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다른 공연으로 찾아온다고 하니 다음 주 공연을 기다리면서 아쉬운 듯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국악의 날'을 기념하여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서 '세종조 회례연'이 열렸다.
국립국악원에서 주최하는 '국악의 날' 기념 공연도 있다.
대표적으로 '세종조 회례연'이 있었다.
6월 7일, 8일에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서 열리는 행사였다.
별도의 좌석 없이 경복궁에 입장한 누구나 행사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동안 관람했던 국악 공연과는 달리 과거의 궁중 연희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서 특별히 기대감이 컸다.
공연에 앞서 회례연이 어떤 행사인지를 검색해 봤다.
회례연은 연례의 하나로, 궁중에서 예로서 행하는 음악과 춤을 뜻한다.
'국조오례의'(1474년)에 따르면, 군신 화합을 위한 회례연은 왕세자와 영의정이 먼저 임금을 송축하면서 제1·2작(爵)을 올리고, 제3작부터 임금과 신하가 같이 술을 마시되 9작을 넘지 않았다.
노인 공경을 위한 양로연은 노인들이 배례(拜禮)한 뒤 전(殿)에 오를 때 임금이 어좌에서 일어나 공경을 표하고, 노인들에게 앉으라고 권한 뒤에 어좌에 앉았다.
임금을 위한 송축 없이 바로 제1작부터 임금과 노인이 같이 술을 마셨는데, 5작을 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경복궁에 입장한 모든 사람이 관객으로 참여해서 '세종조 회례연'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세종, 하늘의 소리를 열다"라는 주제로 열린 '세종조 회례연'은 평상시 공연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공연이다.
국립국악원은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에서 비롯된 '국악의 날'의 의미를 살리고자 행사를 준비했다.
세종대왕 시기, 화려하고 품격 있는 당대의 궁중 예술을 망라한 '세종조 회례연'을 경복궁 근정전에서 300여 명으로 구성한 공연단의 무대로 선보였다.
1433년, 음악 제도를 정비하고 악기와 악보를 새로 만들어 우리나라 악무(樂舞)의 근간을 마련해 그 결과물들을 소개했던 당시의 회례연은 세종대왕이 꿈꾸던 자주 문화 국가의 정신이 담겨 있는 소중한 궁중 연회로 기록되어 있다.
국립국악원은 '세종실록', '악학궤범' 등 당대의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의 회례연을 복원했다.
2008년 세종조 회례연 공연으로 제작해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초연한 바 있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경복궁 근정전에서 대규모로 공연했다.
이번 공연은 '국악의 날'을 기념해 12년 만에 다시 경복궁 근정전에서 재현했다.
세종대왕을 비롯한 신하들도 출연하니, 마치 과거의 그 시기로 되돌아간 듯하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 창작악단, 국립국악고등학교 재학생, 경복궁 수문군 등으로 구성한 300여 명의 공연단은 화려하고 웅장했던 당시의 회례연을 되살려냈다.
세종대왕 역에는 배우 강신일 씨가 맡아 문화의 융성을 꾀했던 왕으로서의 기품 있는 모습을 연기했다.
평상시 공연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궁중 연회라서 수시로 절차를 확인하면서 공연을 관람했다.
6월 7일 오후 4시 공연에 앞서 일찌감치 경복궁 근정전에 도착했다.
주말이라서 내·외국인들이 많았다.
경복궁 곳곳에서 한복을 입은 입장객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근정전 앞마당으로 가니 공연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품계석 아래 좌우에 선착순으로 앉을 수 있는 간이의자도 마련되어 있었다.
객석의 자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관객은 시종일관 서서 공연을 관람해야 했다.
경복궁 내에 있는 많은 인원이 근정전 앞으로 모여들었다.
공연의 안전한 관람을 위해 공연이 시작되자 행사 요원들이 곳곳에서 행사장 안으로 출입하는 인원을 통제했다.
국립국악원은 '세종실록', '악학궤범' 등 당대의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의 회례연을 복원했다.
