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필자는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반려 묘 ‘보리’를 5개월 전 집 근처 주차장에서 처음 만났다. 어미를 잃고 혼자 동떨어진 채 주차장에서 이틀을 울던 아기 고양이 보리는, 필자와 이웃 주민들에 의해 구출됐다. 어미를 잃은 아기 고양이 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보호받으며 지낼 수 있는 기관이 없을 뿐더러, 보호소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안락사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필자는 집에서 보리를 보호하기로 마음먹고, 그런 인연을 시작으로 우리는 특별한 가족이 됐다.
보리를 만나기 전, 필자에게 길고양이란 무섭고, 음흉한 동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도심 속 길고양이들의 고달픈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에 사는 고양이들이 평균 15년 이상을 사는 데 비해 길고양이들은 영양 부족과 추위, 질병과 사고 등으로 고작 2~3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인간과 길고양이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찾아낸 몇 가지 정책들을 이곳에 소개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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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구출된 아기고양이 보리,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몇달 사이에 두 배 이상 커졌다. |
1) 길고양이 TNR 정책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길고양이 민원이 발생하면, 포획해 살처분 하는 것이 길고양이 문제를 다루는 정책의 전부였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무조건 잡아없애는 것이 비인도적일뿐 아니라, 개체수를 줄이는 데에도 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재는 TNR 제도를 도입했다. TNR이란 길고양이를 안전한 방법으로 포획(Trap)한 뒤 중성화 수술(Neuter)을 시켜 포획한 장소에 다시 방사(Return)하는 것으로, 현재 가장 효과적이고, 인도적으로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 관리 정책으로 TNR을 시행 중이다. TNR 계획이 있다면 우선 거주하는 지역의 구청이나 시청에 TNR 시행 여부를 문의하고, 시행 중인 지역이라면 TNR 담당 부서에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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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TRN 사업은 현재 가장 효과적이고 인도적으로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
2) 라이프노킹 프로젝트
도시의 길고양이들에게 겨울은 ‘생투’가 벌어지는 시기다. 혹독한 추위를 피할 곳이 없는 길고양이들은 죽지 않기 위해 따뜻한 자동차 안으로 파고들다가 생을 마치기도 한다. 자동차 엔진룸 속으로 들어온 고양이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시동이 걸린 엔진에 생명을 잃기도 하고, 이로 인해 운전자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겨울철 시동을 걸기 전 자동차를 똑똑 두드려주세요”라는 내용의 길고양이 보호 캠페인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처럼 생활 속 사소한 곳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부터가 길고양이를 살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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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동을 걸기 전 미리 자동차 차체를 똑똑 두드려 주세요’라는 메세지를 담고있는 라이프노킹 홍보물 |
3) 서울시 길고양이 지도 ‘길냥이를 부탁해’
지난 2014년 12월 3일, 서울시와 다음카카오는 25만 마리로 추정되는 동네 길고양이의 서식지와, 관련 정보들을 공유해 정확한 개체수와 활동영영을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길냥이를 부탁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길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며 돌보는 이들(캣맘)과 지역사회 시민들이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길냥이를 부탁해(http://campaign.agora.media.daum.net/feralcat)에서는 길고양이 사진 및 정보공유, 길냥이 서식지 지도, 길냥이 병원 정보, 길냥이 신고게시판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동네 고양이들의 서식지에 대한 정보가 고양이를 포획하고 해코지하려는 사람들에게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며, ‘길냥이를 부탁해’ 서비스가 길고양이들을 죽이는 살생부가 될지, 개체수를 조절하고 시민들의 힘을 모으는 창구가 될지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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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를 부탁해’ 서비스는 현재 유효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
길가의 무법자로 천대받는 길고양이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길고양이가 얼마나 고달프고 혹독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길고양이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손길과 함께, 길고양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다만, 앞서 살펴봤던 길고양이를 위한 정책들은 아직 실제적으로 실행되는 데 미흡한 부분이 많으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가가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우리 주위엔 여전히 길고양이의 존재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길고양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웃과의 충돌도 줄어들고 길고양이들도 그들의 생활 터전 속에서 좀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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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가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 배급한 사료를 먹고있다. |
인간과 마찬가지로 특정 상황에 대해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의 생각에 의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동물들을 보며, 동물은 인간이 지배해야 할 그 무엇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함이 맞는 존재임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을 돕는 것은 인간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일이다.’라는 말처럼 사람과 동물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 길 가다 발견한 새끼 고양이, 어떻게 할까?
새끼 고양이를 길에서 우연히 발견하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귀엽고 불쌍한 마음에 구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먼저 확인할 일은 어미로부터 버려진 고양이인지 봐야 한다. 선의로 한 구조가 어미와 새끼를 생이별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 사람들은 “건강 상태가 양호한 새끼 고양이가 사람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으면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일 수 있다.”며 “사람이 어미 고양이보다 새끼 고양이를 더 잘 돌볼 수 없는 만큼 함부로 새끼들을 데려가서는 안된다.”고 권하고 있다. 또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거나 직접 기르고 싶으면 동물병원과 상의해 치료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 좋다.
▶ 길고양이를 데려가라고 보호소에 신고해도 되나?
유기동물 보호소는 주인을 잃거나 버려진 동물에게 잃어버린 주인이나 새로운 입양처를 찾아주기 위한 곳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길에서 태어나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길고양이는 보호소 입소 대상이 아니다. 또 치료를 위한 목적이나, 중성화 후 제자리 방사하는 TNR을 제외한 길고양이 포획은 동물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나는 화수분이다.
그 안에 물건을 담아 두면 끝 없이 재물이 나오는 설화상의 보물단지 화수분처럼, 쉼 없이 샘솟는 재치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