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8살 딸아이의 목소리가 가래가 낀 것처럼 걸걸하니 심상치 않다. 목이 잠겨서 말을 잘 하지 못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아빠, 나 목이 많이 아파”라고 말한다. 순간 너무 당황스럽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딸아이는 코로나19 때문에 집 밖에 잘 나가지 않았다. 얼마 전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친구들도 만나고 급식도 먹으며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했을 뿐이다. 딸아이는 그동안 친구들을 너무 만나고 싶어했고, 같이 놀고 싶어했다. 그래서 목이 아프다고 했을 때, ‘혹시 코로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순간 당혹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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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 입구. |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온 가족이 마스크를 썼고, 딸아이의 체온을 측정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받은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해서 검사를 했다.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고, 체온도 그리 높진 않았다. 하지만 잠복기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그리고 딸아이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감기 증상이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집 근처에 있는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병원에는 우리 가족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다들 혹시 내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다. 간혹 몸 상태가 안 좋은 아이는 소리내어 울기도 하고, 떼를 쓰는 아이들도 있었다.
1시간쯤 기다렸을까. 우리 차례가 되어 필요한 검사를 받고, 다행히도 코로나가 아니라는 진단과 함께 목감기 약을 처방받았다. 그때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피로와 함께 몸에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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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밖에 붙어있는 검사실 안내표지판. |
코로나19 확진자 10명 가운데 한 명은 9살 이하 아이들로 전국적으로 하루 3~4만 명의 확진자가 나온다고 한다. 특히 소아·청소년 등 미성년자 확진자는 다른 가족의 돌봄이 필요한 만큼, 가족 내 2차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자녀가 확진되면 가족 전체가 잇따라 감염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3월 10일 ‘오미크론 대응 새 학기 학교방역 추진 현황’을 발표하면서 보건복지부·아동병원협회 등과 협의해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을 기존 28곳에서 63곳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도 24시간 소아청소년과 비대면 진료·상담이 가능한 의료상담센터도 100개소를 운영 중이며, 지속 확충해 나간다고 밝혔다.(코로나19 소아 확진자 의료이용 안내 : http://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3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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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검사실 앞에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
집 근처 얼마 안 떨어진 거리에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이 있어서 진단부터 재택치료, 입원치료가 가능해 정말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이 지정되어, 의료의 사각지대 없이 우리 꿈나무들이 안전하게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 병·의원 정보는 네이버, 다음 등 검색 창에서 ‘코로나19 전화상담 병의원’ 입력 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www.hira.or.kr)에서 확인 가능
경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