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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웅 이순신에 대해 잘못 알려진 몇 가지들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철쇄(쇠사슬)를 설치해 일본 해군을 격파해 완승을 이끌었다.’ (어린이 그림책)
‘침전한 전투는 23전 23승’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이순신은 어렵고 가난한 환경 속에서 살았다.’ ‘흰옷을 입고 병사 행렬 사이를 걷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북선과 이순신 장군에 관련된 상식은 과연 진실일까?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통 거북선은 세계 최초의 철갑선으로 명량해전에서 사용된 철쇄를 이용해 일본군을 대파한 것으로 묘사돼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료에서는 거북선 등에 판자 위에 송곳과 칼을 꽂았다고 돼있고, 현존하는 가장 권위있고 가장 오래된 사료인 ‘이충무공전서’의 거북선도에도 판자만 깔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것이니 목숨과 바꿔서라도 이 조국을 지키고 싶은자, 나를 따르라!”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나온 이 대사는 세계해전 역사상 미스테리하고 기적 같은 명량해전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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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복원한 거북선(좌, 출처=문화재청) ‘이충무공전서’의 거북선도에 판자만 깔린 거북선(우,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
이순신 장군이 철쇄를 이용해 13척의 판옥선으로 일본군 300척을 이겨 승리로 이끈 이 싸움은 당대 사료인 이순신이 직접 기록한 난중일기에도 없던 내용이며 민간의 설화로 전승된 것이다. 실제로는 13척의 판옥선과 32척의 초탐선으로 일본군 4분의 1인 31척만 침몰시키고 나머지 부대는 그대로 남아서 이순신 함대를 추격하고 약탈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우리의 상식과 역사적 사실 사이에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28일 충무공 탄신 467주년을 앞두고 충무공 기념행사와 함께 이순신 바로알기 학술대회가 다양하게 열렸다.
기자는 26일, 서울시와 중구청이 후원하고 중구문화원이 주최하는 ‘청계천 거북선 모형 경주 대회’가 열리는 청계천 모전교를 찾았다. 이 행사는 자라나는 청소년과 국내외 사람들에게 이순신 장군의 탄생지인 중구에서 거북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충무공의 애국정신과 호국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충무공 탄생 467주년을 기념해 4월 23일부터 5일 동안 청계천 모전교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생 기념문화제가 열렸다. |
4월 28일, 서울 중구 인현동(건천동 마른내길)에서 이순신은 덕수이씨 이돈수의 셋째 아들(12대손)로 태어났다. 한산도대첩, 명량해전, 합포해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싸움을 한 역사적 사실 때문인지 이순신의 탄생지가 서울임을 몰랐던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중구에서 열리는 ‘청계천 거북선 띄우기 행사’는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그동안 잘못 알려진 ‘성웅 이순신’에 대해 바로 알고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 날 참가한 초등학생에게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 질문을 해보니 이순신 장군이 어렵고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났으며 드라마에 표현된 졸병으로 백의종군하는 모습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머니 변 씨도 현감의 딸이고 부인 방시도 군수의 무남독녀인 본가, 외가, 처가가 모두 어느 정도의 사회 경제적 기반을 갖춘 여유 있는 편에 속했다.
드라마는 극적인 화면을 연출하기 위해 흰옷을 입고 칼싸움을 하며 병사들과 생활하는 백의종군하는 이순신 모습을 보여주지만 역사적 문헌에서는 전쟁 지휘부터 자문을 해주는 전술가이자 전략가의 역할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중구 인현동 1가 31-2번지(1545년 4월 28일 한성부 건천동)에 마련된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 |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는 사이 12개 초등학교에서 온 30~60명에 달하는 학생들 모두 이순신장군의 일대기가 그려진 벽면을 바라보며 청계천 일대에 들어섰다. 각자의 손에는 종이, 플라스틱, 스티로폼, 페트병 등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만든 거북선을 갖고 경주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진지했다.
대회에 앞서 최창식 중구구청장과 관계자들의 오색종이배 띄우고 이어 ‘종이나라’의 협조를 받아 특수제작한 3m짜리 거북선 2척을 청계천에 띄우자 참가한 학생들은 물론 시민, 관광객 등이 함성을 치며 박수를 보냈다.
곧바로 각 학교의 조별로 6명씩 나와 자신들이 만든 모형거북선을 띄우며 경주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학교와 친구이름을 부르며 응원이 터져나왔다. 경주대회는 각 학교의 조별 순위를 합산하여 가장 빠른 순서로 대상, 금상, 은상, 동상을 시상되며 우수작 30여 점을 중구문화원 예문갤러리에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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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거북선 경주대회에 참가하는 초등학생들이 충무공일대기 그림을 살펴보며 입장하고 있다. |
대회에 참가한 신당초 이지현 양은 “평소에 쓰레기라고만 생각했던 재료로 우리나라를 지킨 거북선을 만들어 뿌듯해요. 또 우리학교가 이겼으면 상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희초 지원 양은 “거북선을 만들며 이순신 장군님의 탄생일이 4월 28일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전쟁에서 승리로 이끈 거북선의 훌륭함과 잘싸우신 이순신 장군님에 대해 많은 친구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처음 왔다는 중국관광객은 “모형거북선이 모두 종이로 만들었다니 놀랍다. 행운이 준다는 청계천에서 동전을 던지려고 왔다가 이런 멋진 볼거리가 많아 즐겁다.”며 “남은 기간 어떤 것들을 볼지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직 한지 종이로만 손수만든 3m 거북선 2척을 청계천에 띄웠다. |
모형거북선 경주대회를 시작하고 있는 각 초등학교 아이들 |
부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온 대학생 김 모 군은 “서울에서 이순신장군 기념이 열리는지 의아했는데 이순신이 탄생한 곳이 이 지역이라는 사회자의 말을 듣고 뜨끔했다. 어린 학생들이 거북선을 만들어 대회에 참가하며 한국 위인들에 대해 존경을 갖고 있다는 답변을 듣고 성인으로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온 친구들은 “서울관광을 하며 역사적인 곳도 두루두루 살펴보며 배우겠다.”고 전했다.
경주대회가 끝나자 참가한 모든 이들이 희망종이배 1,000개를 띄웠다. 동시에 3m로 제작된 거북선 2척의 거북선 입에서 불 연기를 뿜으며 대회는 막을 내렸다.
모형거북선 경주에 참가할 학생들이 자신들의 거북선을 선보이고 있다. |
청계천 관광을 하는 중국관람객이 종이로 만든 거북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4월 28일은 이순신 탄신 467주년이다. 역사적인 위인이나 기념일을 머릿 속에 각인해야만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검은 활자로 된 활자(책)나 미디어(드라마,영화 등)를 통해 어떤 점이 사실인지 허구인지는 분별할 줄 알아야 잘못된 교과서 역사왜곡, 독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처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이순신 탄신 467주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이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24일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는 ‘이순신 정론찾기’ 학술대회를 열고 27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충무공 이순신 탄생 기념 다례’를,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기념행사, 충무공이순신기념관에서는 ‘역사 속의 이순신-그 기억의 어제와 오늘’ 주제로 기획 전시회 등을 열었다.
아울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젊은 시절 무예를 연마했던 현충사 경내 활터에서는 대한궁도협회 주최로 전국을 대표하는 16개 시·도 선수들이 참여하는 ‘제51회 대통령기 전국 시·도 대항 궁도대회’ 등 전국에서 ‘충무공 이순신’ 관련행사가 진행됐다.
정책기자 김수희(프리랜서) 5ph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