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독서의 날을 맞아 열린 출판산업포럼은 책과 글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자리였다.
현장 참석을 하고 싶었지만 선착순 신청이 일찍 마감되는 바람에 아쉽게도 온라인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화면으로 보는 포럼이 얼마나 몰입감을 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막상 유튜브 생중계로 접속하니 화면 너머로도 열기와 진지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실시간 채팅창에는 참가자들의 반응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발표자가 강조하는 키워드 하나하나가 빠르게 공유되는 것을 보면서 단순한 중계 이상으로 참여감을 느낄 수 있었다.
'AI와 출판, 상상 그 이상의 미래' 라는 주제로 진행된 2025 출판산업포럼. (출처=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포럼의 중심 화두는 인공지능과 출판의 만남이었다.
출판은 오래된 산업이고 인공지능은 가장 새로운 기술인데, 이 둘이 만나 만들어낼 변화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각자의 시각을 풀어냈다.
한 세션에서는 인공지능이 텍스트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편집 과정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이야기했고, 또 다른 발표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독자 분석과 맞춤형 출판 전략에 관한 사례가 공유되었다.
화면을 보면서 메모하다 보니 마치 실제 포럼 현장에 앉아 있는 것처럼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인공지능을 단순히 대체 기술로 보는 것이 아니라, 출판업계가 새로운 시장을 여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러나 발표를 듣는 내내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결국 사람이 써 내려간다는 사실이었다.
인공지능이 초고를 작성하거나 자료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인간만이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글 속에 담긴 온기와 맥락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발표자들도 이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포럼에 참여해 강의를 들은 나 역시 크게 공감했다.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의 교감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출판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많은 이들의 참여 속에 진행된 2025 출판산업포럼. (출처=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온라인으로 참여한 덕분에 누릴 수 있던 또 다른 장점도 있었다.
발표 내용을 놓치지 않고 다시 돌려볼 수 있었고, 채팅창에 올라오는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통해 혼자 듣는 것이 아닌 함께 토론하는 듯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최 측에서 포럼 자료를 온라인으로 배포해 주셨기에, 강의자료를 내려받아 패드로 필기하며 듣는 것도 가능해 유용했다.
현장의 열기를 직접 느끼지는 못했지만, 온라인 참여 덕분에 오히려 더 몰입하며 기록하기 좋은 환경을 누릴 수 있었기에 뜻밖의 만족감을 얻었다.
무엇보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출판산업포럼의 의미가 더욱 넓게 확산된다는 인상도 받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참여할 수 있었던 출판산업포럼. (출처=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번 포럼은 단순히 출판업계의 현황을 점검하는 자리가 아니라 독자와 창작자, 그리고 기술과 산업이 함께 어우러질 가능성을 탐구하는 장이었다.
인공지능은 출판이 맞닥뜨린 위기를 해결하는 수단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위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논의는 그것을 위기나 기회라는 이분법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이 협력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의 감각과 기술의 효율성이 만난다면 우리는 더 풍부한 이야기를 더 많은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출판이 나아갈 길과 독자들의 자세를 강의해 주신 경희대학교 김상균 교수님. (출처=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독서의 달을 맞이한 9월에 진행된 포럼인 만큼 이번 경험은 나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책과 글의 가치가 점점 도전받는 시대에도 여전히 독서와 출판은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퍼져가는 시대에 우리는 자칫 기계가 쓰는 글과 사람이 쓰는 글을 같은 무게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의 언어에는 삶과 경험, 그리고 감정이 담겨 있다.
출판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글쓰기의 본질과 힘을 더 강하게 깨닫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특히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인공지능의 빠르고 정확한 글쓰기 능력으로 인해 '언젠간 글을 쓰는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글쓰기'의 영역에 대해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출판산업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한 강연을 해주신 (주)교보문고의 류영호 부장님. (출처=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앞으로 출판산업은 기술과 함께 계속 변화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어떤 변화 속에서도 글을 쓰고 읽는 사람들의 온기와 교감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 확인한 가능성과 다짐은 출판의 내일이 단순히 기술 혁신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지켜내고 확장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화면 너머에서 만난 이 시간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글쓰기의 힘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 (다시 보기) 2025 출판산업포럼 - AI와 출판, 상상 그 이상의 미래
☞ (카드뉴스) 9월, 놓치면 아쉬울 전국 독서여행
어려운 정책을 알기 쉬운 이야기로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