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 시장 규모는 약 7000억 달러를 넘어 반도체 시장보다 2배 이상 커졌습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물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구에 들어선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물 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그 시작입니다.”
물 산업 분야 첫 국가기반시설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지난 4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서 개소식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등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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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홍보전시관에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개소식이 열렸다. |
영국의 물 산업 전문조사기관인 GWI에 따르면 전 세계 물 시장이 해마다 4% 이상의 성장을 기록해 2030년에는 1조1958억 달러(약 1450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세기가 화석연료인 블랙골드(석유)의 시대였다면, 물 산업을 21세기 경제성장을 견인할 ‘블루골드’로 꼽는 이유다.
물 산업의 역동적인 변화에 맞춰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나라 물 산업 규모는 세계 12위권이지만 수출 비중이 제조업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물 산업에서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원천기술, 기자재 등의 경쟁력은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물 산업의 혁신과 해외시장 진출로 눈을 돌린 것이다.
대구광역시는 주변 수자원이 풍부하고 물 관련 인프라와 IT·BT 등 연관 산업이 잘 구축돼 있는 게 강점이다. 대구에 물산업클러스터가 조성되고, 물기술인증원 유치에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클러스터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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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위치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개소식에 참석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
박하준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은 “물산업클러스터는 국내 최초로 물 산업 기술과 제품 개발 단계부터 실증 및 검증, 성능 확인, 해외 진출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설이다” 라며 “2016년부터 국비 2409억 원을 들여 올해 6월 완공했다. 축구장(108×68m) 20배 크기의 14만5000㎡의 부지에 입주기업이 물 산업 혁신기술 개발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먹는 물, 하·폐수 등 검사장비 169종 331대를 구매해 배치를 완료한 것은 물론 국내 시험기반이 부족한 대형장비의 유체성능시험센터와 수요자설계구역, 시제품 제작실 등 물 기술 연구와 실증시험을 위한 시설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관계자들과 함께 물산업클러스터 실증화 시설현장을 둘러봤다. 먼저 실증플랜트에는 정수부터 하수, 폐수, 재이용까지 물을 이용하는 모든 과정을 다룰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환경)가 갖춰져 있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연속으로 물 1000∼2000t을 활용해 실증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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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물 기업의 85% 가량이 20인 미만 영세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개발한 기술 성능을 확인하는 시설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해 사업화와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개소로 이 같은 애로점을 해소하게 됐다. |
뿐만 아니라 지리적 이점도 강점이다. 인근 낙동강의 물을 끌어와 정수해서 쓰고, 물산업클러스터 옆 대구국가산업단지에서 나오는 폐수와 하수를 그대로 가져와서 실험에 활용한다. 실험용 물을 따로 물탱크에 담아 옮겨 오지 않고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자원(물)과 시설(실증플랜트)이 갖춰진 셈이다.
국내 물 기업의 85% 가량이 20인 미만 영세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개발한 기술 성능을 확인하는 시설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해 사업화와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개소로 이 같은 애로점을 해소하게 됐다.
경기도 성남에 본사를 둔 ㈜마드니는 살균 장치를 비롯해 지하수 정수 등 수(水)처리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9월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집적단지에 입주했다. 박학순 ㈜마드니 팀장은 “물산업클러스터에서 물 기술을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이라며 “이곳에서 50억 원을 투자해 소독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으로 신규 고용 인원은 4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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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플랜트에는 정수부터 하수, 폐수, 재이용까지 물을 이용하는 모든 과정을 다룰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환경)가 갖춰져 있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연속으로 물 1000∼2000t을 활용해 실증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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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QR코드를 찍으면 스마트 실증시스템인 AR 투어 프로그램 체험도 가능하다. |
그런가하면 1호 입주 기업 롯데케미칼은 500억 원을 투자해 3만2261m²에 하루 하·폐수 22만t을 처리하는 멤브레인(고도정수필터장치) 생산 공장을 건립했다. 앞으로 추가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며, 이에 따른 신규 고용 인원만 12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개발한 물 기술을 실증플랜트에서 검증했더라도 수출을 하려면 실제 시설에서 운용해봤다는 실적이 있어야 한다. 이때는 대구광역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구광역시 관계자는 “물산업클러스터에서 기술을 검증받은 기업들은 대구광역시의 정수시설과 하수시설, 폐수처리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들 시설이 기존 기능을 하면서도 기업이 개발해 검증받은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산업클러스터 밖의 테스트베드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화를 지원하는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와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워터캠퍼스는 물 산업 인재를 키워 신기술 개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마련돼 있었다. 현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기업집적단지에는 24개 물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5개 기업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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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국내 최초로 물 산업 기술과 제품 개발 단계부터 실증 및 검증, 성능 확인, 해외 진출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설이다. |
물 산업의 체계적 성장을 위한 국가차원의 중·장기 계획도 시행된다. 환경부는 2023년까지 물 관리기술 혁신 역량강화와 시장 확대 및 해외 진출 활성화, 물 관리 전문인력 양성 등 4가지 전략과제를 추진한다. 아울러 기술 선도형 강소기업을 10개 육성하고 물 산업 매출액을 2023년 41조90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규 일자리 1만5000개 창출, 수출 7000억 원 달성, 세계 최고의 신기술 개발을 목표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대구 엑스코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위한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주제로 9월 4일∼7일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2019’도 개막됐다. 국제물주간은 우리나라 물 분야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국내 물 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부터 열리는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