑하지 않았고, 너는 내가 아님을 인정한다. 바람이 불고 눈물은 나지만 여름 끝에 선 너의 차가웠던 뒷모습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깊고 서늘한 실연의 문장들이다.
가사에는 눈물이 흐를 뿐 원망의 언어는 없다. 돌아오라고 애원하지도 않는다. 나 죽겠다고 협박도 하지 않는다. 청승도 떨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실연은 매우 ‘품위’와 ‘절도’가 있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의 그 유명한 구절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처럼.
이소라의 노래에는 유독 실연과 이별이 많다. 이별을 앞두거나 막 겪었거나 혹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아파하는 여성들이다. 이소라는 사랑의 슬픔을 과장되지 않게, 듣는 이들이 각자의 이별의 정한에 푹 빠질 수 있는 섬세하고 담담하고 정갈한 언어로 빚어낸다.
그는 빼어난 작사가다. 작곡은 하지 않지만 자신의 노랫말을 직접 쓰고 프로듀싱하는 가수다. 노랫말은 곧 자신의 얘기라고 한다. ‘바람이 분다’ 역시 “내 이야기”라고 방송에서 말했다. 지독한 이별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쓸 수 없는 노랫말이다. 육화한 언어다. 정체성이 투영된 그의 노랫말에는 특히 여성들이 공감한다.
카카오뮤직과 문학과지성사가 2014년 한글날을 맞아 2000년 이후 발표된 노래를 대상으로 시인 14명에게 ‘아름다운 노랫말’ 설문조사를 했다. ‘바람이 분다’는 요조의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와 함께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김광진 ‘편지’, 브로콜리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델리스파이스 ‘고백’, 김윤아 ‘봄날은 간다’, 루시드폴 ‘물이 되는 꿈’ 등이 베스트7에 들었다.
‘바람이 분다’는 2004년 발매한 6집 앨범 ‘눈썹달’에 수록됐다. 작곡은 필명 ‘The Story’로 더 알려진 서울대 작곡과 출신의 이승환이다(가수 이승환과 다른 인물). 앨범의 타이틀곡은 이 노래가 아니라 ‘이제 그만’이다. ‘바람이 분다’가 너무 처연하고 우울하다는 이유였다. 이 음반은 그해 한국대중음악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상’을 수상한 명반이다. 지난해 CD 앨범이 품격 있는 LP판으로 3000장 한정 발매되자마자 매진됐다.
노래는 처음에는 대중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에서 사회자이자 경연자로 나온 이소라가 첫 방송 첫 곡으로 부르면서 엄청난 역주행이 시작돼 이제는 그의 대표곡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소라를 두고 ‘대체 불가’이며 ‘완벽주의자’라고 한다. 그는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독보적 아티스트’임에 틀림없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음색, 위력적 성량과 섬세한 표현력, 독특한 무대 매너, 은둔적 생활과 기행, 음악에 대해 지독할 정도의 고집과 완벽성.
그는 비성을 쓰는 대표적 가수다. 특유의 콧소리가 묻어나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단박에 귀를 잡아끈다. 비성이면서도 울림통에서 나오는 성량이 매우 뛰어나다. 기교를 최대한 절제하며 호흡을 활용해 소리의 공명 그 자체에 집중하며 감정은 풍부한 음색으로 표현한다. 성대가 많이 열린 상태에서 소리와 호흡이 같이 나오게 되면 가성처럼 들리는데 이게 이소라 특유의 음색이다. 모창이 어려운 가수다.
그는 목소리 하나만으로 노래와 무대를 완전히 지배한다. 감정표현과 감정이입에 절대적 강점을 갖고 있다. 어떤 평론가는 이소라의 유니크한 목소리에 대해 “지적 섬세함과 파괴적 열망이 뒤섞인”이라고 했다.
이소라는 앉아서 노래한다. 눈도 감는다. 멘트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앙코르도 받지 않을 때가 많다. 그의 콘서트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 항목이다. 그가 의자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노래를 시작하면 공기가 팽팽하게 긴장한다. 떼창, 환호, 기립박수 등을 들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는 4년 만의 공연이었다. 수도사 같은 검은 옷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미동 없이 무려 10번째 노래를 부른 후에야 처음 입을 열었다. “이소랍니다. 이제 조용히 있지 않으셔도 돼요. 숨 막힐 것 같았죠?”
그는 KBS TV 심야 음악 프로그램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1996년부터 5년 5개월이나 진행했고 두터운 팬덤을 갖고 있지만 은둔자다. 몇 달이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두문불출이 몇 년씩 갈 때도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대를 뛰쳐나가기도 해 연출자는 늘 긴장한다.
1969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인천대학교 재학 시절 재즈 아카펠라 그룹 ‘낯선 사람들’에서 노래하다 가수 김현철을 만났다. 그와 듀엣으로 부른 ‘그대 안의 블루’가 메가 히트를 기록하면서 대중음악계에 홀연히 나타났다. 1995년 솔로로 데뷔하며 발표한 정규 1집 ‘난 행복해’가 100만 장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웠고, 다음 해 2집도 80만 장가량 나가며 검증된 최고 레벨의 여성 보컬로 각인됐다.
대표곡도 참 많다. ‘난 행복해’, ‘기억해 줘’, ‘제발’, ‘처음 느낌 그대로’, ‘너무 다른 널 보면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이제 그만’, ‘청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등이 있다.
