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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항해 통신 제조기업 '씨넷'이 들려준 일·생활 균형의 이모저모

[일·가정양립기업⑥] 선박 항해 통신 장비 제조업체 '씨넷(SeaNet)' 의 일·생활 균형 우수 지원사례 현장 취재.
근로 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근로자의 근로 시간을 인정하는 '간주 근로제' 등 도입.

2025.07.24 정책기자단 송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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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유연근무, 임신·육아 근로자 지원, 휴가제도 등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운영 중인 203개 기업을 선정하고 '제1회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사례집으로 소개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은 저출생 극복과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기업의 의지와 그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6개 기업을 탐방 취재하고 일과 가정의 균형은 물론, 지속가능한 조직문화를 위한 이들의 꿈과 비전을 들어 보았다.

며칠 전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던 친구 한 명이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며 밥이나 한 끼 하자고 연락해 왔다.

고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쉬는 시간마다 붙어 다니던 친한 친구였는데, 성인이 된 이후 학업·졸업 준비 그리고 취업 등을 이유로 연락이 조금 뜸했었기에 걱정 반·반가움 반이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와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홍대입구로 향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의 퇴사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중소기업이지만, 동종업계 평균보다 높은 임금에 너무 만족하며 정규직 전환을 꿈꾸었기에 퇴사 결정은 의외였다.

퇴사 사유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보건휴가로 불리는 여성 휴가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박, 옆 부서 대리의 출산휴가에 대한 동료들의 뒷이야기까지.

대놓고 차별을 하거나 심하게 눈치를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해당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길 바라던 친구에게는 큰 부담이 됐던 것 같다.

비단 내 친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기대와는 달랐던 복리후생과 주변의 시선 등으로 퇴사하게 된 지인들의 소식이 종종 들려오곤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노동 단체에서는 일·가정 양립 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분명히 과거보다 더 나은 환경이 갖춰진 것은 맞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을 돌아봤을 때 과연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비록 퇴사했지만 내가 머물렀던 국제기구가 만족스러웠던 점은 탄력적이고 자율적인 근무 환경과 연차 및 병가·가족 관련 휴가 사용이 자유로웠기 때문이었다.

정해진 시간 범위 내에서 유연한 출퇴근이 가능해 자녀 등원 후 출근하는 직원도 있었고, 재택근무로 일정을 조정하여 외국에서 생활하는 가족을 보고 오는 직원도 있었다.

이외에 출산 휴가를 떠난 직원의 업무를 분담할 동료 근로자가 바로 채용되기도 하는 등 충분히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었다.

과도한 자율성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노동 관련 연구 기관을 비롯해 국책 연구 기관 다수에서는 충분한 휴가와 집중근무제도, 일·가정 양립이 자리 잡은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평소 일·가정 양립에 많은 관심이 있던 나에게 흥미로운 취재 기회가 찾아왔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사례집>에 오른 7개의 기업을 직접 방문해 돌아보고, 일·가정 양립에 관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해당 소식을 접한 나는 고민하지 않고 취재에 지원했고, 정책기자단 자격으로 부산의 제조업 회사인 '씨넷'을 찾았다.

☞ 2024년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사례집 바로 가기

고용노동부 누리집의 '정책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24년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사례집>. (출처 = 고용노동부 누리집)
고용노동부 누리집의 '정책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24년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사례집'(출처 = 고용노동부 누리집)

이른 아침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던 적은 있지만 취재를 위해 부산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약간의 떨림과 긴장감이 들었다.

부산역에 내려 영도구에 위치한 씨넷으로 향했고, 경영지원팀 이주은 선임 매니저(이하 매니저.)를 만날 수 있었다.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선박 항해 통신 장비 제조업체 '씨넷'의 외관.(제공=씨넷)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선박 항해 통신 장비 제조업체 '씨넷'의 외관.(제공=씨넷)

씨넷은 선박 항해 통신 장비 제조업체로 기술연구 및 자체개발로 항해 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또한, 선박의 자율 운항을 위한 스마트십 솔루션 및 선박 사이버 보안 솔루션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사전에 씨넷의 일·가정 양립 우수 지원 사례를 살펴봤는데 놀라운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프로젝트별 집중 근무제·유연 출퇴근제·부분 재택근무제를 비롯해 다양한 사내 복지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었는데, 각 지원 사례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어보았다.

씨넷 사무실 내에서 진행된 인터뷰 현장 모습.
씨넷 사무실 내에서 진행된 인터뷰 현장 모습.

씨넷은 거제도나 울산으로의 출장이 잦고 업무 특성상 새벽 근무를 해야 하기도 하는 엔지니어들을 위해 '간주 근로제'를 실시하고 있다.

'간주 근로제'란 근로 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근로자의 근로 시간을 인정하는 제도로, 출장이 잦은 엔지니어들이 근무시간을 더욱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다.

기존에 정해진 출퇴근 시간보다 유연하게 출퇴근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육아 및 양육을 위해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며 필요 시 부분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매니저는 육아 및 양육에 있어서는 더욱 유연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있는 직원이라면 굉장히 반가울 지원 제도인 것 같았다.

씨넷 사무실 내부 모습.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씨넷 사무실 내부 모습.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씨넷의 직원들은 30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

개인 용무가 있을 때 반차나 연차를 소모하지 않고도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매력적인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병원에 다녀와야 하거나 은행 업무 등을 처리해야 하지만 반차나 연차를 사용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았는데, 30분 단위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면 이를 소모하지 않고도 개인 용무를 해결할 수 있어 유용할 것 같았다.

장기근속에 대한 포상 및 휴가도 인상적이다.

5년 단위로 근속 시 포상금과 휴가를 제공하는데, 15년 근속했던 직원이 200만 원과 7일의 포상 휴가를 받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내 복지 제도뿐만 아니라 국가 복지 정책인 배우자 출산 휴가 제도·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 등을 적극 보장 및 지원하고 있다.

사내 도서관 및 휴게 공간의 모습.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도 받았다고 한다.
사내 도서관 및 휴게 공간의 모습.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도 받았다고 한다.

현재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는 씨넷의 대표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직원 복지의 결과다.

직원 복지 정책은 직원들의 의견 수용·검토 및 내부 회의를 통해 매년 개정되고 있으며,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그 혜택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런 지원책을 도입한다는 게 회사로서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도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매니저는 "처음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등 시행착오도 있었다" 라며 "계속된 개정을 통해 이제는 안정적으로 지원 제도를 시행 중이다" 라고 말했다.

이런 지원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

매니저는 직원들이 처음 도입되는 지원 제도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 경영지원팀으로 문의를 많이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제안하거나 지자체의 복지 정책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등 직원 간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2024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으로 해당 지원책을 도입하고자 하는 다른 기업이나 이런 지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매니저는 "일·생활 균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고 전했다.

직원들에게 좋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씨넷 생산관리/품질보증 사무실의 모습.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씨넷 생산관리/품질보증 사무실의 모습.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씨넷의 사례처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여 조직과 현실에 맞는 유연한 변화를 도입한다면 일과 생활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 이란 매니저의 말이 떠올랐다.

일과 생활이 양립 가능한 근무 환경은 근로자와 기업, 그리고 국가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더 많은 국민과 기업이 일과 생활 속에서 균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책기자단 송현진 사진
정책기자단|송현진songsunn_00@naver.com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송현진입니다. 생생한 정책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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