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점심, 평소 함께 식사 시간이 잘 맞지 않던 남편과 오랜만에 시간이 맞아 함께 식사하기로 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고양시의 한 순댓국집.
시장 골목을 따라 들어가자 '백년가게' 인증 현판과 'Since 1976'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백년가게 축하 현수막. 오랜 시간 쌓인 내공이 곳곳에서 전해졌다.
이곳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2021년에 '백년가게'로 지정된 순댓국 전문점으로, 1976년부터 5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이사 온 이웃에게 맛집을 추천해준 커뮤니티 댓글에서도 자주 등장해, 나 역시 한 번 가보려고 저장해두었던 곳이다.
실제로 주말 점심에도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손님이 많았고, 오후 1시 반이 넘었는데도 손님이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역사가 담긴 스토리보드에 2대째 이어온 전통과 철학이 묻어났다.
가게에는 '백년가게' 인증 현판과 함께 이 집의 시작과 운영 철학을 소개하는 스토리보드가 정성스럽게 걸려 있었다.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설명, 연탄불로 은근하게 끓인 고소한 육수 이야기, 그리고 준비된 재료가 소진되면 영업을 마치는 방식 등에서 이 가게가 쌓아온 시간과 자부심이 전해졌다.
진하고 담백한 국물과 맛있는 순대와의 조화
국물은 설렁탕처럼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았고, 식으면 묵처럼 탱글해진다는 콜라겐의 존재감도 느낄 수 있었다.
손님이 많아 바쁜 와중에도 내부는 깔끔했고, 전체적으로 정돈된 흐름이 느껴졌다.
시장 골목을 걷다 우연히 만난 또 다른 백년가게
식사를 마치고 시장을 천천히 걷다 보니 또 하나의 '백년가게'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음식점이 아니라 도소매 업체였는데, 2023년에 백년가게로 지정된 곳이었다.
전통시장이 가진 특유의 정취 속에서 30년 넘는 세월 동안 품질과 신뢰를 지켜온 소상공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지역과 업종별로 분류해 전국의 백년가게/소공인을 찾아볼 수 있다 (출처: 백년가게/소공인 누리집)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2025년)에도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 100곳을 새롭게 지정했다.
총 785개 업체가 신청해 7.9:1의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올해부터는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인지도 투표도 처음 도입됐다.
선정된 가게에는 인증 현판과 함께 창업 이야기, 운영 철학이 담긴 스토리보드가 제공되며 정책자금, 컨설팅, 판로 연계 등 다양한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오래된 정취를 간직한 일산시장 풍경. 백년가게는 이런 전통시장 안에서 함께 성장해 왔다.
해외에 살다가 한국에 돌아올 때마다, 동네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는 것을 보고 낯설었던 기억이 있다.
신도시로 개발된 동네는 편리하긴 했지만, 가게와 거리의 모습이 달라져 있어 아쉽기도 했다.
그런 내게 백년가게는 '오래된 가게'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신뢰와 지역의 시간을 지켜주는 존재로 다가왔다.
우리의 핫플레이스는, 아빠의 하트플레이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유튜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한 자리를 지키며 신뢰를 쌓아가는 백년가게의 존재는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시장 골목 한편의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이 말해주듯, 백 년을 향한 여정은 거창한 구호보다 사람과 삶을 향한 꾸준함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그 꾸준함을 응원하고 지켜보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정책을 통해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연대일지도 모른다.
☞ '정책뉴스' '역사와 품질로 승부'…백년가게·백년소공인 100개사 신규 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