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도서관에 시간을 내어 방문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거리가 멀기도 하고, 혼잡한 도심에 있는 경우가 많아 평일에는 방문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책과 완전히 멀어지기에는 아쉬운 삶이다.
그런 내 일상에,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자리한 문화 공간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작은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은 정부가 지역사회 중심으로 조성하고 있는 생활 밀착형 공공문화 인프라 중 하나다.
생활 SOC 사업의 일환으로도 운영되고 있지만, 더 본질적인 목적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지역 사랑방'으로서의 기능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아이들과 어르신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주민들이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교류하는 마을 속 작은 문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의정부시 베스트셀러를 한켠에 진열해둔 가재울도서관의 공간.
나는 최근 집 주변의 도서관 두 곳을 방문했다.
한 곳은 공공도서관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자리 잡고 있는 가재울도서관, 다른 한 곳은 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도서관인 자금동작은도서관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가능역 하단에 위치한 가재울도서관.
가능역 하부의 공간을 활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가재울도서관은 지역의 대표적인 공공도서관답게 규모도 크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일반 자료, 어린이 자료, 여행 특화 공간 등 다양한 공간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이 열린 공간은 지역 주민들의 독서 문화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가재울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다양성'에 있다.
주제별 도서가 폭넓게 비치돼 있고, 장서 규모도 커서 원하는 책을 찾기 쉽다.
정기적인 독서 프로그램, 문화 행사도 마련되어있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이용하기 좋은 공간이다.
단순한 책 대여뿐 아니라 미디어 콘텐츠도 즐길 수 있는 가재울도서관.
그뿐만 아니라 단순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외에 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공간,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 등 다채로운 테마를 가진 장소들이 많았다.
평일 오전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아 각자의 방식으로 도서관의 콘텐츠와 공간을 즐기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구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 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청년, 여행 자료 코너에 앉아 자료를 살피는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주민센터 한쪽에 위치한 자금동작은도서관.
그런데 며칠 전, 의정부시에 있는 또 다른 도서관인 자금동작은도서관을 방문하게 됐다.
주민센터 한편에 있는 아담한 공간인 자금동작은도서관은 겉보기엔 단출했지만, 내부는 오히려 '생활 속 도서관'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였다.
유아들을 위해 낮은 높이의 서고를 배치한 자금동작은도서관.
아파트 단지 근처에 위치하다 보니 어린이 이용객이 많은 탓인지, 유아도서의 경우 책장이 아이들의 키 높이에 맞춰 배치돼 있고 테마별로 책을 정리해 둔 코너도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이곳의 가장 큰 강점은 접근성과 편안함이었다.
산책하는 중에도, 주변을 지나가던 중에도 가볍게 들를 수 있고, 무거운 마음 없이 10분만 있다가 나와도 될 정도의 편안한 마음을 줬다.
자금동작은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책 코너.
가재울도서관이 '계획적으로 찾아가는 공간'이라면, 자금동작은도서관은 '일상에 녹아든 공간이었다.
두 도서관 모두 의정부시에 있지만, 기능과 매력이 다르다.
가재울도서관은 풍부한 자료와 체계적인 서비스로 '지역의 문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면, 자금동작은도서관은 '가까운 곳에서 나와 책이 연결되는 경험'을 만들어준다.
특히 자금동작은도서관은 학교가 끝난 뒤 학생들이 들르고, 어르신들이 책을 골라 읽는 등 지역의 사랑방처럼 활용되고 있었다.
이용할 때마다 직원들도 친절하셨고, 대출 과정도 간단해 '공공시설이 이렇게나 가까워질 수 있구나!'하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만큼의 많은 기능을 하지는 못할 수 있으며, 최신 자료 확보나 전문 인력 구성의 측면에서는 공공도서관이 더 강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갈 수 있는 도서관의 가치는 절대 작지 않다.
책도 읽고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재울도서관의 공간.
두 도서관을 모두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관의 크기가 아니라 '사람과 책이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 구조인가'라는 점이었다.
가재울도서관같은 중심 도서관이 지역 전체의 독서문화 기반을 든든히 세워준다면, 자금동작은도서관은 우리 일상에서 책과 마주하는 가장 쉬운 관문이 되어준다.
지역마다 작은도서관이 하나둘 늘어나고, 그 지역의 대표 공공도서관과 함께 유기적으로 운영된다면 독서 접근성은 물론이고 지역 커뮤니티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작은도서관과 함께 생활 속 독서를 이어가며 책과 가까워지는 삶을 사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어려운 정책을 알기 쉬운 이야기로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