올해 50대 중반에 들어선 그는 여전히 결혼 생각은 없다고 한다. 한때 삭발했을 때 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스스로 머리를 깎다가 잘못되자 아예 싹 밀어버렸다고 한다.
◆ 한기봉 전 언론중재위원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언론과 글쓰기를 강의했고, 언론중재위원과 신문윤리위원을 지냈다. hkb821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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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이 말하는 정책 개방 2주년 맞아 청와대에 다녀왔어요! 역대대통령의 집무실로 사용되며국정이 펼쳐진 공간이었던청와대는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라는 취지로 2022년 5월 10일부터 국민들이 방문과 관람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청와대 개방 2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있다는 소식을 듣고현장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주말을 이용해 직접 다녀와봤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 개방 후 처음 방문하는 청와대. 우선 청와대에 방문하려면 사전 관람 예약이 필요했다.청와대 관람 예약은 청와대 국민품으로누리집(https://www.opencheongwadae.kr/)에서 무료로 예약할 수 있었다. 관람료는 무료였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보훈 대상자, 외국인에 한해현장에서 입장 신청이 가능했다. 청와대를 찾는 외국인 관람객들을 위한 편의를 보완하기 위해 4월부터 영어, 중국어, 일어의 다국어 누리집이 시행되고 있고,영문 관람 신청 예약 홈페이지를개설하기도 했다. 사전 예약 확인 장소. 버스를 타고효자동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니청와대 길이 등장했다. 대형버스와 많은 관람객들이 청와대에 방문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문에서 예약 확인 절차를 마치고따라가다 보니관람 안내소가 있었고, 청와대 안내지도와 이번 행사 안내 팸플릿을 볼수 있었다. 팸플릿을 살펴보면서 걷다가 청와대 본관에 들어서니 이때부터 청와대에 왔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규모가 크고 웅장했다. 청와대 관람을 하기 위해 입장하면서 촬영한 사진. 청와대 본관에서는 5월 1일부터7월 29일까지 정상의 악수, 자유의 약속 : 정상으로 모십니다라는 주제로 글로벌 중추국가로 발돋움하는 대한민국의 여정을 문화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년 동안의 정상외교 기록을 바탕으로문화강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 위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청와대 본관 내부, 역대 대통령 초상화, 집무실 사진. 과학기술, 국방, 문화, 산업 등 영역에서 이뤄진문화기술, 작가 협업 미디어 아트와한국화의 양식적특징을 학습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코너들이 눈길을 끌었다. 대형 족자에 인공지능(AI)이 그린 각국 정상들의 전신 초상화가 생성되었고,각국 정상의 증정품을 문화적으로 해석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각국 정상의 초상화와대통령 접견실사진.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식과 만찬이 열리던 충무실은문화기술을 접목한 참여형 전시공간이 되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해당 국가의 정상과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포토존과 외교 상식 퀴즈 청마루를 이겨라를 직접 체험해보기도 했다. 문명의 대화 공간과 충무실. 가상 외교관 청마루와 외교 상식 퀴즈 청마루를 이겨라도 직접 체험해봤다. 관객들이 악수하듯 태블릿에 손을 가져다 대니백자의 무늬인 청룡에 불빛이 들어왔다. 이 작품은 이이남 작가의 상호형 미디어아트이며, 청룡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효과와 메시지를 담고있다고 한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이야기도 펼쳐지는데 가상 외교관 청마루가 6.25 전쟁 당시로 돌아가 참전용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푸른 베레모, 산업 환경이 변화하고 한국의 산업이 세계 속에서 존재감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프로젝션 맵핑으로 다룬 작품도 볼 수 있었다. 문화기술을 접목한 참여형 전시공간. 매주 수요일 밤 8시, 상상 속의 인물 청호인이 호기심 많은 친구들과 함께 절망 속에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모험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국악, 재즈, 한국 무용,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예술 형식으로 선보이는 블루하우스 공연도 청와대 누리집(https://www.opencheongwadae.kr/)에서 별도의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전쟁을 겪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150여 점을 전시하는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도 6월 3일까지 춘추관 2층 건물에서열리고 있다. 아울러 5월 18~19일 열리는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에서는 농악, 전통음악, 줄타기, 탈춤 등을 관람할 수 있고, 5월 25일에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재즈밴드의 봄의 재즈 향연이 열린다. 청와대 주요 행사 일정 안내.(출처=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 청와대 관람을 통해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외교와 역사가 공존하는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역사의 위대함을 느꼈고 책으로 봐왔던 역사의 기록이 담겨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청와대가많은 국민과 세계인이 찾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소가 되길 바라본다. 정책기자단|조민서minn62139@gmail.com 신중하고 정확한 소식을 올바르게 전달하겠습니다.
- 영상 [대담한정책] 사칭 사기 예방 이렇게 하세요! 대처 방법까지 총정리 최근 유명 인물이나 전문가 등을 사칭한 사기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로 SNS를 이용한 접근이 많으며, 피해 규모는 수십억 원에 이른다고 하는데요.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온라인 사칭 광고물을 막기 위해 사칭 광고 피해 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플랫폼 사업자의 자율 규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사기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온라인피해365센터' (국번없이 142-235) 에서 상담과 함께 대처 방안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는 온라인 사칭 사기 예방과 대처 방법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팀 박명진 팀장님과 대담 나눠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