근정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맨 위에 세종의 자리가 있고, 그 아래 맹사성을 비롯한 여섯 명의 신하의 자리가 있다.
여섯 신하 중 하나가 집례 역할을 맡았다.
집례는 홀기를 읽으며 의례를 진행한다.
나머지 신하들은 임금에게 술잔을 올리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
맹사성이 첫 술잔을, 신상이 두 번째 술잔을, 정인지가 세 번째 술잔을, 최윤덕이 네 번째 술잔을, 박연이 마지막 술잔을 올렸다.
월대 위에 있는 연주단으로 등가가 있다.
등가는 '낙양춘', '보허자', '수제천' 등을 연주했다.
월대 아래 위치한 연주단으로 헌가가 있다.
헌가는 '전폐희문', '무열지곡', '동동' 등을 연주했다.
정제(궁중 춤)를 추는 소년으로 무동이 있다.
무동은 '문무', '무무', '무고'를 췄다.
정제(궁중 춤)를 추는 여자로 여령이 있다.
여령은 '아박', '오양선'을 췄다.
'세종조 회례연' 공연 안내문에 의례 절차가 나와 있다.
궁중 연회에서 행해졌던 의례 절차를 처음으로 관람하는 관객이 많아 보였다.
객석 곳곳에서 행사 도중에 의례 절차를 펼쳐서 확인하고 있었다.
예악을 중시했던 조선이다.
등가와 헌가가 연주하는 궁중음악은 깊이가 있고 울림이 오래도록 느껴졌다.
춤을 추는 무동과 여령의 옷차림은 화려했지만, 그들이 추는 춤 동작이 크지 않으면서 굉장히 절제되어 있었다.
사극 드라마에서 봤던 현란하고 자극적인 춤이 아니었다.
그건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장치였다.
회례연에 참석한 신하들이 세종에게 술잔을 올리고 있다. <세종조 회례연>은 맹사성을 위시한 다섯 신하가 차례대로 술잔을 올렸다.
6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이건만, <세종조 회례연>을 완벽히 재현할 수 있었다.
조선은 기록의 국가라고 해도 좋다.
'세종조 회례연'은 '세종실록', '국조오례의', '악학궤범' 등에 실린 당시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세종과 궁중음악을 정리한 '악학궤범'에 기록된 내용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
'세종조 회례연' 공연이 끝난 뒤 관객으로 참관했던 조현 씨를 인터뷰했다.
조현 씨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으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 대학이 소재한 충남 부여에서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그는 국립국악원에서 음악, 춤, 의상, 무대까지 완벽하게 재현한 공연과 궁중 연회를 경복궁 궁궐 안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고 말문을 열었다.
궁중 연회에서 행해졌던 의례 절차는 음악과 춤이 깊이가 있고 절제되어 있다.
Q. 6월 5일이 '국악의 날'이고 올해 처음 지정된 첫해입니다. '국악의 날' 지정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A. 제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학생이고 한복을 전공하고 있어요. 한복의 날이 지정된 것처럼 국악의 날이 지정됨으로써 기념일로 국악을 챙겨준다는 의미가 있고, 국민이 국악을 더 누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Q. '국악의 날' 지정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형태가 있는 문화유산은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쉽지만, 형태가 없는 문화유산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수 있을 텐데요. 국악의 날이 지정됨으로써 우리의 국악을 기억하고 또 국악 행사가 다양하게 열려서 많은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Q. '국악의 날'을 기념하여 6월 말까지 행사가 열릴 텐데요. 어떤 행사에 주목하고 있나요? A.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여러 공연이 있어요. 국립국악원은 궁중음악인 연회, 민속 음악인 풍물 두 가지 공연을 열고 있어요. 그러니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또한 국립국악원 국악아카이브를 통해 지나간 공연을 다시 보기 할 수도 있어요.
등가와 헌가가 연주하는 궁중음악은 깊이가 있고 울림이 오래도록 느껴졌다.
