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다 보면 늘 마주치는 풍경이 있다.
바로 발밑에 펼쳐진 넓은 갯벌이다.
그동안 갯벌은 낚시에 방해만 되는 존재라 여겼다.
서해안의 풍경, 갯벌은 불편한 땅이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탄소 저장고였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만난 해양경찰청의 해양환경 교육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단순히 진흙 바다로만 보이던 갯벌이 사실은 숲보다 50배 빠르게 탄소를 흡수하는 '숨은 영웅'이었다.
지구 온난화를 막는 탄소 저장고, 철새의 생명을 지켜주는 생명의 뷔페라는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갯벌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민관이 함께 만든 해양환경 온라인 교육 플랫폼 '하이 블루카본'. (출처=하이 블루카본 누리집)
해양경찰청이 9월 2일 민·관 협력으로 선보인
해양환경 교육 누리집(hibluecarbon.kr)을 직접 체험해 보았다.
포스코이앤씨, 한국전력공사, 월드비전, 인천시·광양시·부안군 등 다양한 기관과 지자체가 함께 만든 플랫폼답게, 콘텐츠 하나하나가 풍성했다.
집에서 만나는 고래 AR, 바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디지털 체험.
◆ 디지털로 만나는 블루카본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증강현실 체험이었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니, 화면 속에 고래가 나타나 집에서도 '하이 블루카본'을 즐길 수 있었다.
또, '탐험대장 노을이'라는 AI 캐릭터가 음성과 텍스트로 염생식물을 설명해 주는 코너도 마련돼 있었다.
질문을 입력하면 바로 답을 해주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흥미롭게 학습할 수 있었다.
AI 캐릭터 '꼬마 해홍이'에게 배우는 블루카본의 힘과 가치. (출처=하이 블루카본 누리집)
'꼬마 해홍이'와 함께하는 디지털 생태 놀이터에서는 블루카본의 정의와 중요성을 친근하게 배울 수 있었다.
숲의 탄소흡수 능력은 익숙했지만, 해양 생태계가 숲보다 50배 빠르게 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은 새로웠다.
바다가 탄소를 수백 년 동안 저장할 수 있다는 설명에 '갯벌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 갯벌,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유산. (출처=하이 블루카본 누리집)
◆ 다시 본 갯벌의 의미
갯벌에 대해선 '철새의 먹이터'라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낚시할 때 불편한 장소 정도로 여겼던 갯벌이 사실은 생물 다양성과 기후 위기를 막아주는 보고였다는 사실이 새삼 다가왔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이 세계 5대 갯벌에 속한다는 점도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염생식물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퉁퉁마디, 해홍나물 같은 이름은 낯설었지만, 짠 환경을 버티며 갯벌 생태계를 지탱한다는 설명을 보니 '숨은 영웅'이라는 표현이 실감 났다.
세밀화로 담아낸 염생식물의 섬세한 아름다움. (출처=하이 블루카본 누리집)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는 염생식물 세밀화 엽서 카드. (출처=하이 블루카본 누리집)
◆ 자료실과 참여형 콘텐츠
'배움자료 살펴보기' 메뉴에서는 염생식물 세밀화를 엽서로 내려받을 수 있었는데, 한 폭의 수채화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섬세한 아름다움에 눈길이 머물렀다.
교안과 영상도 있어 교사들이 수업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에서 직접 참여하는 환경 서약, 나도 블루카본 지킴이! (출처=하이 블루카본 누리집)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건 환경 서약이었다.
'나도 해양환경 보전에 동참하겠다' 라는 의지를 직접 적어 남기니 작은 실천이지만 의미가 컸다.
다만, 아직 온라인 체험 신청은 열리지 않아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버려진 폐염전이 염생식물 군락지로 되살아난 변화의 현장. (출처=하이 블루카본 누리집)
◆ 민관 협력, 정책을 현실로 만들다
이 웹사이트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온라인 콘텐츠 때문만은 아니다.
민·관 협력의 결실이라는 점에 있다.
해양경찰청은 인천시, 광양시, 부안군과 협력하고, 포스코이앤씨·한국전력공사 인천본부·월드비전 등 민간 기업·단체와도 손잡아 염생식물 파종과 군락지 조성 같은 현장 복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인천 소래습지, 부안 줄포만, 광양 섬진강 하구 갯벌 등 서해안 일대 약 2만 평 부지에서 블루카본 보호 캠페인을 열어,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칠면초·퉁퉁마디 등 염생식물 100kg을 파종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탄소흡수원 확대와 해양생태계 복원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현장 활동과 온라인 교육이 맞물리면서, 해양환경 보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민·관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탄소중립'과 '기후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그것이 이번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진짜 의미라고 느꼈다.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6가지 약속. (출처=하이 블루카본 누리집)
◆ 생활 속에서 시작하는 해양환경 보전
짧은 온라인 체험이었지만, 바다와 갯벌이 지닌 힘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서약, 교육 자료, 체험 프로그램은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해양환경 정책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습관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해양은 탄소중립과 기후 안정을 위한 핵심 자원이다.
그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하이 블루카본'은 그런 참여의 첫걸음을 디지털 공간에서부터 열어 주는 하나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 (영상) 「Bye! 블랙카본, Hi! 블루카본」 국민과 함께하는 블루카본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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