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6개월 전쯤, 새로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는 곳에 카페를 낸 친구가 있다. 함께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하다가 내가 먼저 그 세계를 떠나고, 한 3년쯤 뒤에 친구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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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약 6개월 전쯤 카페를 냈는데 썰렁하다. |
친구는 아직 솔로다. 그래선지 본인의 노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늙어서 아무도 자기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며 알뜰하게 살아왔다. 그랬던 친구가 제 2의 인생을 위해 선택한 것이 카페였다. 고향인 전남에서 부모님이 여전히 이런저런 농사를 짓고 계시니, 집에 어마어마하게 부쳐주는 농산물들을 이용해 건강에 좋은 음료와 비건 피자, 단호박 스프 등 브런치를 팔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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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한 지 1년 정도 된 상가에 공실이 많다. |
개업 첫날 우리 가족에 언니네 가족까지 몰려가 이것저것 시켜 먹고 그저 대박나기만을 바란다는 이야기를 전한 지 한 달이나 지났을까. 소위 지인들이 총출동하는 오픈발(?)이 잠잠해질 때쯤 나는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상황을 물었다. 그런데 영 반응이 좋지 않았다. 석 달이 지난 후부터는 걱정이 더했다. 주변에 함께 시작한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한다는 거였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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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요리학원을 다니며 개발한 신메뉴라며 내게 사진을 보내줬다. |
그런데 얼마 전, 친구에게 의외의 소식을 들었다. 요리학원을 다닌다는 거였다. 오잉?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더니 카페 창업자들을 위해 시그니처 메뉴 개발을 하는 수업이 있는데 거길 다닌다고 했다. 올 초 미리 신청해둔 평생교육바우처를 요긴하게 쓰고 있다면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배우고 있단다. 그리고 가끔은 본인이 개발한 메뉴를 보내주며 의견을 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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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바우처 신청 자격 및 필요 증명서.(출처=평생교육이용권 누리집) |
평생교육바우처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해 저소득층 성인의 평생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자로 선정되면 평생교육강좌 수강료와 수강에 필요한 재료비·교재비로 연간 35만 원, 최대 70만 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관리비도 안 나온다는 카페에서 하루 종일 손님 없는 빈 가게를 지키고 있던 친구에게 다시금 생기가 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절로 힘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하다가 폐업하고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며 한식 자격증이라도 따서 취직을 하고 싶다는 주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는 10대 청소년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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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바우처 이용 절차.(출처=평생교육이용권 누리집) |
생각해보니 코로나19가 시작될 무렵 지역의 평생학습관에서 함께 코딩을 듣던 한 지인도 계속해서 코딩을 공부하더니 평생교육바우처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뒤 지금은 집에서 작게 코딩 공부방을 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배우고 싶은 걸 아예 못하게 되는 일도 없다. 예전에는 배움에는 때가 있고 당연히 돈이 들어간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나이를 막론하고 그 어떤 것에도 도전할 수 있다.
평생교육바우처 : www.평생교육바우처.kr 또는 www.lllcard.kr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uniquekm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