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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마셔야 하죠?" 술스라이팅 뿌리치는 방법

'술스라이팅', 음주 권하는 사회 분위기 조명, 국민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공익 캠페인
음주폐해예방 캠페인 '무음모드 ON'… 이제는 금주도 실천의 시대

2025.06.20 정책기자단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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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은 지 어느덧 5년이 되었다.

원래 나는 소위 '술고래'였고 오랫동안 술은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해 왔다.

그런데 금주를 시작한 뒤 깨달은 것은, 사회는 담배보다 술에 훨씬 더 관대하다는 사실이었다.

다양한 금연교육 과정이 이뤄지는 국가금연지원센터 온라인 금연교육센터(출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다양한 금연교육 과정이 이뤄지는 국가금연지원센터 온라인 금연교육센터(출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담배는 '백해무익'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어 금연구역이 늘어나고 집에서도 피우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국가 차원에서도 금연 정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금연치료, 국가금연지원센터의 전문 상담, 공공기관 및 학교의 교육 등 금연 관련 지원은 체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반면 술은 다르다.

일상에서 술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편의점이나 술집에서는 화려한 술병 디자인과 '삼겹살엔 소주', '퇴근 후 맥주' 같은 문구들이 눈에 띄고, 연예인이 등장하는 주류 광고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금주 중일 때, 이런 시각적 자극이 가장 큰 고비였다.

또, '약주'라는 표현처럼 술은 소량이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여전히 유효하다.

예전에는 담배 포장지가 세련되게 디자인돼 있었는데, 담배를 싫어하던 나조차 한 번쯤 피워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이후 담뱃값 인상, 경고 이미지 삽입 등 금연 정책은 강하게 추진됐지만 술은 여전히 '괜찮은 것'으로 남아 있다.

왜 꼭 마셔? 이제는 깨어날 때다! 미디어 '술스라이팅' (출처: 보건복지부 유튜브)
왜 꼭 마셔? 이제는 깨어날 때다! 미디어 '술스라이팅' (출처: 보건복지부 유튜브)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던 터라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선보인 AI 기반 음주폐해예방 광고 <이제 깨자! '술스라이팅'>이 반가웠다.

이 광고는 음주를 자연스럽게 권하는 미디어 환경의 문제점을 '가스라이팅'에 빗대어 비판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왜 꼭 마셔?", "난 아닌데?", "누가 그래?" 같은 가사를 통해 음주 강요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광고 전 과정은 AI를 통해 제작되었으며,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마트폰 무음모드를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음주폐해예방 캠페인, 무(無)음(술)모드 ON(실천) (출처: 무음모드ON 인스타그램)
스마트폰 무음모드를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음주폐해예방 캠페인, 무(無)음(술)모드 ON(실천) (출처: 무음모드ON 인스타그램)

이와 함께 추진 중인 '무음모드ON' 캠페인도 흥미롭다.

이 캠페인은 음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금주·절주를 자신의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춰 실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젊은 층을 위한 빈칸 채우기 및 시 짓기 이벤트, 그리고 유튜브 속 불법 주류 광고 찾기 이벤트까지 여러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힐링 영상 같은 술먹방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술을 찾게 된다. '술스라이팅' 광고에 맞춰, 나도 AI로 이미지를 제작해 보았다.
힐링 영상 같은 술먹방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술을 찾게 된다. '술스라이팅' 광고에 맞춰, 나도 AI로 이미지를 제작해 보았다.

나도 직접 유튜브에서 불법 주류 광고를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퇴근 후 맥주'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봤다.

예상보다 더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했다.

브이로그, 숏폼, 감성 에세이 영상, 술 먹방, 심지어 애니메이션이나 ASMR까지.

그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오늘 하루 수고했으니까 한 잔"이라며 자연스럽게 술을 꺼내 들었다.

잔잔한 음악과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은 금주 중인 사람에겐 '한 잔쯤은 괜찮다'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5월 26일부터 7월 18일까지 진행되는 유튜브 속 꼭꼭 숨은 불법 주류 광고 찾기 이벤트(출처: 무음모드ON 인스타그램)
5월 26일부터 7월 18일까지 진행되는 유튜브 속 꼭꼭 숨은 불법 주류 광고 찾기 이벤트(출처: 무음모드ON 인스타그램)

특정 주류 브랜드 로고가 컵이나 캔, 배경 소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협찬 표시는 없는 영상도 있었고, 리뷰 콘텐츠인지 일상 공유인지 모호한 경우도 많았다.

"술 마시면서 다이어트하기", "건강하게 와인 마시기" 같은 자막이 붙은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었다.

이쯤 되면 핵심은 단순한 불법 광고 여부가 아니었다.

술이 힐링과 행복의 상징처럼 은근히 포장되는 미디어 환경 자체가 더 우려스러웠다.

이처럼 콘텐츠 그 자체가 음주를 미화하는 구조라면,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광고보다 오히려 더 깊이 작동하는 '술스라이팅'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술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은 단지 광고 속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술을 권하는 환경 속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선택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

국민건강증진법에따른 불법 주류 광고 위반 사항(출처: 무음모드ON 인스타그램)
국민건강증진법에따른 불법 주류 광고 위반 사항(출처: 무음모드ON 인스타그램)

한편, 현재 불법 주류 광고에 대한 규제는 존재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는 지적도 있다.

모니터링부터 행정 조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사이 광고 효과는 이미 발생했을 가능성도 높다.

미디어 음주 장면에 대한 가이드라인 또한 권고 수준에 머물러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점은 제도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는 '술스라이팅'과 같은 공익 캠페인을 통해 국민 인식을 환기하는 것을 넘어, 보다 실효성 있는 규제와 시스템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금연 정책이 그러했듯, 금주 문화 역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진전되기를 바란다.

☞ (영상뉴스) 이제 깨자! '술스라이팅!'

정책기자단 정수민 사진
정책기자단|정수민sm.jung.fr@gmail.com
글을 통해 '국민'과 '정책'을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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