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쯤 된 이야기다. 밀린 일이 끝나 후련한 상황에서 보험 권유 전화를 받았다. 힘든 일이 끝나서였을까, 여행을 가고 싶어서였을까. 평소와 달리 조용히 듣고 있었더니, 보험설계사는 계약하면 갈 수 있다며 전국 휴양지 숙소를 읊었다. 혹했다. 머릿속으로는 생각 좀 해볼까 했는데, 먼저 “계약하겠다”라는 대답부터 나왔다. 설계사는 계약 조건부터 해서 엔진을 단 듯 말했다. 전국 휴양지가 눈앞에 떠올라 흘려 들으며 홀린 듯 보험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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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중요하다. 하지만 개개인마다 불필요한 것도 있다.(출처=flickr) |
신중해야 했었다. 사기는 아니었지만, 내겐 불필요했다. 물론 휴양지도 가본 적이 없다. 매달 통장에서 보험금이 빠지는 걸 보면서 반성하고 있다.
한 번은 계약 해지를 하려고 알아봤더니, 보험사로 직접 오라고 했다. 계약할 때, 상담사의 빠른 말을 제대로 안 듣고 전화나 우편 등 통신수단을 이용한 계약 해지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거다. 갑자기 다 귀찮아졌다. 물론 생각만큼 보험료가 비싸지 않은 점도 있었다. 만기를 기다리는 게 나아 보였다.
놀이터에서 동네 어르신이 보험을 해지하고 싶다는 들었다는 소리에 나도 그렇다고 했더니, 한 마디로 일축했다. “젊으니까 보험사로 찾아가 봐. 나는 다리도 아파 가기 힘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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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대면으로 보험 해지가 가능해졌다. |
2월 18일부터 보험 해지가 비대면으로 가능해졌다. 즉 휴대폰으로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소리다. 비대면 해지 사전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계약자 본인으로 확인되면, 비대면으로 해지가 가능하도록 보험업법이 개정됐다. 단 엄격히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계약자의 의사에 반해 타인이 임의로 계약을 해지하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보험설계사인 지인도 그 소식에 반가운 기색이다. “그동안 비대면 해지가 안 되서 고객들 민원으로 좀 힘들었거든요.” 더해 몇 가지를 알려줬다. “보장성 보험 보다는 저축성 보험부터 해지하는 편이 낫고요. 또한 보험 감액완납제도 등을 활용하거나 보험 해지 전후의 차이도 알아두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렇다. 중도해지에 따른 해약환급금 감소 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계약을 해지해선 안 된다. 금융위원회 역시 개정된 보험업법으로 이제 모바일로 계약이 해지 허용돼 이에 관련한 필수 설명사항 등을 잘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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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계약 해지가 간편해져 좋다.(실제 해지하려는 건, 위 사진과는 무관하다) |
비대면 시대에 보험 해지 역시 비대면으로 달라졌다. 보험을 해지하고 싶었던 고령자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신체 약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바쁜 여러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동네 어르신을 만나게 되면, 이런 사실을 말씀드려야겠다. 또한, 나 역시 그동안 애물단지였던 그 보험을 이 기회에 정리해야겠다.
물론 비대면 보험 해지가 가능해진 편의성은 반갑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험 계약할 때 신중하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