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다소 불편하신 70대 친정엄마와 잠시 같이 생활하며 느끼는 ‘노인 우울증’은 상상 이상의 심각함이다. 줄곧 통화나 만남으로 우울감이 심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며칠 동안 곁에서 대화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나아질 수 있는 건지 도움이 간절하다.
만사 제치고 ‘노인 우울증’을 검색하며 당사자와 가족의 마음건강을 위한 정보들을 찾아보고 있다. 전화상담조차 마다하는 상황에 어르신 혼자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원책들이 필요한데, 음악과 활동지처럼 편한 자료들이 있어 혼자 끙끙댈 일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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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찾은 노인 우울증 자료들.(출처=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
우울감이 있는 어르신과 대화하면서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느낀 건 심리상담이다. 가족이라고 해도 노인 심리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찾아보니 다양한 노인상담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전화상담이 무난할 것 같아 보건복지상담전화(129),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그리고 거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심리상담 전화번호까지 네 개를 적어드리니 무료로 이런 상담을 해주는지 몰랐다고 반가워하신다.
그렇지만 전화상담조차 부담스럽다며 일주일 넘도록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혼자서 집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이 없는지 많은 누리집들을 뒤져봤다. 각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누리집을 둘러보니 자가진단, 정신건강정보와 같은 공통된 콘텐츠 외에 동영상이나 칼럼들이 있다. 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정보 안의 마인드크루 교육영상에서 정신의학과 교수의 ‘노인 우울증’에 관한 동영상을 찾았다. 또 종로구와 고양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신건강 칼럼은 전문의가 알려주는 내용이라 옆에서 짤막하게 읽어드리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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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터치의 정신건강관리 맞춤형 서비스 검색. |
인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마음으로’ 정신재활콘텐츠 중 ‘회복을 위한 의사소통 방법’은 가족인 나에게 더 도움되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준 대화의 변화가 내 현실과 똑같았다. 자꾸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강요하니 차라리 대화를 피하고 싶어졌는데, 그게 아닌 진심으로 인정하고, 믿어주는 것을 소통의 방법으로 알려준다.
가정에서 활용할 자료를 단숨에 찾은 곳은 정신건강 온라인 통합플랫폼인 ‘블루터치’(https://blutouch.net/)다. 작년 10월말 이용자 목적에 맞게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새 단장을 해 일반적인 정보부터 전문적인 정보까지 연계가 된다. 이번에 노인정신건강 온라인 서비스를 일일이 찾느라 들어가 본 누리집이 수십 개인데, 블루터치의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하니 생애주기, 정신건강 유형, 관심 키워드에 따라 검색이 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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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터치에서 찾은 온라인 자가관리 음악과 정신건강. |
검색 필터를 ‘노년’, ‘우울’, ‘온라인 자가관리’로 선택하니 ‘음악과 정신건강’, ‘마음봄’ 콘텐츠가 안내됐다. ‘음악과 정신건강’은 음악 듣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하는 엄마가 매일 활용하는 자료다. 정서 상태에 따라 우울, 불안, 화, 슬플 때 도움되는 음악으로 10곡씩 연속듣기도 가능하다. ‘마음봄’에서 제공되는 마음노트와 워크북을 인쇄해두고, 명상과 복식호흡 방법도 알려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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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인쇄해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 |
친정엄마의 노인 우울증을 아주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고자 찾기 시작한 자료지만, 가족 입장에서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이 많아 새삼 무장하게 됐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https://www.mentalhealth.go.kr/portal/main/index.do)에서는 작년 12월에 질환 정보에 노인 우울증을 추가해 알려주고 있고, 자주찾는 질문 중 ‘노인 우울증과 초기 치매의 차이’도 공부가 됐다. 또 인식개선 정보에서 본 동영상을 통해 ‘슈퍼노인증후군’이란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노인을 위한 마음가짐을 알아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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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봉투에 정신건강 상담기관을 알려준다.(출처=노원구청) |
다 활용하지 못해 아쉽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지역 기관들을 통해 제공하는 노인의 정신건강을 위한 우울 예방 프로그램과 인지활동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직접적인 활동이 아니라도 친정엄마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마음건강검진사업으로 약 봉투에 정신건강 상담기관을 알려준다. 봉투 앞면에는 ‘당신은 소중합니다’와 같은 응원 문구와 함께 어르신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글씨를 크게 적어 배려가 느껴진다.
노인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는 지금, 대면을 불편해하는 어르신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노인 정신건강 지원책들을 억지스럽지 않게 활용해보며 잠시라도 밝은 기분을 갖는 데 도움 드려보면 어떨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유정 likk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