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와 잇몸의 건강을 단순한 미용이나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게 된 지금, 이날은 예방 중심의 구강 관리와 공공보건 시스템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로 80회를 맞은 구강보건의 날을 기념해 보건복지부는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실천하는 건강'이라는 메시지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야외 체험 부스도 열었다.
보건복지부 정윤순 정책실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건강보험공단, 서울시 구강보건센터,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참여한 가운데, 시민들은 올바른 칫솔질부터 실런트 체험, 불소 활용법, 치실·치간칫솔 사용법까지 다양한 구강건강 관리법을 배울 수 있었다.
기념사를 들으며 특히, "구강보건의 날이 전쟁의 폐해 속에서도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사명으로 시작된 이래,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국민의 곁을 지켜온 80년의 역사는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다. 오늘의 기념식이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기념사를 맡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80년을 함께한 구강건강은 100세 시대의 공로자"라는 올해의 주제를 인용하며, "구강보건은 치아 관리와 더불어 건강한 고령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건강 자산'"으로 평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치과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이룬 지난 성과를 되짚는 한편,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세 가지 구강보건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기존의 치료 위주에서, 질병을 미리 막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하여 국민의 고통과 진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조기 진단과 관리 체계의 정착은 건강한 구강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전략으로 제시되었다.
둘째는 '취약계층 지원 강화'다.
노인, 장애인 등 스스로 구강 관리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더욱 절실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서울시의 이동진료버스, 장애인 전담 치과병원, 상담 연계 사업 등 지역 중심의 맞춤형 공공의료 모델이 이러한 비전의 실천 사례로 소개되었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방문 진료 및 지역 보건소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 소외 없는 보건의료 실현에 나설 계획이다.
셋째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지역사회 협력'이다. 스케일링, 실런트, 노인 틀니와 임플란트 지원 등으로 확대되어 온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더욱 확충하고, 치과 의료계와 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야외 행사장에서는 치과 종사 각 기관들이 부스를 운영하며 치아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 충치는 생활의 결과…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다
"충치는 생기기 전에 막을 수 있으며, 그 실천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공식 행사 후 행사장에 마련된 체험 부스를 살펴보던 중 '충치 발생 원리' 전시에 소개된 내용이다.
'음식물 + 세균 + 시간 = 충치'라는 간단한 식을 통해, 치아에 남은 당분이 세균에 의해 산으로 변하고, 이 산이 치아를 부식시키며 충치가 발생한다는 원리를 보여주었다.
이 부식 과정을 막기 위한 핵심은, 바로 '제거'와 '억제'다.
그래서 치아 홈 메우기(실런트) 체험 부스는 특히 보호자와 아동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어금니의 깊은 홈(fissure)은 칫솔로 닿기 어려워 충치가 쉽게 생기는 부위인데, 이 홈을 미리 메워 세균이 숨어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치아 홈 메우기다.
18세 이하 청소년은 건강보험을 통해 실런트 시술 시 본인부담금 10%로 지원받을 수 있어, 사전 예방적 조치로 매우 유용하다.
또한, 불소는 치아를 단단하게 만들고, 이미 손상된 부위의 재광화를 도우며, 세균의 산 생성 활동을 억제하는 3중 효과를 가진 성분이다.
현장에서는 불소치약 외에도 불소 양치액, 불소정제, 불소도포에 대한 정보와 체험이 제공되었고, 불소 양치액 사용 시 유의 사항(사용 후 30분간 음식 섭취 금지, 어린이 보호자 지도 필요)도 자세히 안내되었다.
많은 시민들이 불소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예방치료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동 버스 안의 치과 치료 기계
◆ 아직도 칫솔만 쓰시나요? 구강위생 보조도구의 중요성
이번 행사에서는 칫솔만으로는 부족한 구강 관리에 보조도구 사용의 필요성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치실은 치아 사이 음식물을 제거하고 잇몸 마사지를 통해 잇몸 출혈을 줄여준다.
치간칫솔은 교정 장치 착용자나 보철물(브릿지, 임플란트) 사용자의 치아 사이를 청소하는 데 효과적이다.
혀클리너는 구취를 유발하는 혀 표면 세균 제거에 탁월하며, 첨단 칫솔은 배열이 고르지 않은 치아나 고립된 어금니, 잇몸 경계 등 닦기 어려운 부위를 공략할 수 있다.
치과위생사는 "구강 관리의 핵심은 꾸준함"이라며, 칫솔질은 최소 3분 이상, 하루 2회 이상 실천해야 하며 칫솔은 2개월마다 교체할 것을 강조했다.
치약은 콩알 크기면 충분하며, 가글은 칫솔질의 대체 수단이 아니라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장애인 치과병원-이동병원 내부
◆ '찾아가는 치과 진료' - 장애인을 위한 공공의료사업
하지만 치과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중증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 저소득 취약 계층에게는 병원 내원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다양한 공공 치과 복지 정책을 시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 치과 이동진료사업'이다.
이는 전문 장비와 인력을 갖춘 이동진료차량이 직접 환자를 찾아가 진료하는 방식으로, 내원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실질적인 의료 접근권을 보장한다.
아울러, '서부지역 상담사업'은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사회복지 상담을 연계하고, '치과 치료비 지원사업'은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치료비를 지원하며, '301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지역 간 치과 복지 연계망을 구축해 구강질환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다.
"환자의 손을 끝까지 잡는 사람"– 서울 장애인 치과병원 김지완 사회복지사 인터뷰
서울시가 서울대학교치과병원에 위탁해 운영 중인 서울 장애인 치과병원은 국내 최초의 장애인 전담 치과 전문 기관이다.
중증장애인의 특수 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신마취 하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으며, 충치, 신경치료, 틀니, 임플란트 등 일반 치과 치료 전반은 물론, 치료 공포나 협조 곤란이 있는 환자를 위한 One-Stop 통합진료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이 병원은 진료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 치과학 임상교육과 국제학술연구를 병행하며, 미래 의료 인력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곳에서 장기간 근무 중인 김지완 사회복지사는 매일 수많은 중증장애인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며, 안내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는 "장애인에게 병원은 그 자체로 두려움일 수 있다"며, 진료 전 환경 적응과 심리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병원은 사전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환자의 불안을 덜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김 씨는 장애인 전신마취 One-Stop 시스템의 효과에 주목한다.
"기술적으로 훌륭한 시스템이지만, 치료비 지원과 복지 상담, 연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진정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복지사의 역할을 "병원 문턱을 넘는 첫걸음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단순한 비용 지원뿐 아니라 '치료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장애인의 구강건강은 단지 치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권의 문제입니다."
김지완 사회복지사는 "현장에서 환자의 손을 끝까지 잡아주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사회복지사와 같은 이들의 헌신이 있기에, 장애인 치과병원은 의료기관으로서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가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는 '동행의 공간'이 되고 있다.
102세 어르신의 대한민국 건치 챔피언 - 건강한 치아는 건강한 신체의 근간임을 보여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