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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 미래수업
전 산업계에 분 NFT(대체불가토큰) 열풍!
용어는 익숙하지만 개념은 생소한 NFT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정책브리핑과 함께 할 미래 기술 이야기.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자 국내 최고 디지털 화폐 분야 전문가 홍기훈 교수님과 함께 알아볼까요?
얼마 전 가수이자 테슬라 CEO의 여자친구인 그라임스는 <전쟁의 정령>이라는 자신의 NFT 예술품 컬렉션 10종을 온라인 경매에 출품해서 20분 만에 580만 달러, 약 65억 원을 벌었다는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했습니다. 국내에서 이 기사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지털 파일 하나가 65억 원이라니!’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판매 액수와 NFT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었습니다.
다들 NFT에 투자해야 하는지 또는 NFT로 자신의 작품을 팔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했지만 <전쟁의 정령>이 정작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사실 별로 없었습니다. 이 그림이 물의 정령인지, 불의 정령인지 그림은 하나인지, 여러 개인지 심지어 그림인지, 동영상인지조차 몰랐고 또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전쟁의 정령>이라는 작품은 총 10종의 431개의 디지털 그림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컬렉션입니다. 선뜻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파일은 431개인데 작품은 10점이라니.
예를 들어 <전쟁의 정령>이라는 컬렉션 중 하나인 <정령들의 전쟁>이라는 작품은 하나의 작품이 10개가 존재하고 각각의 파일이 최대 11만 1,111달러에서 최소 1만 100달러에 경매되었습니다. 그림은 같은 그림인데 발행된 NFT 토큰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경매되었다는 의미인데요. 좀 이상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그라임스의 작품을 구매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클릭 한 번으로 원본과 똑같은 해상도의 파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도대체 왜 NFT를 사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수많은 사람들이 던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이 하나의 NFT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품을 소유한다고 해서 그 작품을 독점적으로 감상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렴풋이 이상하기는 한데 뭐가 이상한지 정확히 짚어 내기는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제 ‘NFT를 왜 사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NFT의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NFT의 문제라기보다는 디지털 작품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재화의 성격을 구분할 때 크게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합니다. 하나는 ‘경합성’입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다른 사람은 그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이스크림은 경합적인 재화입니다.
경제학에서 재화의 성격을 구분할 때 적용하는 또 다른 기준은 ‘배제성’입니다. 어떤 재화를 내가 소유한다면 소유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 재화를 소비하지 못하도록 배제할 수 있는 특성입니다. 예를 들자면 최근 테러를 당한 모나리자 작품을 정비하기 위해서 루브르 박물관이 모나리자를 전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나리자를 감상할 수 없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소비하는 사과, 아이스크림과 같은 제품들은 경합적이기도 하고 배제적이기도 합니다. 즉, 소유자가 소비를 막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소비를 하면 다른 사람은 그 재화를 소비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재화를 우리는 ‘사적재’라고 부릅니다. 사적재의 경우, 소비하기 위해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예술품의 경우 배제적이기는 하지만 경합적이지는 않습니다. 내가 소유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감상하지 못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 작품을 감상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감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합적이지는 않으나 배제적인 재화를 경제학에서는 ‘클럽재’라고 부릅니다. 예술품은 클럽재입니다. 클럽재의 구매가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배제성이 확실히 보증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모작이 만들어지면 안 되는 거고요. 이를 위해 우리는 저작권법을 만들었습니다.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예술품과 같은 클럽재의 배제성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NFT에 소유권이 저장되어 있는 디지털 예술품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예술품은 복제가 되어 온라인상에 복사본 파일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현실 세계에서 예술작품을 모방해 낸 모작과는 다르게 원본과 해상도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파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사본이 노출된 디지털 예술품의 경우 배제성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경제학에서 경쟁적이지도 배제적이지도 않은 재화를 ‘공공재’라고 부릅니다. 흔히 공공재의 예로 지식, 공식 통계, 언어, 맑은 공기, 국방 등이 언급되는데요. 이렇게 논의하고 나서 보니 ‘우리가 도대체 왜 NFT를 사는 걸까?’라고 계속해서 찝찝해 하면서 질문하던 이유가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NFT에 소유권이 저장된 디지털 예술품의 복사본이 존재한다면 이는 공공재가 되기 때문인데요. 즉, ‘우리는 도대체 왜 공공재를 돈을 주고 사는 거야?’라고 하는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NFT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NFT는 디지털 세계에서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그리고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가 소유권을 증명할 자산의 대부분은 디지털 문화예술 콘텐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문화예술 콘텐츠의 배제성을 높이는 것이 NFT라는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NFT의 가치는 해당 NFT가 소유를 증명하는 디지털 문화예술 콘텐츠로부터 오게 되고 디지털 문화예술 콘텐츠의 가치는 당연히 그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하는 팬덤 그리고 커뮤니티로부터 오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를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NFT의 자산으로서의 시장가치는 NFT가 소유권을 증명하는 디지털 자산으로부터 옵니다. 대부분의 디지털 자산은 디지털 문화예술 콘텐츠이고, 이 콘텐츠의 가치는 소비자인 팬덤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NFT의 진정한 사회적 가치는 디지털 콘텐츠의 배제성이 확보될 수 있는 디지털 저작권법과 제도가 정비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NFT라는 자산 소유 증명 기술이 얼마나 활용될지는 디지털 콘텐츠의 배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의 흐름과 규제 완비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편에서는 ‘NFT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홍기훈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