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종묘사직이 무너진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우리나라의 정신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경복궁의 동쪽에 있다 해서 동궐이라 불리던 창덕궁, 창경궁은 종묘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이어져 있었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강점한 후 북한산의 주맥이 종묘로 흐르는 걸 끊어버리기 위해 도로(율곡로)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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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맥을 끊기 위해 일제가 놓았던 율곡로를 지하화했다. |
그렇게 90년 간 떨어져 있던 창경궁과 종묘가 다시 연결됐다. 서울시가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을 마무리했다.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가르던 율곡로를 지하화해 상부에 녹지를 조성하고 끊어졌던 녹지축을 연결했다. 일제에 훼손됐던 조선 왕조의 전통적 상징성을 회복하는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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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오르다 보면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 현판이 남아 있어 자세히 읽어볼 수 있다. |
조선 왕실의 발자취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궁궐담장길도 새로 만들어 7월 22일부터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했다. 직접 방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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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의 발자취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궁궐담장길이 7월 22일 무료 개방됐다. |
궁궐담장길은 창덕궁 우측으로 보이는 지하화된 율곡로 지하터널 상부에 있어 창덕궁 정문에서 우측으로 올라가도 되고, 건널목을 건너 서울돈화문국악당 쪽에서도 오를 수 있다.
궁궐담장길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자 궁궐담장길 정문이 나타난다. 햇볕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날씨에도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눈에 띈다. 폭 3m의 넓은 산책로는 황토 원료의 흙 콘크리트를 깔아 열기가 훨씬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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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담장길 정문을 통해 들어간다. 하절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
약 8000㎡의 녹지대에 우리나라 고유 수종(참나무류, 소나무, 귀룽나무, 국수나무, 진달래) 760그루를 식재해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연결했다. 하지만 궁궐담장길에서 종묘와 창경궁으로 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현재 문화재청과 협의 중이라니 완전히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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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000㎡의 녹지대에 우리나라 고유 수종 760그루를 식재했다. |
340m 길이로 조성된 담장은 4만5000개의 돌을 쌓아 만들었는데 그중 약 20%인 9000개는 복원 과정에서 출토된 옛 담장의 돌을 사용해 새돌과 옛돌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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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담장길 담장은 복원 과정에서 출토된 돌을 20% 이상 사용해 복원했다. |
궁궐담장길 중간에는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창경궁에서 종묘로 갈 때 이용했던 북신문을 규모와 형태가 가장 유사한 창경궁의 동문인 월근문을 참고해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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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의 동문인 월근문을 참고해 복원한 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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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신문 서쪽 담장의 기초로 추정되는 종묘 담장 유구. |
원남동사거리 쪽에는 승강기가 설치돼 산책로까지 접근도 용이하도록 했고, 노약자·임산부·장애인 등 보행약자도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계단과 턱이 없는 완만한 길로 조성했다. 하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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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남동 방향에는 승강기가 설치돼 교통약자도 편리하게 이용토록 했다. |
90년 만에 다시 연결된 창경궁과 종묘는 그동안 섬처럼 고립됐던 조선 왕가의 터를 선조들이 계획했던 공간으로 되돌려, 민족정기를 복원했다는데 큰 의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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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새김돌. |
창경궁, 종묘 역사 복원과 개방된 청와대, 8월 6일 개장을 앞둔 광화문광장까지 대한민국의 상징인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시로 발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