무동과 여령이 추는 춤은 화려한 옷차림과는 달리 동작이 크지 않으면서 절도가 있어 보였다.
Q. '국악의 날'을 맞아서 정부나 관계 기관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A. 지금 국립국악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것 같아요. 공연을 여는 것뿐 아니라 국악사전, 국악아카이브 등 국민에게 국악을 알리기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처럼 국악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가길 바랍니다.
Q. '세종조 회례연' 공연을 관람하니 어떤가요? A. 정말 1시간 30분의 공연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공연에 몰입했어요. 서울까지 와서 이 공연을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례 절차대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신하들이 왕에게 술잔을 바치는 장면도 체계적이고, 밋밋할 수 있는 의례 절차에 음악과 춤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표현한 점 등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어요.
'세종조 회례연'은 조선의 군주인 세종 앞에서의 공연이다.
임금 앞에서는 모두가 최고의 예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의례에서 보여 준 음악과 무용은 천박함이 없고 절제된 모습이었다.
음악은 느릿느릿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고, 춤은 무표정하지만 소박하고 간결한 동작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었던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국립국악원 정단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세종대왕을 맡은 강신일 배우는 군주로서의 위엄을 보이면서 연기했다.
광화문광장, 광화문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에서도 <2025 서울국악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다시 찾은 의정부터, 모두 함께 여민락'을 주제로 열리는 <서울국악축제>의 공연이 끝난 뒤 국악인 전영랑 씨에게 소감을 들어봤다.
전영랑 국악인은 무형 문화유산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로서, 우리의 전통국악뿐만 아니라 창작국악도 공연하고 있다.
Q. 올해부터 6월 5일을 '국악의 날'로 지정해서 기념하고 있습니다. 국악인으로서 소감 부탁드립니다.
A. 국악인으로서 정말 감격스러운데요. '국악의 날'을 기점으로 국악 축제가 더 활성화되어서 전국 곳곳에서 국악 공연이 열리고 저 같은 국악인이 여러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세종조 회례연'이 열리는 시각, 광화문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에서도 '2025 서울국악축제'가 열렸다.
Q. 국악은 우리의 전통음악입니다. 외국 음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A.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다 같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형식이나 색깔이 다르긴 한데요.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은 깊이가 있어요. 가사가 직설적이지 않고 인생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느낌이 달라져요.
Q. 국악을 고수하면서 국악인으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대중적인 인지도나 인기 면에서 주목받지 못했을 텐데요. 그럼에도 국악을 고수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저도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 음악이 즐거움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영향을 주는 음악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못했어요. 제 체력과 에너지가 있는 한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국악이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점점 국악을 할수록 국악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Q. '국악의 날' 기념으로 서울 국악 축제에서 공연하셨는데요. 청중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축제라고 하면 빠르고 화려한 음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무대에 서기 전까지 걱정했어요. 그런데 관객들이 국악이 주는 여유로운 분위기와 울림에 빠져들었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제가 국악을 하면서 느꼈던 지점을 관객들도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어요.
Q. '국악의 날'이 지정되었고 정부에서도 국악을 알리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할 텐데요. 정부나 관계 기관에 바라는 점, 아쉬운 점 등이 있을까요? A. 실력 있는 국악인들이라도 방송이나 인지도 면에서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무대에서 공연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저희 국악인도 고민입니다. 인지도를 높이자니 대중이 선호하는 음악을 보여줘야 하는 갈등이 있어요. 여느 예술이 그러하듯 국악에서도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겁니다. 인지도가 낮아도 실력 있는 국악인에게 무대에서 공연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길 바랍니다. 정부나 기관에서 그분들을 발굴해 주시길 바랍니다.
많은 시민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국악의 날 기념한 국악 축제를 즐기고 있다.
전영랑 국악인은 "국악을 전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취미로 국악을 배운다면 나이가 들어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우리의 인생이 국악에 오롯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이 국악에 매료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