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수도 캔버라 시내의 한 호텔에서 호주의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을 초청해 만찬을 했다.
만찬에는 이안 크로포드 제독(예비역 해군소장), 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예비역 육군준장), 노먼 리 장군(예비역 해군준장) 등 참전용사와 유가족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71년 전 한국전쟁이 발발해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호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참전을 결정했고 육군·해군·공군 전군에 걸쳐 많은 병력을 파병해 주셨다”며 “1만7000여 명에 달하는 호주 참전용사들은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에 자신의 꿈을 접어두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생명을 지켜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 참전용사들은) 가장 위대한 전투 중 하나인 ‘가평전투’와 유엔군 보급선을 지켜낸 ‘마량산 전투’를 비롯해 바다와 하늘, 육지의 수많은 전투에서 빛나는 전과를 올렸다”고 그들의 공훈을 기렸다.
가평전투는 1951년 4월 23~25일 감행된 중공군의 공세 속에 가평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로, 당시 호주 제3대대가 중공군의 남진을 죽둔리 일대에서 저지했다. 이 전투에서 대대는 전사 31명, 부상 58명, 포로 3명의 병력 손실을 입었다.
이후 호주 참전용사들은 이 전투를 기억하기 위해 호주 내 자신들이 거주하는 마을 길과 공원, 다리 이름 등에 ‘가평(Kapyong)’을 붙이며 가평전투는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는’ 양국 우정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한국과 호주는 가평전투에서 헌신한 참전용사들을 기리고 미래세대에 전하기 위해 노력 중 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은 호주와 한국 모두의 위대한 유산”이라며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 대한민국은 해외 참전용사들을 끝까지 예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난해 3월 ‘유엔참전용사법’을 제정했다. 참전용사에 대한 지속적인 예우와 명예선양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한국 정부는 ‘참전용사와 가족의 한국 방문’, ‘현지 감사 행사’ 등 다양한 국제 보훈사업에 더욱 힘쓰고 ‘평화 캠프’를 비롯한 미래세대 교류 프로그램으로 참전용사들의 뜻과 정신을 더 많이 알리고 기리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마흔두 분의 호주 참전용사들이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019년 양국은 ‘유해발굴 MOU’를 체결하고 공동 조사와 발굴, 신원확인을 위해 협력해 왔다. 지난해에도 2만여 명의 한국군 장병들이 동원돼 비무장지대에서 미수습 전사자의 유해와 유품을 발굴했다. 대한민국은 마지막 한 분의 참전용사까지 찾아내 가족과 전우의 품으로 돌려보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만찬 전 캔버라 전쟁기념관 무명용사비와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것을 떠올리며 “오늘 헌화한 ‘한국전 참전기념비’ 뒤 벽면에는 ‘평화’라는 한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평화의 한반도를 향해 담대한 걸음을 이어가겠다. 반드시 참전용사들께 다시 한번 보람과 기쁨을 드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