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K-드라마에 관심을 갖던 세계가 한국 패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발표한 ‘2015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문화콘텐츠로 한식과 K-팝 다음으로 패션·뷰티가 꼽혔다.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 동대문은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생산 ·유통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한국형 SPA 시스템으로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는 패션산업의 중심지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동대문의 현재를 짚어봤다.
한국 패션이 서울 동대문을 중심으로 세계무대에서 약진하고 있다. 동대문 패션의 가장 큰 장점은 기획, 생산, 유통이 모두 통합된 브랜드 생산 시스템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오전에 디자인이 나오면 당일 샘플이 완성된다. 이러한 동대문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디자인부터 의류 제조, 유통의 전 과정이 동대문 상권을 중심으로 반경 5km 내에서 모두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제작 공장은 인근의 신당동 등에 위치한다.
동대문 패션타운이 하루에 생산해내는 신상품은 약 2만~3만 개에 이른다. 디자이너 1만 명을 포함해 동대문 패션업계 종사자 15만여 명이 2만 개 생산공장과 협업을 하는데,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2~3일 안에 마무리한다. 2주마다 신상품이 나오는 자라, 유니클로, H&M 등 세계적인 SPA 브랜드보다 동대문은 훨씬 빠른 한국형 SPA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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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동대문 패션타운의 모습. |
동대문 SPA 시스템 해외 브랜드서 벤치마킹
2015년 해외 방문객 800만 명
한국 패션에서 동대문의 비중은 굉장히 높다. 동대문시장은 전국 의류 유통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하루 유동인구 40만 명,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 800만 명으로 세계적인 패션의류 유통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월 발행한 ‘2015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 이유로 10명 중 7명이 쇼핑을 꼽았다. 주요 방문지는 서울 명동과 동대문이었다.
해외 여행객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 브랜드들도 한국 시장을 잡기 위해 동대문을 찾았다. ‘한국에서 시작해야 아시아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는 전략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칼 라거펠트는 한국을 주제로 한 컬렉션쇼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었다. 이어 크리스티앙 디올은 한국 작가들과 협업한 전시를 선보였다.
한국 스트리트 패션을 연구해온 마이클 허트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K-패션이 이렇듯 주목받게 된 이유에 대해 “한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경쟁적인 패션 문화 속에 살기 때문에 10대들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을 잘 차려입는다”며 “그 탁월한 감각이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해외로 전파되면서 한국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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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광희패션몰 캐주얼 의류 매장 모습. 동대문시장은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이 250만 명에 이를 만큼 세계적인 패션의류 유통시장으로 성장했다. |
독창적 감성·실용적인 디자인 해외서 호평
중국 패션타운서도 30% 이상이 K-패션
동대문의 SPA 시스템과 독창적 디자인 등을 기반으로 한국 패션은 세계무대로 진출했다. 우선 한국 패션은 중국 시장으로 활발히 유입되고 있다. 중국 항저우의 17개 대형 패션타운에 입점해 있는 800개 점포 가운데 30%가 동대문 등에서 구매한 K-패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수입해간 한국 옷은 디자인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돼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 유튜버인 김지나 씨는 “한류에 관심있는 해외 유튜브 구독자들은 한국 패션피플들의 패션뿐만 아니라 그들이 어디에서 쇼핑하고 무엇을 먹고 어떤 문화를 즐기는지 등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다”며 “K-패션이 또 다른 한류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열린 ‘K-스타일 패션쇼’에는 1만여 명의 현지 관람객이 몰렸다. 영국패션협회의 CFE (Center for Fashion Enterprise) 웬디 메일은 “독창적 감성과 실용적인 디자인이 한국 디자이너들의 강점이자 무기”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1년부터 6년째 뉴욕 패션위크에서 ‘콘셉트 코리아’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디자이너인 손정완, 이상봉, 박춘무, 계한희가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해외 패션한류 열기에 힘입어 동대문패션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패션협회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패션 브랜드 수는 2005년 120개에서 2015년 200개로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 시장을 발판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작한 패션 브랜드인 스타일난다는 2013년부터 홍콩, 중국, 태국, 싱가포르에 매장을 내며 급성장한 대표적인 스트리트 패션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한국 동대문 쇼핑몰인 유어스는 지난 10월 8일 중국 광저우에 진출했다. 경쟁력 있는 동대문 브랜드를 중심으로 200개의 한국 브랜드가 함께 포함됐다. 유어스 측은 “한국의 동대문이라 할 수 있는 패션의류 집적지인 광저우 짠시루에 한국 브랜드로서 당당히 자리하게 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동대문 기반 중소 패션기업 공동 브랜드인 ‘DDM스퀘어’는 10월 28일 중국 국제 패션박람회에 참가해 총 300여 건의 상담 실적과 10억 원 이상의 수주를 달성했다. 동대문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제조 브랜드들이 아시아를 넘어 해외를 호령할 날도 머지않았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