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정부만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나라를 알리는 공공 외교관이다.

해외 거주 시절, 외국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다.

아직 한류가 유행하지 않았던 시절이지만, 그 호기심은 친구들을 낯선 한국으로 이끌었고 몇 친구는 휴가 때마다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했다.

그중 한 친구는 결혼할 때 한국 전통 결혼식을 하고 싶다며 도움을 구했다.

나는 당시 사진관에서 한복을 대여해 결혼사진을 찍는 걸 도와줬다.

이후 한류와 K-문화가 밀려왔고, 이제는 친구의 자녀들이 한국에 푹 빠져 있다.

우리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세계 문화에 관심을 느끼고 그 나라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깊이 알고 싶어한다.

'공공외교'는 무엇일까.

공공외교는 정부 간 외교와 달리 문화와 예술을 통해 국민이 신뢰와 호감을 쌓는 외교를 뜻한다.

이런 공공외교를 국민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매년 가을마다 열리고 있다.

외교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함께 하는'공공외교주간(Public Diplomacy Week)'이다.

올해 7회를 맞은 공공외교주간은 9월 8부터 27일까지 KF 글로벌 센터(한국국제교류재단 내) 과 각 대사관, 서울광장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축제는 우리나라의 공공외교 현장과 문화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 포럼, 전시, 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행사에 참여하면서 서로의 나라를 잘 알게 되고, 이는 결국 국제사회 협력에 큰 힘이 될 호감과 신뢰를 쌓게 된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은 공공 외교 주간에 어떻게 참여해 볼까 조금 고민하다 딸과 함께 워크숍 '콜롬비아 스페셜티 커피의 놀라운 세계'를 신청했다.

성인이 된 후,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 딸은 콜롬비아 사람에게 직접 커피 이야기를 듣는 기회는 흔치 않다며 무척 기대한 듯 보였다.

"여러분 한국과 콜롬비아는 거리는 멀지만, 커피로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어요."

지난 9월 22일 공공외교주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콜롬비아 워크숍에 다녀왔다.

한국과 콜롬비아는 직선거리로 약 17,800km에 다다르는 지구 반대편에 있다.

콜롬비아의 커피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다.

또 우리나라는 커피 공화국이라고 부를 만큼 인구수에 비교했을 때 커피 소비량이 실로 어마어마한 곳 아닌가.

커피라는 작은 씨앗을 매개체로 지구를 돌아 콜롬비아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다니 무척 신기했다.

참가자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담당자를 따라 19층 세미나실로 들어섰다.

테이블에는 콜롬비아 상징인 모자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모자를 써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흥미로워했다.

잠시 후 알레한드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가 나와 커피의 역사와 콜롬비아 커피의 중요성, 콜롬비아 커피 여행에 관해 설명했다.

콜롬비아는 3개의 산맥이 있으며 화산재로 만들어진 흙에서 자라 1년 내내 커피가 잘 자란다고 했다.

또 손으로 수확하고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해 좀 더 부드러운 커피 맛을 낸다고 했다.

또 드립 커피 필터는 일반 종이가 아닌 천으로 만든 필터에 거르며 '파넬라'라고 하는 콜롬비아 설탕을 넣어 즐긴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콜롬비아 설탕을 직접 보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다.

커피는 일반 가정집에서 즐기기 시작하다가 점차 전문 시설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또한 인스턴트 커피 개발된 이후에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아침마다 병사들에게 커피를 주며 수요가 증가했다고 한다.

요즘은 해외에서 커피 관광을 하러 오는데, 커피 재배하는 경관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광활한 커피 재배 지역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커피 제조 과정 중에는 워시드, 내추럴 같은 방법 등이 있어요. 콜롬비아는 비가 정말 많이 내리는 나라거든요. 그래서 수확기에는 빨리 발효를 시키고 썩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워시드 방식을 택했죠."

대사의 말이 끝나자, 콜롬비아 커피 전문가인 강병문 씨가 진행을 이었다.

그는 간단하게 콜롬비아 커피를 내리며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쉽게 설명했다.

나도 커피에 대해 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와보니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이야기를 들으며 두 가지 종류의 커피를 시음했다.

어떤 것이 더 고소한지, 더 과일 향이 나는지 느껴보라고 했다.

먼저 원두 향을 맡고 막 내린 커피 맛을 조금씩 시음했다.

세미나실은 어느새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엄마. 난 첫 번째 커피 향이 더 좋은 거 같아."

"나는 두 번째 커피 향이 마음에 들었는데, 마셔보니 처음 커피가 더 맞는 듯해."

딸과 선호하는 커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난 이 커피가 더 맞아" 라거나 "아 나는 이 맛이 딱 내 취향이야" 라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커피지만 저마다 취향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콜롬비아는 커피 외에도 한국과 긴밀한 사이에요. 왜 그럴까요?"

커피 전문가는 질문에 이어 콜롬비아가 6·25 전쟁 당시 파병으로 도와준 나라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곳과 달리 한국과 콜롬비아는 무비자로 머물 수 있어 자신의 경우 업무상 콜롬비아를 오가는데 무척 편리하다고 덧붙이며 콜롬비아와 우리나라의 친밀감을 알렸다.

함께 커피 향을 맡으며 단체 사진으로 마무리했다.

콜롬비아 모자를 쓰고 양측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웃으며 찍는 걸 보니 이제 거리라는 개념은 중요치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 8월 29일 외교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민 참여형 공공외교 사업을 확대하고, 신기술 활용 디지털 공공외교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침 올해 크고 작은 국제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또 우리나라는 한 달여 뒤 열리는 APEC 회의 개최국이기도 하다.(콜롬비아가 참여국은 아니다.)

그런 만큼, 어느 때보다 민간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는 정부만의 영역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와 참여 없이는 지속 가능한 외교가 불가능하다.

반대로 국민의 바람과 의견이 담긴 외교는 그 어떤 것보다 끈끈하고 강력한 관계가 되리라 생각한다.

27일까지 공공외교주간에 펼쳐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외교의 의미를 깨닫고 스스로 공공외교의 주인공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좋겠다.

나는 26일 열리는 스페인 행사에 아들과 함께 한 번 더 참석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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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