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다.
이는 의왕에서 시작해서 강한 바람으로 급속도로 번져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북부 5개 지역으로 퍼졌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 산불로 인해서 약 10만 4000 헥타르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는 자그마치 서울 면적의 약 1.7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25년 3월에 발생한 경북 산불 피해 사진 (제공=서울경제)
필자도 수없이 많은 나무가 불에 타는 모습을 TV 중계로 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던 중 반가운 기사를 접했다. '산불 피해목, 공공 목조건축물로 되살아나다!'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 (보도자료) 산불 피해목, 공공 목조건축물로 되살아나다!
건축을 전공하고 현재 건축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나에게 특히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기사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산불로 피해입은 나무들을 목조 건축물로 다시 살릴 수 있다'라는 것이다.
전공자의 입장으로 무척 흥미로운 한편 산불로 피해입은 나무를 건축 자재에 재사용한다는 것이 섣불리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산불 피해목을 목조 건축물이 활용된 건축물이 있다는 소식을 접해 놀라움이 컸는데 바로 2024년 8월에 준공된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였다.
보다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해당 기관의 임중빈 연구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기관을 직접 방문하였다.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 입구에 설치된 로고 조형물
다음은 임중빈 연구사와의 일문일답.
Q. 산불 피해목을 이용하여 건축을 시도한 기관이라는 점이 참 인상 깊습니다.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와 산불 피해목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A.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농림위성 정보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립한 전담 기관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 내 대규모 재난을 감시하고 산림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CCTV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산림의 자원, 재해, 이상현상 등의 데이터를 디지털 방식으로 수집 및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산불 피해목을 재활용하는 것은 우리 기관의 목적인 산림의 보호와 지속 가능한 관리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운영 예정인 농림위성 설명 페이지 (제공=국립산림과학원)
Q. 건축물 내에 산불 피해목이 적용된 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디가 있을까요?
A. 국가산림위성정보활센터 건물에는 2022년 경북·강원 대형산불지역의 소나무 피해목 134m³가 활용되었습니다. 주로 산림위성센터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체와 외관을 장식하는 외장재로 사용이 되었습니다.
Q. 산불 피해목이 건축자재로 사용될 때 미관상으로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을까요?
A.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불 피해목은 구조재로 사용했을 때 일반 목재와 강도 면에서 거의 동등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 건축 이후 현재까지 특별한 구조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소나무를 외장재로 사용함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옹이가 자연스럽게 탈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나무 고유의 색감을 아름답게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오일스테인 작업과 같은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산불 피해목을 입면 자재로 활용한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 전경
건축물 입면. 산불 피해목을 외장 마감재 자재로 적용하였다.
필로티 하부. 기둥이 마치 산불 피해를 입기 전 나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건축물 내부. 보와 기둥 등의 구조체에도 산불 피해목이 적용되었다.
끝으로 산불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이는 우리에게 지워지지 않는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 여기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이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 중 하나로 산불로 피해를 입은 나무들을 귀중한 자재로 재사용하는 시도가 있다.
실제로 건축물을 방문하면서 마음속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들의 부주의로 피해를 입은 나무들에게 미안한 동시에 이렇게 잘 살아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산림 자원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반드시 물려줘야 하는 귀중한 자산이다.
항상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생명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에 우리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덕현 kdh86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