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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장이 본 우리말 사용 실태

200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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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배아람 redsin0617@naver.com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다. 정부는 9일부터 12일까지 한글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한글 관련 행사를 펼치는 등 성대하게 한글 탄생 563주년을 축하했다.

그러나 한글날을 기념하는 이 시간에도 한글 파괴는 계속되고 있다. 길을 걷다보면 정체불명의 외국어가 적힌 간판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글 창제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외국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외국어 사용,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우리 말글을 참되게, 곱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김승곤 한글학회장을 만나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승곤 한글학회장은 무턱대고 외국어를 쓰면, 의미가 불분명해질 뿐 아니라 우리 말글을 해친다고 강조했다.
김승곤 한글학회장은 무턱대고 외국어를 쓰면, 의미가 불분명해질 뿐 아니라 우리 말글을 해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외국어 사용, 얼마나 심각한 것입니까?

지금 외국어를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문에서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외국어가 많이 쓰이고 있고, 거리 간판에서도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는 외국어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정부, 행정기관의 외국어 사용도 심각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앞장서서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다산콜센터’, ‘디자인기획담당관’, ‘WDC담당관’, ‘유시티추진담당관’, ‘클린도시담당관’, ‘남산르네상스담당관’ 등 행정 명칭에 영어를 많이 표기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마찬가집니다. ‘한스타일’, ‘한국콘텐츠진흥위원회’, ‘미디어법’ 등 영문 명칭이 많습니다.

이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관 이름, 행사 이름, 행정 명칭 등을 영어로 정하고 있는데, 일반 시민 대부분은 이게 무슨 뜻인지도 모릅니다. ‘WDC담당관’이 무엇을 담당하는지 아시겠습니까? 우리는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정부는 무턱대고 약자로 명칭을 정해놓습니다.

부서 이름은 적어도 한글로 해야, 무슨 일을 하는지 알 것 아닙니까? 영어나 약자는 되도록 한글로 풀어써야 합니다. 외교통상부도 FTA란 말을 많이 쓰는데,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나 약자 사용은 삼가야 합니다.

외국어 사용을 지양해야 되겠군요. 그렇다면 외래어 사용은 어떻습니까?

외래어와 외국어는 다릅니다. 참된 외래어는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텔레비전을 ‘전시’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텔레비전을 대신할 우리말이 없습니다. 라디오나 컴퓨터 등 우리말이 대신할 수 없는 외래어는 쓸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외래어가 아니라 외국어입니다. 외국어를 무조건 갖다 쓰는 것은 우리 말글을 죽이는 현상을 가지고 옵니다. 순전히 우리말이 된 외래어는 할 수 없이 써야 하지만, 외국어는 다릅니다. 외국어 사용은 가급적으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 한문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 한문 사용도 주의해야 합니다. 일본어나 한문도 외래어가 아니라 외국어입니다. 게다가 일본어나 한문을 쓰려면 제대로 쓰지, 한자도 어법에 맞지 않는 한자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취토장(取土狀)이라고 해야 할 것을 우리는 토취장(土取狀)이라고 잘못 씁니다. 쓰레기 분리수거 역시 잘못된 말입니다. 분리란 말은 본체가 있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버리는 쓰레기 중에서 본체 쓰레기가 따로 있고, 본체가 아닌 쓰레기가 따로 있습니까?
분리가 아니라 구분이라고 해야 어법에 맞는 것입니다. 수거란 말도 잘못입니다. 우리는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것도 수거, 가져가는 것도 수거라고 표현하지만, 원래 수거는 가져갈 때만 쓰는 말입니다. 이는 공무원들이 한자도 잘 모르면서 무조건 한자만 갖다 써서 생긴 문제입니다. 정부에서 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부나 행정기관에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왜 안 좋은가요?

우리 말글을 망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소위 세계화를 해야 한다, 세계화하려면 영어를 써야한다는 생각으로 외국어를 많이 쓰는데, 영어를 많이 쓴다고 세계화가 되지는 않습니다.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다고 해서 세계화가 이뤄집니까?

세계화란 우리 것을 널리 펴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세계의 문물은 받아들일 때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세계화를 하겠다고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한글을 망치는 것입니다.

또 문제는 행정 기관에서 외국어를 쓰니까, 영어 철자, 뜻을 몰라도 일반 시민들도 따라 쓴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국민들로 하여금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말을 쓰게 하는 것입니다.

한글로 대신할 수 있는 말이 있는데도 정부에서 외국어 사용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례로 보건복지가족부가 노숙자를 ‘홈리스’라고 표현하자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노숙자가 가지는 부정적인 의미 때문에 명칭을 ‘홈리스’로 바꾸자고 하는 겁니다.

꼭 외국어가 아니더라도 노숙자를 대신할 우리말이 있습니다. ‘한둔’이라는 단어로, 한 곳에서 밤을 샘, 노숙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입니다. 그러니 노숙자를 ‘한둔인’이라고 표현하면 되는데, 보건복지가족부는 ‘홈리스’라는 외국어 쓰기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홈리스’는 어법에도 맞지 않는 말입니다. 제대로 쓰려면 ‘홈리스 피플’, ‘홈리스 맨’이라 표기해야 합니다. 외국어를 제대로 쓰지도 않으면서 외국어 사용을 원하니,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노숙자 명칭 개정이 아직 결정 나지는 않았지만, 행정 기관에서 외국어 사용을 자제해야 됩니다. 정부가 앞서서 외국어를 쓰면, 일반인들도 예사로 외국어를 쓰고, 남발합니다. 정부부터 외국어 안 쓰기 운동, 우리말 쓰기 운동을 펼쳐야 합니다.

그럼, 외국어 사용은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하는 건가요?

무조건 사용하지 않아야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말로 번역할 수 없는 말은 외국어로 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술 용어들, 이런 것들은 어쩔 수 없이 외국어를 사용해야 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한 외국어는 쓸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치게 쓰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외국어를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독일의 경우, 통신사를 통해 외국어가 들어오면 통신사 내에 있는 독일어학자가 그 단어를 독일어로 번역해 일반 신문, 방송사에 내보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일은 외국어를 별로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텔레비전을 멀리서 보기란 뜻의 독일어 ‘페른제헨(fernsehen)’라고 바꿨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도 통신사 내에 번역 기구가 있어야 합니다. 외국어가 통신사에 들어왔을 때, 당장 우리말로 바꿔 신문사와 방송국에 전한다면 외국어 남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신문사나 방송국 자체적으로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외국 시사용어가 들어오면, 스스로 연구해 우리말로 바꿔서 내보내야 합니다.

간판도 외국어 남용을 막기 위해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는 말을 간판에 쓰는데,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간판을 붙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우리말을 쓰겠다는 일반 국민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인터넷 용어 사용으로 인한 언어 파괴도 심각한데요. 이에 대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글을 많이 올리는데, 이상한 말을 만들어내고, 언어를 파괴하는 것은 스스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방송에서 ‘꿀벅지’란 말이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인터넷에서 만들어낸 용어를 왜 방송에서 내보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방송은 이런 잘못된 말을 퍼뜨릴 것이 아니라 국민이 우리 말글을 올바르게 쓸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방송 뿐 아니라, 신문, 정부가 국민을 교육시키고, 문화 수준을 향상시켜 우리 말글을 다듬어지고,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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