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새출발지원센터(이하 센터)에는 언제나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 찾아온다. 서울중부센터의 이현주 센터장은 이들의 문제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규모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과 높은 연체율, 폐업률은 경기침체의 원인이자 결과물"이라며 "소상공인 새출발지원센터는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기 위해 생겨났다"고 말했다.
센터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던 재기지원센터에 채무조정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해 5월 새롭게 문을 연 기관이다.
기존의 재기지원센터는 소상공인의 폐업부터 재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치됐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면서 설립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더욱 악화된 자영업자 대출연체 증가로 개인회생과 파산 신청이 증가했다"며 "정책 지원을 받으려 해도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고 확정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어려움을 겪게 돼 자영업자들이 쉽게 재기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채무를 장기연체하고 재기를 포기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센터는 이런 소상공인이 신속하게 채무조정을 받고 재기해 새출발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상담을 지원해준다. 이 센터장은 "폐업 지원, 취업·재기사업화뿐 아니라 다양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전국에 30곳이 설치돼 있고 서울중부센터의 경우 종로구·중구·서대문구·은평구 등이 관할 지역이다. 관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법률 상담 등 채무조정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소상공인 새출발지원센터 서울중부센터 이현주 센터장은 "소상공인 채무조정은 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특히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에 소상공인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고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지원 프로그램이 포함되면서 센터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센터에서 안내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왜 국가가 나서 소상공인의 경제적 위기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지,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이 센터장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소상공인의 채무 문제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가?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대다수가 음식점이나 도소매업을 운영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반토막이 난 경우가 많다. 고금리까지 겹쳐 이자 상환조차 어려워지면서 폐업 위기에 놓였다. 대출로 연명하다가 금융권 대출마저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제도권 밖으로 내몰린다. 실제로 센터에 내방한 소상공인들의 채무 상황을 조회해보면 절반 정도는 사금융·대부업 대출을 받은 경우다.
위기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이 센터에 오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 채무조정을 희망하는 소상공인이 상담을 신청하면 우선 센터직원이 채무 상태와 상환능력 등 현황을 파악하고 맞춤형 채무조정 지원에 들어간다. 채무조정이 필요하다고 확인된 소상공인은 채무조정 전문 변호사 상담을 받는다.
공단에서도 운영하는 채무조정 지원 제도가 있다. 원금을 탕감해주는 것은 아니고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센터에 오는 상당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진행하는 새출발기금이나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새출발기금은 원금 탕감을 통해 채무를 조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연체를 한 경우에는 연체 일수에 따라 신복위의 신속채무조정이나 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단계를 밟게 된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데 서울회생법원과 중소벤처기업부가 업무협약(MOU)을 맺었기 때문에 센터를 경유해 신청된 채무조정 건은 법원 전담재판부에 배정돼 신속하게 심사받을 수 있다.
채무조정 프로그램만 안내하나? 아니다. 사실 소상공인들이 처한 문제는 대단히 복합적이다. 단지 채무조정만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염두에 둘 수도 있고 다시 사업을 진행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런 소상공인에게 센터는 종합적인 정보를 안내해준다. 폐업했거나 폐업 예정인 소상공인은 희망리턴패키지 사업 대상이다. 희망리턴패키지는 원스톱폐업지원, 특화취업지원, 재기사업화지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폐업이 예정된 소상공인은 사업정리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공단에 위촉된 컨설턴트가 실제 사업장에 가서 폐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하고 지방자치단체·정부의 지원 제도를 알려준다. 점포철거비도 이번 추경으로 6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법률자문이나 채무조정 같은 지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취업이나 재기사업화를 원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어떤 지원 제도가 있나? 정책적으로는 자영업 비율도 줄이는 차원에서 폐업 소상공인을 취업으로 연계하려고 하지만 재기사업화 수요도 상당하다. 50~60대 중장년 소상공인이 취업하기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소상공인365 누리집을 이용해서 경영진단과 사업전략을 짜주고 사업화 교육을 한다. 취업을 원하는 경우는 공단의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전직장려수당을 지급한다. 채무조정을 받은 소상공인에게는 이런 수당이 최소한의 생활 유지를 위한 방책이 된다.
단순한 제도 안내보다 '살길'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센터의 역할은 소상공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보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새출발기금이나 신복위, 개인파산·회생 같은 채무조정을 받게 되면 일정 기간 공공정보에 등록된다. 이러면 신용카드 사용에도 제약이 생긴다. 소상공인에게는 거래줄이 막히는 셈이다. 그래서 채무조정을 받고 취업이나 재기사업화에 성공한 사람은 공공정보 등록을 해제하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런 지원은 도덕적 해이를 부르고 사회적 부담이 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성실히 채무를 상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불공평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성실상환자 역시 아주 힘들게 상환을 하고 있다. 안 좋은 상황이 생기면 한순간 연체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안전망 투자라는 시각에서 봐야 한다.
소상공인 채무 탕감이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는 얘기인가? 채무를 탕감해주지 않는다면 막다른 길에 몰린 소상공인은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제도권 밖에서 보호받지 못해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는 경우도 생긴다. 사회적으로도 빚을 갚으라고만 하면 결국 신용불량자가 대거 발생하고 개인회생이나 파산이 급증한다. 소비가 위축되고 상권이 붕괴되면서 지역경제가 쇠퇴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이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떠안아야 할 복지비용과 금융부실 리스크가 폭증한다는 뜻이다. 대신 이들의 재기를 도와주면 결국에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선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소상공인 채무조정은 문제 해결의 시작점인 것 같다. 맞다. 센터에서는 채무조정을 설계하고 재무·심리상담을 통해서 신용 회복을 이끌어내며 생계를 지원하고 재기사업화·취업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채무조정은 출발점이고 목적지는 생계 안정과 재도약이다.
채무조정을 통해 재도약 한 사례를 많이 봤겠다 이런 지원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 지난 5월 센터 개소식 당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서 재기에 성공한 소상공인이 많이 참석했다. 그중에는 개인회생을 통해 성실히 채무를 상환해서 '재기 경영개선 사업화' 프로그램에 선정돼 1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고 기존 사업체를 유지한 소상공인도 있었다.
실무자로서 위기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에게 조언해준다면? 센터의 일이 다양한 재기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안내하는 것이다. 성실히 상환하면 다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안내하는 사후관리도 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이라면 일단 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 센터를 사칭해 대출 신청 연락이 왔다는 문의가 자주 온다. 명심해야 할 점은 어떤 공공기관도 먼저 전화해 대출 신청을 권유하거나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반드시 공단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